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경찰청. 부산 경찰청 제공
교통정리 도중 순직한 부산 해운대경찰서 소속 故 이성림 경사 사고 이후 부산지역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각종 불만과 개선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2인 1조 근무나 단속장비 도입 등 구체적인 제안이 제시되는가 하면 직장협의회도 이번 사고와 관련한 조사를 요청해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과 교통안전계 소속 이성림 경사가 사고를 당한 건 지난달 14일 오후 6시 45분쯤. 해운대 재송동의 한 교차로에서 교통정리 중이던 이 경사는 좌회전하던 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고, 일주일 만에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경사는 당시 교통안전계 소속 내근직이었지만, 퇴근 시간대 교통 혼잡이 심해지자 현장 업무를 지원하다가 변을 당했다. 앞서 2년가량 외근 업무를 맡았던 이 경사는 올해 초 진급한 뒤 내근직으로 근무하면서도 이처럼 혼잡 시간대에 외근 업무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위험한 교통 외근직 근무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또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특히 해운대 지역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이번 사례처럼 내근직은 물론 간부급 경찰까지 현장에 나가 교통을 정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또 다른 현장 부서와 달리 교통정리 등 대부분 현장 업무를 혼자서 맡다 보니 갑작스러운 위험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직무 교육이 부족해 현장에서 스스로 업무를 익혀야 하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A경장은 "동료 직원이 사고를 당한 뒤 직원들 사이에서 여러 불만과 개선 요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차량이 달리는 위험한 곳에서 혼자 근무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라며 "구체적으로 2인 1조 근무나 업무 관련 사전 교육, 인력 충원이나 장비 도입 등 안전 확보와 사고 예방 대책을 요구하는 직원들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사고 이후 경찰 내부 게시판에도 "위험한 교차로 한복판에서 경찰이 수신호하는 모습을 없애야 한다", "CCTV나 단속 장비를 설치해 사람 안전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현실은 인력 부족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커녕 기본적인 장구·장비 보완조차 예산 문제로 쉽지 않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현직 간부 B경감은 "젊은 직원이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 하지만 교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필요한 일인 만큼 장비 착용 등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수시로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라며 "교통 외근 근무 자체가 기피 업무이다 보니 정원을 채우기도 급급할 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예산 문제 등으로 장비 보완 등 기본적인 안전 개선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故 이성림 경사 영결식. 부산경찰청 제공
이와 관련해 경찰은 별도의 TF팀을 구성해 직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장구·장비 개선과 인력 충원 등 중장기적인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순직한 이 경사가 속했던 해운대경찰서는 교통 외근 근무 형태에 변화를 주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청마다 TF팀을 만들어 교통을 비롯한 주요 외근 직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안전을 위한 장구류를 개선하고, 장비를 도입해 무인 단속에 나서는 방법 등이 고려되는 것으로 안다"라며 "일선 경찰서에서도 가급적 위험한 교차로 내 근무를 피하고 안전을 최우선시 한 근무 제도를 도입하는 등 직원 안전 확보 대책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부산지역 경찰 직장협의회는 숨진 이 경사가 현장 근무에 나서게 된 과정과 관련해 자체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또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 만큼, 감찰 부서에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부산지역 경찰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사고 이후 내근 직원이 외근 업무를 하게 된 경위나 장비·장구류 지급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했다"라며 "자체 조사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안타까운 사고인 만큼 담당 부서에 여러 정황에 대해 면밀히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