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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발설하면 해고, 밤 9시 이후도 영업" 이케아의 '시대역행'



생활경제

    "월급 발설하면 해고, 밤 9시 이후도 영업" 이케아의 '시대역행'

    '급여 발설 시 징계사유 해당' 해외 지점에는 없는 이케아 코리아만의 취업규칙
    강경 투쟁 노선으로 선회한 이케아 노조 "프레드릭 요한손 대표 형사 고소"
    "일부 매장서 밤 9시 이후 영업 금지 조항 안 지켜…시간외 근무 강요" 폭로도

    송호재 기자

     

    이케아 코리아에서 근무하는 A씨는 연말 성과평가 점수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나보다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B도 급여가 '00'인데 왜 나는 이렇지?'

    고민 끝에 A씨는 매니저를 찾아갔다.

    "매니저님, 제 성과평가 점수가 부당한 것 같아요."

    매니저가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삐딱하게 들고 A씨를 올려다봤다.

    "무슨 근거로 저한테 따지시는 거죠?"

    "아니, 주변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제 점수와 실제 평가가 안 맞는 것 같아요. 누구는 성과가 적은데도 월급이..."

    "잠깐만..."

    매니저가 급히 A씨의 말을 가로막았다.

    "주변이요? 주변에서 급여 이야기를 들었다는 거에요? 누가 말했는지 당장 이야기하세요. 이거 해고 사안입니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의 직원들은 자신의 급여를 말할 수 없다. 이는 이케아 코리아의 '취업규칙' 중 하나다.

    "국내법에도 맞지 않아 해당 조항을 빼 달라고 요청했는데 5년 동안 이케아는 계속 이 규칙을 고수해 왔어요."

    이는 해외 매장에는 없는 이케아 코리아만의 '특별한' 취업규칙이라는 게 이케아노조 정윤택 지회장의 설명이다.

    이케아에 따르면 급여를 포함한 개인의 근로계약에 대한 세부적 사항은 개인정보로, 기밀로 유지해야 한다. 유출시에는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노조는 "해외 매장과 비교했을 때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의무휴업보장 ▲일 최고 6시간 근무 ▲출근사이 14시간 휴식 보장 ▲임금체계 개편 ▲병가제도 확대 ▲무상급식 등을 요구하며 쟁의활동을 진행해 왔다.

    ◇"대안 없는 협상 무의미" 이케아 노조 강경 노선 선회…대표 형사고소도

    30여차례의 협상 끝에 노조가 요구한 사항에 사측이 잠정 합의하면서 협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측이 식대 500원을 추가 부담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사측의 '식대 500원 지원' 발언은 파업을 앞당기는 트리거가 됐다.

    이케아노조는 지난달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흘간 파업에 돌입했다.

    이케아코리아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가 있다"며 노조에게 협상의 장으로 돌아와 교섭을 이어가자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의 적극적 '구애'에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노조가 프레드릭 대표의 형사 처벌을 요구하면서 노사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노조측은 "노사 협상을 진행한 이후로 사측이 7개월 째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진정성이 담긴 실질적 개선책이 없이는 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노조는 이달 중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 코리아 대표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케아 노조는 회사측을 쟁의방해 행위로 고발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일부 인정받았다.

    요구안이 담긴 등벽보 착용을 금지하고, 챙의행위 참여자를 격리해 교육시킨 점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이케아측은 "노사의 상반된 주장에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일부인용과 일부기각을 결정했다"며 "건전한 노사관계의 정립과 발전을 도모할 것이며 노동관계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밤 9시 이후에도 업무 강요…단축 영업 안내방송도 못하게 해"

    지난 주말 밤 9시 이후 이케아 고양점 모습. 손님들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케아노조

     

    이와 함께 이케아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밤 9시 이후 폐점 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내부 폭로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이케아 직원은 "밤 9시가 넘어서도 입장하는 손님만 제지하고 내점한 고객들은 자유롭게 매장을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각 점포 점장들이 단축 영업 안내방송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폭로했다.

    이 직원은 "점장이 비스트로(푸드코트) 영업시간 종료되더라도 고객을 위한 서비스인만큼 판매를 멈추지 말라고 했다"며 "밤 9시 30분에 환불이나 배송을 요구하는 고객 응대를 다 끝낸 뒤에 퇴근하도록 지시한다"고도 전했다.

    그는 "방역수칙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시간외 노동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케아측은 "9시 매장 영업시간을 지키고 있다"며 노조의 형사고소와 관련해서는 "판결문을 송달받으면 심도있는 법률검토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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