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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 무너지는 시대" 온라인으로 뛰어든 유통업체들



생활경제

    "원칙이 무너지는 시대" 온라인으로 뛰어든 유통업체들

    [2020 유통 결산①]언택트가 바꾼 소비패턴…코로나 '공포'에 온라인 쇼핑 폭증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 온라인 경쟁 합류…포털 이커머스와 경쟁 가속화
    온라인 쇼핑 늘면서 택배량은 50% 증가했지만…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은 '지지부진'

    글 싣는 순서
    ①"원칙이 무너지는 시대" 온라인으로 뛰어든 유통업체들
    (계속)
    스타벅스 매장. 이한형 기자

     

    고객과의 유대감을 경영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는 스타벅스.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이 진동벨 시스템을 도입할 때 스타벅스는 고객의 '이름'을 부르며 커피를 내어준다. 배달도 마찬가지다. 배달 서비스 도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측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배달 서비스는 직원인 파트너와 고객이 눈을 맞추며 커피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스타벅스가 가진 철학과 배치된다는 것.

    하지만 코로나19 앞에서 단단하던 스타벅스의 '원칙'은 무너졌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역삼이마트점에 딜리버리 테스트 매장을 열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전문점을 시범 운영한 뒤 향후 서비스 시행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원칙을 고수했지만 1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시국에 영업 중단과 매장 이용 제한이 반복되면서 배달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2020년 한 해 유통업계에는 '생존'을 위해 지켜온 '원칙'을 깨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했다.

    진에어는 항공기내서비스 전문기업 이노플라이와 손잡고 기내식 컨셉의 가정간편식(HMR) '지니키친 더리얼'을 출시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신세계조선호텔 등 호텔업계도 HMR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시대의 법칙 '온라인'…백화점 매출 하락에 폐점·임원 감축 '후폭풍'

    이한형 기자

     

    이같은 생존의 법칙은 전통적인 유통 강자에도 적용됐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 하락 등 위기를 맞으며 온라인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반면 감염 우려로 접촉을 하지 않는 이른바 '언택트 소비'가 유통업계 판도를 뒤흔들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은 날개를 달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총 14조 244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몰의 거래액은 10조 4752억원으로 32.7%증가한 반면 온·오프라인병행몰의 거래액은 3조 7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9일 내놓은 통계에서도 오프라인의 하락세는 분명히 나타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면세점이 속한 종합소매 항목의 9월 신용카드 결제액은 7조 13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 1942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반면 전자상거래·통신판매 신용카드 결제액은 10조29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35.1%(2조6758억원) 급증했다.

    오프라인 소비 감소는 유통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확진자 동선에 영업 조기 마감 등 타격을 입은 백화점 3사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규모가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3분기 누적 매출 1조8920억원, 영업이익 15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55.4%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영업이익이 915억원으로 52.3% 급감했고 현대백화점 역시 영업이익 1168억원으로 52.5% 줄어들었다.

    '1년 장사를 책임진다'는 12월 연말 성수기 역시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실적을 만회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출 하락에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점포를 매각하고 임원 수도 확 줄이며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3~5년 안에 200여곳의 오프라인 매점을 폐점하겠다고 밝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 연말 인사에서 임원 100명을 줄이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임원 20%가 짐을 쌌고, 본부장급 인원은 70%를 물갈이했다.

    ◇택배량 폭발적 증가에 과로사도 잇따라…"배송 완료 누르고 새벽까지 배송" 과로사 대책 허점도

    이한형 기자

     

    온라인 쇼핑 증가와 함께 화두로 떠오른 유통업계 또다른 이슈는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였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식품 택배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평균 68% 증가했다. 특히 농수산물(103%)과 수산물(97%), 반찬류(92%)가 크게 늘었다.

    언택트 소비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올해만 16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로 숨졌다. 택배사들은 심야배송 금지, 분류인력 투입 등 과로사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의 택배기사들은 사측의 과로사 대책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남 지역에서 5년째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45)씨는 "생물 배송의 경우 물품이 상하면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며 "11시 전에 배송 완료했다고 미리 입력한 뒤 새벽 1~2시까지 배송을 한다"고 현실을 전했다.

    택배기사의 장시간 업무를 줄이기 위해 롯데와 한진 택배 등 심야배송 금지 정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 등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은 밤 10시 택배 배송 어플리케이션을 중단시켜 배송완료 메시지를 고객에게 일괄 전송한다. 이후 물품을 배송중이라는 문자메시지를 고객에게 따로 보낸 뒤 새벽까지 배송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은폐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올해 12월 택배 물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 가량 증가하면서 포화 상태에 처한 만큼 택배기사들의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분류인력 투입 등 실질적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택배사들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 1차 실무회의에서 택배사측과 과로사대책위원회 양측은 분류인력이 사측의 업무라는 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택배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통합물류협회가 지난 29일 열린 2차 실무협의에서 1차 합의안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전면 백지화됐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태완 위원장은 "택배사들은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제대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사들이 과로로 쓰러지고 있다"며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는 택배사들이 책임 있는 자세로 대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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