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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요요현상' 마음 한구석에 꿈을 묻어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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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요요현상' 마음 한구석에 꿈을 묻어둔 그대에게

    다큐멘터리 영화 '요요현상'(감독 고두현)

    다큐멘터리 '요요현상' 스틸컷. 씨네소파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요요'가 있다. 바꿔 말하면, 누구에게나 다른 것을 제쳐두고 몰두할 정도로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 타인에게는 사소해 보일지라도 내게는 행복을 전해주는 무언가 말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요요현상'은 자신만의 행복을 가졌던, 그것을 지금도 간직한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어릴 적 한 번쯤은 손에 쥐어봤을 법한 장난감 '요요'. 취미로 잡은 요요가 특기가 되며 전 세계를 누비던 다섯 소년 대열, 동훈, 현웅, 동건, 종기는 20대를 맞이하며 현실이라는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10대 시절에는 그들의 요요 실력이 빛나는 재능이었지만, 20대가 되며 먹고 살길을 앞에 두자 사회는 그들에게 꿈 대신 '현실'을 살라고 요구한다. 그러한 요구는 그들이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요요를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요요를 잡은 대열, 동훈, 현웅, 동건, 종기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세월이 지나며 즐거움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은 비슷한 나이대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그 시기를 지나온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큐멘터리 '요요현상' 스틸컷. 씨네소파 제공

     

    갈림길 앞에 선 소년들은 각자의 길을 선택한다. 누군가는 대학원으로, 누군가는 직장으로, 누군가는 요요와 관련된 길을 간다. 어른이 된 소년에게도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린 요요는 여전히 소중한 꿈이다.

    이들을 보며 누군가는 '왜 저런 일에 열심인 거지?' '요요가 그렇게 고민할 일이야?' 등의 질문을 던질지 모른다. 이러한 질문은 마치 요요처럼 한 번쯤은 받아봤고, 고민해봄직한 질문들이다. 어떠한 경계선 앞에 서 있는 이들에게는 또한 '뭘 먹고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에도 부딪히게 된다. 이 역시 영화 내내 마주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이 두 가지 상반된 물음이 영화 내내 다섯 소년을 통해 보이며, 관객들도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 잡아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이러한 모습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선택지다.

    좋아하는 것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는 각박한 현실의 시선. 꿈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의 찬란함을 사회와 현실은 쉽게 재단해 버린다. 우리 시대와 우리 청년들의 단면을, 내가 지나온 시간을 영화로 마주한다는 것은 씁쓸함을 안기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요요현상' 스틸컷. 씨네소파 제공

     

    이 영화 속 요요 소년들이 남긴 것은 단순히 씁쓸함이나 시대에 대한 나지막한 경고만이 아니다. 무엇을 얻으려면 반드시 남은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선택지가 아니라,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버린 게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러나 변해가는 것이 단순히 서글픈 일만은 아니다. 정답이라는 것도 없다. 어떻게 변할 것인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건 적어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섯 소년이 함께한 퍼포먼스 팀 요요현상은 해체됐지만, 그들이 쌓아 올린 시간은 여전히 견고하게 다섯 소년을 감싸고 있다.

    요요소년들은 자신만의 요요를 지닌 모든 이에게, 앞으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이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전한다. 그렇기에 대열, 동훈, 현웅, 동건, 종기의 현실과 삶은 각자만의 색으로 반짝거리며 빛난다.

    8년이라는 긴 시간, 감독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현실과 미래를 그려나가는 어른이 된 요요소년들의 모습을 선입견에서 벗어나 따스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는 점에서 감독은 요요소년들과 닮았다.

    다큐멘터리 '요요현상' 스틸컷. 씨네소파 제공

     

    좋아하는 일과 먹고 살 일 사이에서 고민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요요현상'을 추천하고 싶다. 좋아했던 일을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겨놓은 이들에게, 서랍 속에 넣어뒀던 꿈을 다시금 꺼내 보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영화가 끝나고 누구에게나 다른 것을 제쳐두고 몰두할 정도로 좋아하는, 혹은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무언가가 있는지 돌아봤을 때 그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마주한 보람이 있지 않을까.

    영화 내내 가졌던 '왜 저런 일에 열심인 거지?' '뭘 먹고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요요현상'이 가져온 긍정적 현상 중 하나일 것이다. 극장을 빠져나가며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만의 요요'는 무엇이 있을까.

    92분 상영, 1월 14일 개봉, 전체 관람가.
    다큐멘터리 '요요현상' 포스터. 씨네소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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