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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척당했던 성폭력 피해자 진술…항소심 왜 인정했나



제주

    배척당했던 성폭력 피해자 진술…항소심 왜 인정했나

    광주고법 제주, 원심 무죄 판결 파기…20대에 '징역 3년' 선고
    '유일한 직접증거' 피해자 진술…1심 "신빙성 떨어진다" 했지만
    2심 "사진‧동영상 보는 것처럼 묘사…피고인 진술 되레 바뀌어"
    "일부 진술 비일관적이어도…피해자 처했던 상황 고려해야"

    (그래픽=안나경 기자)

     

    지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혀 실형에 처했다. 유일한 직접 증거였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 것이다.

    ◇항소심, 원심 무죄 판결 파기…'징역 3년' 선고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정모(23)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 피고인은 지금껏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해 피해자는 원심과 이 법원에서 재차 진술해야 했다. 더욱 더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지난 2018년 12월 25일 새벽 제주시 한 모텔에서 묵고 있던 지인 A(25‧여)씨에게 "잠만 자게 해 달라"며 찾아간 뒤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진술 일관…되레 피고인 진술 오락가락"

    (그래픽=안나경 기자)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였다. 원심에서는 그 진술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며 배척된 반면, 2심에서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을 통해 추정할 수 있는 당시 상황이 사진 또는 동영상을 보는 것처럼 묘사됐고, 피해자 심리가 생동감 있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범행 당시 피해자에 대한 정씨의 특정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진술은 유전자 감정 결과와도 일치한다.

    '정씨가 옷을 벗긴 시점과 그 전후 관계 등이 일관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 항소심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피해자가 예기치 못한 범행에 당황했고, 정씨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주된 목표여서 피해 경위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한 상황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오히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 일관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수사기관에서 정씨는 "피해자가 먼저 추행했다"고 했다가 유전자 감정 결과가 나오자 말을 바꿨다.

    이후 진술에서도 정씨는 감정 결과에 들어맞는 내용으로 말을 번복했다. 반면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까지도 솔직하게 말했다.

    ◇"심리적 혼란으로 반항‧이성적 대처 못할 수 있어"

    제주지방법원(사진=고상현 기자/자료사진)

     

    1심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것으로 봤던 정황 증거도 2심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모텔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사건 직후 피해자가 먼저 객실에서 나온 후 피고인이 뒤따라 나오는데, 그 증거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 것이다.

    원심에서는 "피해자의 모습에서 급박한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나 이를 저지하려는 피고인의 태도는 관찰되지 않는다"며 피해자 주장을 배척하는 근거로 삼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이고, 재범 우려가 없었던 점을 보면 피해자가 급박하게 객실을 나오거나 피고인이 제지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는 심리적 혼란으로 이성적인 대처나 반항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사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가 없었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선고 직후 정씨는 법정 구속됐다. 지난 7월 1심에서 무죄가 나온 뒤 구속 상태에서 풀려났던 정씨는 재차 수감됐다. 정씨는 곧바로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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