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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순수와 마주한 이념의 민낯 '나의 작은 동무'



영화

    [노컷 리뷰]순수와 마주한 이념의 민낯 '나의 작은 동무'

    외화 '나의 작은 동무'(감독 무니카 시멧츠)

    외화 '나의 작은 동무' 스틸컷. 씨네라인월드㈜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역사적 비극을 만들어내는 건 일그러진 권력이다. 그리고 그 권력을 쥔 이들은 어른이다. 참담한 현실 앞에 선 아이들에게 이념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들의 시선에 권력의 폭력적인 속성은 어떻게 비칠까. 외화 '나의 작은 동무' 속 어린 렐로의 눈에 담긴 시대는 부끄럽고, 그저 미안할 뿐이다.

    1950년대 에스토니아, 여섯 살 렐로(헬레나 마리아 라이즈너)는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떠난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는 수용소로 끌려갔지만 렐로는 이를 알지 못한다. 그저 엄마와 약속한 대로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빨간 스카프를 두른 '소년단'이 되기로 한다.

    엄마가 떠난 이후 렐로는 자꾸만 집으로 찾아오는 검은 옷을 입은 어른들이 신경 쓰인다. 엄마가 떠나던 날도 그들이 왔었다. 그리고 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아빠 펠릭스(탐벳 투이스크)의 자랑스러운 스포츠 메달에 대해 묻는지, 아빠는 왜 메달을 비밀로 하라고 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렐로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거짓말도 하지 않으려 하고, 아빠가 말한 대로 무서운 검은 옷의 어른에게 메달을 이야기하지도 건네지도 않는다. 작은 손으로 집안일도 열심히 하고, 아빠의 저녁을 차려놓기도 한다.

    그러나 엄마가 이제는 올 거라고, 내일은 만날 거라고 기대하는 마음은 실망으로 변한다. 엄마가 금방 올 거라고 거짓말하는 아빠도 원망스럽다.

    외화 '나의 작은 동무' 스틸컷. 씨네라인월드㈜ 제공

     

    에스토니아 공화국 100주년 기념작인 '나의 작은 동무'는 에스토니아인들이 사랑하는 작가 렐로 툰갈의 자전적 소설 '꼬마 동무와 어른들' '벨벳과 톱밥'을 바탕으로 했다.

    감독 역시 원작 소설이 동시기 사회상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여섯 살 여자아이의 시선이라는 차별화된 관점을 차용해 격동의 시기를 그려낸 점에 매료되어 영화화를 결심했다.

    감독의 말마따나 '나의 작은 동무'가 지닌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엄마의 부재에 아이는 엄마가 하루라도 빨리 오길 바라며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라면 엄마가 돌아온다는 것이 거짓말임을 알지만, 아이가 아무리 '착한 아이'가 된다 해도 무리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바라봐야만 한다.

    아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엄혹한 현실에 맞지 않는 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황당한 말도 듣게 된다.

    어른들은 계속해서 알맹이를 잃은 현실의 공산주의 이념을 비판한다. 수용소를 언급하고 언제 끌려갈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그런 와중에 렐로는 소련과 스탈린을 찬양하는 소년단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는 끌려간 엄마가 혹독한 추위 밖에 없는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갇혀 있는 상황과 더욱 대비된다.

    외화 '나의 작은 동무' 스틸컷. 씨네라인월드㈜ 제공

     

    이처럼 관객들은 렐로의 일상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보며 이질감 같은 낯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엄혹한 시대를 '어른'의 시선으로만 바라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동무'가 무엇인지, 수용소가 무언인지, 이념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 렐로에게 자신의 조국을 숨기고 산다는 건 큰 의미로 와닿지 않는다. 소년단은 노래를 부르는 멋진 아이들일 뿐이고 그가 부르는 찬양가는 그저 멜로디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어른들이 이념을 비판하고, 시대의 비극을 말해도 아이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이야기다.

    엄마가 떠났지만 아직 예쁜 옷이 좋고 맛있는 쿠키가 좋을 나이다. 어른들에게는 소련 통치 아래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상황이 더 비극일지 몰라도, 렐로에게는 엄마가 없는 지금이 더 슬플 뿐이다.

    이처럼 렐로를 통해 천진난만해야 할 일상과 그렇지 못한 현실의 괴리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나라와 이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이기에 일상에 파고든 폭력이 더욱 끔찍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어딘지 당대의 비극과 동떨어진 듯한 아이의 일상을 아이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아이의 입을 통해 말한 것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인지 모른다.

    렐로의 일상을 본 우리들은 어른들과 권력이 만들어낸 말도 안 되는 참극에 눈을 돌려야 한다. 아이가 아이로서의 시간을 오롯이 보내지 못하게 만든 권력의 폭력에 시선을 둬야 한다. 아이가 온전히 호기심과 순수함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게 이념 전쟁으로 렐로의 환경을 둘러싼 시대의 비극을 반성해야 한다.

    103분 상영, 1월 14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나의 작은 동무' 포스터. 씨네라인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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