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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장풍 같은 근로감독관 'TV밖 세상'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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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조장풍 같은 근로감독관 'TV밖 세상'엔 없었다

    직장안의 갑질 고발했더니 되레 갑질하는 근로감독관
    처리지연에 불성실 조사까지 "사용자 쪽 대변 태도로 일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 회사에 신고했지만 회사는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않고 가해자를 옹호하며 괴롭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배정된 근로감독관이 사용자 측을 대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합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정도로 괴롭습니다. 사회시스템이 붕괴해 제대로 조사하는 기관 하나 없다는 게 절망적입니다."(2020년 7월)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진정했고 근로감독관이 배정되었습니다. 3개월 동안 담당 근로감독관은 사건 진행에 대해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지연 사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습니다. 3개월이 지나 근로감독관으로부터 대질신문하라고 일방적인 문자를 받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아직 조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6개월 동안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는데 근로감독관은 천하태평입니다. 감독관 변경을 요청해야 할까요?" (2020년 6월)


    최근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제보 내용이다.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1년3개월 동안 들어온 '근로감독관' 갑질 제보 159건을 모두 분석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기 위해 노동청을 찾은 노동자 상당수가 근로감독관의 부적절한 말이나 일처리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처리지연이 42.8%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불성실 조사(33.3%), 부적절 발언(22.6%) 순이었다.

    대부분의 이메일은 사건에 대한 정보와 울분, 화, 억울함을 비슷한 분량으로 담고 있다. 정부기관에 공정함, 신속한 해결 같은 것을 기대하던 마음과 이에 대한 배반감을 보여준다.

    2019년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게 되면서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관리자, 사장의 폭언, 인격모독 사례들을 모아서 노동청을 찾은 노동자들은 바쁘다며 귀찮아하는 근로감독관 때문에 상처받는다. 사건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과 후속조치 안내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불만이 쌓인다.

    "당신이 예민해서 그렇다"는 얘기에 분노하고 "그 나이 꼰대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말에 절망한다.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말에 좌절한다.

    인력이 부족하고 제도가 미비해 근로감독관이 겪는 어려움은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나쁜 노동조건에 순응하지 않고 법 제도를 활용해 개선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문제를 원래 그런 거라고 냉소해서는 안 된다. 50년 전 전태일이 만났던 근로감독관은 이제 책 속에나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기사(글)은 11월 9일 나온 <전태일50> 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전태일50> 신문은 전태일 서거 50주년을 맞아 오늘날 전태일들의 이야기를 신문으로 만들겠다는 현직 언론사 기자들과 사진가들,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 이제그만, 직장갑질119의 활동가들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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