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관심은 4월 재보선이지만, 끝나면 바로 대선 판이다. 새해 정치권 시계는 오는 2022년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맞춰져 있다.
각 정당과 주자들은 '대권'을 향한 일념으로, 주어진 자리에서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장 먼저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주장으로 치고 나왔다.
◇'안정감' VS '사이다' VS 제3후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기본적으로 현재 집권세력, 민주당 쪽이 경쟁에서 한 발 앞서고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현직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 민주당은 거의 대부분의 선거, 여론조사, 정국 운영에서 야권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았다.
여권 내 차기 대선 후보로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2강 구도가 이어져 왔고,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 시절부터 다져온 '안정감'을 무기로 이른바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당 대표 취임 이후 정체하는 모습이었다.
이 지사의 경우 지난 7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덕에 '사법 족쇄'를 풀어낸 뒤 특유의 '사이다' 입담과 거침 없는 도정 추진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역시 최근엔 답답한 흐름이다.
둘 다 현직에서 벗어나 보폭을 넓힐 경우, 그리고 보궐선거 승리나 입법·도정에서 성과를 낼 경우 지지세가 반등할 여지가 있다.
반면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 당내 경선부터 뚫어야 하는 만큼 올 상반기 안에 탈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취재진에 답변하는 이낙연 대표. 연합뉴스
이낙연 대표가 신년 벽두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꺼내든 카드에는 이슈 선점을 통해 이런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향후 제3의 후보가 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주의 4.0'이라는 다소 학구적인 이름의 친문(친문재인) 계파모임에서는 "언제든 새 인물과 손 잡을 수 있다"는 말을 은근히 흘리고 있다.
그 자리에 거론되는 주자로는 대표적으로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있다.
강성 지지층이 호응하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나 유시민 작가, 아울러 대법원 선고를 앞둔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꾸준히 언급된다.
◇추미애가 키운 윤석열…고심 깊은 국민의힘
윤석열 검찰총장. 박종민 기자
이 모든 여권 주자들의 지지세를 최근 단박에 뛰어 넘은 인물이 있다.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은 최근 리얼미터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오차범위 밖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추미애 전 장관과의 난데없는 '파워 게임'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문재인 정권에 불만을 갖던 여론이 윤 총장 쪽으로 결집했고 그 덕에 세를 확 불렸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수사의 '칼자루'를 쥔 현직 검찰총장에게는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만큼 그가 실제 정치판에 나올 수 있을지, 나오더라도 지금의 인기가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보수야권도 고심이 깊다. 정통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제1야당 국민의힘은 윤 총장을 연일 응원하면서도,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윤창원 기자
만약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야권 단일후보로 공천하고, 대선 주자마저 밖에 있는 인물에게 내준다면 당의 존재가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당내 잠룡군 가운데는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상태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경우 지난해 총선 이후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물론 당장 보궐선거에서 실적을 내거나 문재인 대통령 레임덕이 앞당겨질 경우 야권 전반의 지지세도 반등할 여지가 있다.
반면 여의치 않을 경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입지가 흔들릴 수 있고, 그러면 당 밖에서 강경파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재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 정당, 주자들에게는 남은 1년 3개월 동안 여러 차례 정치적 파고가 찾아올 전망이다. 때마다 제시할 전략과 해법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반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