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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억지 '간첩조작' 떠오르는 '그날이 온다'



영화

    [노컷 리뷰]억지 '간첩조작' 떠오르는 '그날이 온다'

    외화 '그날이 온다'(감독 크리스토퍼 모리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평범하고 가난한 시민이 우스꽝스러운 조작에 의해 '테러범'이 돼 가는 과정은 기묘하다. 저런 게 가능하냐는 물음이 내내 밀려온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많이 목격했다. 국가 폭력이 가진 불합리함과 우스운 현실을 꼬집은 영화, 바로 '그날이 온다'다.

    '그날이 온다'(감독 크리스토퍼 모리스)는 비폭력주의 혁명가 모세(마샨트 데이비스)가 농장에서 쫓겨날 위기로 월세를 구하려다, 실적 꽝 FBI 요원 켄드라(안나 켄드릭)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그려낸 예측 불가 범죄 코미디다.

    모세는 혁명가다. 무기라고는 장난감 석궁이 전부인 비폭력주의 혁명가다. 어딘지 망상으로 가득한 것 같은 모세와 그가 꾸린 단체 '스타 오브 식스'는 혁명을 꿈꾸지만, 월세조차 없어 집에서 쫓겨나기 직전이다. 그들에게 혁명은 정말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고, 당장 눈앞에 빈곤이 중요하다.

    그런 모세에게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스폰서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는 FBI 요원 켄드라가 기획한 일의 일부다. 우연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모세의 설교 영상을 발견하고, 좋은 기회임을 직감한다. 그렇게 켄드라는 '설계'를 하고, 모세에게 접근한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영화는 마치 우리나라 '간첩 조작'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켄드라의 설계란 다름 아닌 '테러 조작'이다. 혁명가라 외치는 모세를 테러범으로 몰아 실적을 올리려는 것이다.

    현실의 크리스토퍼 모리스 감독은 미국 법무장관이 미국에 전면전을 선포하며 도발한 단체에 대해 체포 명령을 발표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이른바 '알카에다 사건'으로 불리며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은 조사 결과 FBI의 '설계'였다.

    FBI 정보원이 5만 달러를 줄 테니 미국을 공격하라는 제안을 했고,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던 범인들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무기도 지니고 있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세 번의 재판을 거친 뒤 결국 투옥됐다.

    영화 속 모세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보호 시스템은 모세를 외면하지만, 국가의 폭력적인 시스템은 그를 발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회 보장과 복지 테두리에서 벗어난 모세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FBI의 허술한 설계에 걸려든다. 장난 같은 설계를 운 좋게 빠져나갈 듯한 모세지만, FBI는 어떻게든 그를 '테러범'으로 잡기 위해 억지스럽게 상황을 만들어나간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위조에 위조를 거듭하고, 거짓에 거짓을 더한다. 켄드라도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낀 후 작전을 그만두려는 듯하다가도, 결국 자기합리화의 과정으로 향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무능하고 허술한 FBI는 '진실'이 어떻든, 모세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다. 표면적으로 혁명을 부르짖는 모세는 FBI에게 그저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거기에 걸려든 모세는 혁명가보다는 망상가에 가깝지만, 그건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FBI의 눈에 띄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관객이 보기엔 말도 안 되고 심지어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FBI의 설계는 결국 모세를 테러범으로 모는 데 성공하고, 그를 체포한다. 모세와 그 일행은 무재판 합의로 높은 형량이 선고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테러범이 됐다. 어쩌면 가난하고 아무것도 몰랐기에 테러범이 된 것일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평범한 시민이 테러범으로 전락하는 이 기괴한 과정은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결코 웃을 수만은 없다. 빈번하게 일어났었고, 어쩌면 지금도 그러할지 모르는 불합리한 국가 폭력을 직설적으로 풍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뉴스를 만나고 있다. 비단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광경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그날이 온다'는 단지 풍자나 블랙코미디라기보다 '현실'에 좀 더 발을 걸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영화는 테러 조작 사건을 조금 더 풍자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모세와 FBI의 모습을 보다 희극적으로 그린다. 그렇기에 더욱 괴리를 느끼고, 더욱 말도 안 되게 다가온다. 아마 이 이질적인 감정은 국가의 조작을 통해 범죄자가 탄생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데서 오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87분 상영, 12월 9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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