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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을 우습게 여기는 저 얼굴들을 보라!



책/학술

    백성들을 우습게 여기는 저 얼굴들을 보라!

    [신간]'늦었지만 늦지 않았어'_한돌
    '개똥벌레', '홀로 아리랑' 등을 탄생시킨 국민작곡가

    10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CBS '한국전쟁 70주년 평화통일음악회'에서 한돌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CBS제공)

     

    잘생긴 얼굴이 못생긴 얼굴로 변한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첫 마음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거나 시치미를 떼는 사람들이 그렇다. 아무리 잘생겼다고 해도 사람을 우습게 보는 순간 못생긴 얼굴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못생긴 얼굴로 변한 자신을 여전히 잘생겼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백성들을 우습게 여기는 저 얼굴들을 보라!
    _119쪽, 못생긴 얼굴


    학생회장 한번 하고 감방 한번 갔다 온 이력을 밑천 삼아 정치판에 뛰어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을 밑천 삼아 뛰어든 재력가도 있고 얼굴을 밑천 삼아 뛰어든 연예인도 있다. …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쯤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이 나라를 조율해 줄 것인가. 산이 산 되고 강이 강 되고 사람이 사람되는 그런 세상…….
    _358~359쪽, 조율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널리 불려지는 국민가요인 신형원의 '개똥벌레'와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 한영애의 '조율', 김광석의 '외사랑' 등의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작곡가 한돌(67,본명 이흥건)이 새책 '늦었지만 늦지 않았어'(열림원)를 냈다. 저자가 일상 속 찰나의 순간에 발견한 자신 만의 성찰을 담아낸 책으로, 그가 작곡한 노래 구절과 산문이 한데 묶였다.

    지난 2016년 12월 촛불집회 때 한영애가 광화문광장에서 부른 '홀로 아리랑'과 '갈증', '조율' 등은 모두 그의 노래다. '홀로 아리랑'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애창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서초동 조국 수호 촛불집회 때, 2011년 'Change 2012 유시민·이정희 토크쇼'에서 사회자인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가 무반주로 '홀로 아리랑'을 부르는 동영상에 맞춰 집회참가자들이 떼창을 하기도 했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_'홀로 아리랑'(1989)


    저자의 대표곡으로 손꼽히는 '홀로 아리랑'의 작곡 과정과 그 순간에 얽힌 에피소드도 눈길을 끈다. 독도에 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고기잡이배에 탄 일화부터 독도를 떠나는 그에게 돌격해온 갈매기 떼 이야기까지 '홀로 아리랑'의 모든 것을 그답게 풀어냈다. 독도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작곡 과정에서 떠오른 추억들도 글 속에 아름답게 녹여 냈다.

    그렇게 안 풀리던 1절이 한꺼번에 해결이 되었다. 정말 누군가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서 읊어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떠오르지 않던 것이 어떻게 한꺼번에 떠오른 걸까? 그것도 쉬운 말로 말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고 고마울 뿐이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바람의 조화인지도 모르겠다. 바람 때문에 갇혀 지냈고 똥도 뒤집어쓰고 그러지 않았는가.
    _285쪽, 홀로 아리랑


    한돌은 그 당시 사회성과 일상 속의 메시지를 잘 버무린 우리말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를 결합해 한국적 정서와 서민적 정취로 대중에게서 사랑받는 수많은 곡을 만들어냈다. 사랑노래로 알려져 있는 신형원의 ‘유리벽’이나 ‘불씨’ 등은 모두 남북통일과 군사정권시절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담아냈던 대표곡이다.
    작곡가 한돌의 신간 '늦었지만 늦지 않았어'(사진=열림원제공)

     


    "지식에 먼지가 쌓이면 그 속에서 악마의 씨가 자란다"

    악마들은 주로 눈, 코, 귀, 입에 많이 모여 삽니다. 그래서 바른 생각을 해놓고도 눈에 보이는 것에 따라 행동하고, 귀에 들리는 대로 행동하고 그걸 또 입으로 변명하지요.… 우리 사회에 지식을 재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악마인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지식에 먼지가 쌓이면 그 속에서 악마의 씨가 자란다는 것을 모르고 있으니까요.
    _38~39쪽, 앵무산 두더쥐


    그는 현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판도 자신의 언어로 쉽게 조목조목 풀어나갔다. 저자는 "지식을 재물로 여기는 사람들이란 배운 것을 실천하지 않고 이용만 하는 아주 나쁜 사람들"이라며 '편가르기'로 분열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옛날에 싸움이라는 것은 서로 더 친해지기 위해 싸웠는데 언제부턴가 사회가 O,X로 나눠져 편가르기만 하고 있다. 우리편 아니면 나쁜 놈이라는데 세상이 이렇게 되니 어처구니없고 재미가 없어진다"며 "그런 문제에 있어 조율을 해야 하는데 줄이 끊어져버리면 줄을 갈아버릴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차라리 '유리벽'(1982)일 때는 행복했는데 그 시대 '유리벽'보다 못한 사회라는 것이다. 당시엔 유리를 깨자는 노력이라도 보였는데 지금은 소통이 더 단절됐다며 우리 편이 아니면 나쁘다는 것은 굉장히 사회를 어렵게 만든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참으로 어지러운 세상이다. 모두 혼탁한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 가만히 제자리를 지키면 더러운 것들이 가라앉을 텐데 거짓을 숨기려고 발버둥 치니까 혼탁한 물이 더 혼탁해진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제 악기만 조율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어른들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마저 혼탁한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끝이 나는 것은 아닌지. 지금 이 세상, 훌륭한 지휘자가 나타나 혼탁한 물을 정화하는 아름다운 연주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_358쪽, 조율


    저자는 1953년 거제도에서 실향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이흥건으로 한돌은 ‘작은 하나의 돌멩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 이름이다. 서울 경복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노래 만들기에 집중하던 한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의 노래들이 대학가에서 구전되어 불리면서부터였다. 1970~80년대 군사정권시절 대학생들은 필사본 노래집에 실려 있던 그의 노래를 구전으로 전하며 함께 불렀다. '못생긴 얼굴', '땅' 같은 노래들이 대표적이다.

    CBS는 10월 9일 한글날 한돌의 노래 22곡을 엮어 '한국전쟁 70주년 평화통일음악회'를 열었다. 이 공연은 격동의 현대사를 관조하며 성찰해 온 작곡가 한돌에 대한 헌정 콘서트로 꾸며졌으며 송소희, 정동하, 정인 등의 후배 가수들이 출연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된 한돌의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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