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물'과 관련된 전북지역 현안들이 많았다. 사상 초유의 강수로 인해 급기야 둑이 무너지며 마을이 통째로 잠기기도 했다. 새만금 수질 악화로 인해 해수유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①권토중래 민주당의 귀환…전북 성공시대 선언 ②전북경제 침체 심화… 재생에너지 등 산업생태계 변화 틀 마련 ③2020년 사건·사고 연쇄살인 최신종, 42명 사상 사매2터널 사고 (계속) |
9월 3일 오후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 조봉금(70)씨가 시멘트 바닥 위에 신문지와 매트리스를 깔고 누워 있는 모습./사진=남승현 기자
◇역대급 집중 호우, 피해액도 급증
올해 여름 전북은 역대급 비가 쏟아지면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도내 집중호우 재산 피해액은 약 1천400억 원, 단일 자연재난으로는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추산된다.
남원이 518억 원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고 장수군이 198억 원, 진안군 123억 원, 무주군 122억 원, 순창 114억 원, 완주 102억 원 등이다.
이번 장마 기간 남원 지역의 최대 강수량(24시간)이 500년 빈도를 웃도는 역대급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장마 기간(6월 24일~8월 16일) 강수량 분석 결과, 남원 지역 24시간 최대 강수량 364mm는 과거 최대치를 54% 웃도는 것으로 확률적으로 500년 빈도를 상회하는 기록적인 강수량"이라고 밝혔다.
또한, 섬진강 유역은 장마 기간 누적 강수량 1,069㎜를 기록해 예년에 비해 2배가량 많았고 이 역시 이 일대 유역에 내린 역대 가장 많은 강수량이라고 언급했다.
8월 12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금지문화누리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주택 침수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의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최악의 수해, 둑 무너지며 잠긴 마을8월 집중호우로 섬진강 제방이 붕괴하면서 남원 금지면과 송동면, 대강면 일대 마을, 순창 유등면과 적성면, 동계면 일대, 임실 관촌면 등에서 하우스·축사까지 모두 침수되는 등 최악의 수해를 입었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전북지역에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7일부터 9일 오전 9시 현재까지 순창 풍산 561.5㎜, 남원 432.8㎜, 임실 강진 370.5㎜ 등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나 섬진강댐 방류로 인한 제방 유실과 범람으로 인해 남원시 금지면과 송동면, 대강면은 마을이 고립됐고 남원시 이백면과 주생면, 노암동은 장수군 동화댐 방류로 인한 요천이 범람하며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와 함께 용담댐이 초당 3천톤을 방류하면서 댐 하류 지역에 위치한 충북 옥천·영동, 충남 금산, 전북 무주군이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지난 7일 오전 8시 용담댐에는 시간당 20mm가 넘는 매우 강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오후 3시엔 시간당 29.6mm로 더욱 거세게 내렸다.
지난 8월 정세균 국무총리는 13일 침수 피해를 입은 전북 진안군 주천면을 찾으면서 피해 원인과 책임자 조치를 주문했다.
정부는 남원, 완주, 진안, 무주, 장수, 순창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8월 13일 진안 용담댐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와 송하진 전라북도지사가 수자원공사 관계자로부터 댐 방류 결정 과정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최명국 기자
◇도마에 오른 수공 댐 관리 능력8월 최악의 침수피해를 입은 섬진강 수계지역 6개 지자체장이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책임자 문책을 비롯해 침수 피해금 전액 배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환주 남원시장과 심민 임실군수, 황숙주 순창군수 등 섬진강 수계지역 6개 지역 단체장은 8월 9일 오후 세종시 환경부에서 침수 피해와 관련 조 장관과의 면담을 가졌다.
용담댐 하류의 침수피해를 놓고도 '용담댐의 수위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며 전북과 충청권 4개 지방자치단체가 한국수자원공사를 항의 방문했다.
환경부는 지난 9월 23명으로 구성된 댐관리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수해 발생 넉 달이 지나도록 원인 조사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조사협의체에 대한 피해지역 주민과 일부 학계의 불신이 깊어 기구가 재구성되는 등 일정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원인 조사를 위한 용역기관 선정 작업도 착수되지 못한 상태다.
2019년 5월, 새만금호 동진강수역 물색깔./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새만금호 수질 악화, 배수갑문 개방 확대지난 10년간의 수질 개선 대책에도 불구하고 새만금호 수질이 오히려 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 유역 2단계 수질 개선 종합 대책 이후 새만금호 유입부 수질은 개선됐다.
반면에 새만금 호내 수질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내 수질 악화의 원인으로는 해수유통량 감소와 조류 증식 등이 꼽혔다.
상류의 경우 수질 개선 효과가 있었으나 새만금 호내 수질 목표 달성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수질 예측 모델링 결과, 해수유통이 차단돼 새만금호가 담수화될 경우 대부분의 수역에서 목표 수질을 달성하기 불가한 것으로 예측됐다.
새만금 수질 개선 차원에서 12월 29일부터 새만금 방조제 배수갑문 개방이 확대된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달 24일 새만금위원회 결정에 따라 그동안 주간에만 개방했던 신시·가력 배수갑문을 야간에도 열게 된다고 밝혔다.
새만금 배수갑문은 그동안 담수호 관리 수위에 맞춰 주간에만 하루 4시간~5시간 정도 열었지만 29일부터는 주야간 모두 하루 8시간~10시간 정도 개방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새만금호 내 해수유통량을 늘려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시행되는 것이다.
새만금 해수유통 추진 공동행동은 11월 9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호 해수유통에 대한 도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 정희원 인턴
◇커지는 해수유통 목소리, 정부는 '신중'전북지역 42개 시민사회단체로 조직된 '새만금해수유통추진공동행동'이 11월 24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즉각적인 새만금 해수유통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동행동의 해수유통 촉구는 지난 20년간 4조 원이 투입된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이 사실상 실패했고 해수유통 없이는 새만금호 수질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0월 공개된 환경부의 새만금 유역 2단계 수질 개선대책 종합 평과 결과도 수질 대책을 모두 실시해도 목표 수질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나왔다는 것이 공동행동의 의견이다.
전북 정치권에서 조건부 해수유통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신영대(전북 군산), 이원택(전북 김제·부안) 의원은 9월 21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만금 마스터 플랜에 명시된 내부개발과 수질 개선 지속적 추진 그리고 농업용수 공급방안 마련 그리고 수질 개선을 위한 총리실 중심의 범정부 TF팀 구성 등 4개 사항을 전제로 한 해수유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월 24일 새만금 동서도로 개통식에서 "해수유통 여부는 특정인이나 조직에서 결정한 문제가 아니다"며 "새만금 해수유통과 별개로 내부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