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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김희선, "20대 전성기? 연기 때려칠 뻔했죠"

[노컷 인터뷰 ①]SF장르물 '앨리스'에서 1인 2역 활약
화상 인터뷰도 솔직+유쾌한 에너지…"하고 싶은 역할 하니까 '복'"
"20대는 수동적, 현재가 좋아…계속 일했다면 연기 그만뒀을 것"
"그 나이 맞는 연기와 역할 있어…'믿보배' 이야기 듣고 싶다"

SBS 월화드라마 '앨리스'에서 주인공 윤태이, 박선영 1인 2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에너지 넘치고 솔직한'. 데뷔 30년 가까이 배우 김희선을 수식하는 말이다. 비록 코로나19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지만 김희선의 유쾌한 에너지는 '랜선'을 타고 전해졌다. 오랜 시간 톱스타 자리를 유지하면서도 김희선은 과하게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외모 이야기가 아니라 몇 번 말을 주고 받다 보면 느껴지는 성정이 그렇다.

"(김)희선 누나 존재 유무에 따라 현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던 곽시양의 말이 얼핏 떠올랐다. 확실히 김희선의 존재감은 막대하다. 90년대부터 당대 최고의 스타로, 또 결혼 후 도전적인 캐릭터로 쌓아 온 커리어도 그렇지만 "하고 싶은 역할을 한다면 복"이라고 받아들이는 타고난 낙천성이 결정적이었다.

"성격 자체가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 받는다고 해도 빨리 잊고, 털어버리고, 오래 그런 마음을 안 담아두려고 노력하죠. 솔직히 톱스타로 계속 살고 있지는 않지만 하고 싶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복인 것 같고, 어울리는 배역을 찾는 게 힘든데 그래도 간절히 원할 때 이런 작품이 하나씩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복인 것 같아요."

'이런 작품'은 얼마 전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앨리스'를 말한다. 김희선은 '앨리스'에서 천재 물리학자 윤태이와 비밀을 간직한 형사 박진겸(주원 분)의 엄마 박선영, 1인 2역을 맡아 열연했다. 다채로운 연기는 물론이고, 액션부터 주원·곽시양 등 후배 배우들과의 호흡까지 김희선은 누구보다 힘들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감독님이 초반에 배우와 했던 약속들을 많이 지켜주시려고 노력한 게 너무 감사했어요. 처음에는 '내가 주원 엄마를?' 이런 생각에 선뜻하겠다고 이야기를 못 드린 게 사실인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욕심이 났죠. 감독님 말씀도 전적으로 믿음이 갔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액션은 정말 '가성비'가 좋더라고요. 물론 힘들었지만 그 효과가 한 10배 정도? 안젤리나 졸리처럼 되게 잘하게 나왔어요. (웃음) 후배들과는 그냥 선배 대접을 바라지 않으면 되는 것 같아요. 원래도 코드가 맞으면 빨리 친해지는 친구들이 있어요. 요즘 후배들은 다 그렇게 착하고 성실하더라고요. 대기실에서 각자 기다려도 되는 걸 세트장에서 다 같이 촬영 기다리고 그랬어요."

SBS 월화드라마 '앨리스'에서 주인공 윤태이, 박선영 1인 2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김희선은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바쁘고, 사랑받는 20대 시절을 보냈다. '시간 여행을 한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점'을 물어보니 '현재'라고 답한다. '감독 디렉팅을 흉내냈던 예전보다 내 생각대로 연기하는' 현재가 더 좋다는 이야기다. 쉬지 않고 일한 20대를 지나 결혼으로 가정을 꾸린 시기는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20대 연기는 100% 제 마음에 들었다고 표현은 못하겠어요. 나는 좀 이렇게 연기하고 시어도 감독님들에 의해 하고 싶지 않은 방향으로 한 것도 있고, 수동적인 자세로 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때려칠 생각을 하는 찰나에 결혼을 했고, 쉬어가는 시기를 가졌죠. 그 때 열정을 갖게 됐어요. 아마 20대처럼 계속 일을 했다면 정말 연기를 그만뒀을 것 같아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또 제 시간을 가지면서 연기 하고 싶다는 열정을 끌어 올렸거든요."

그의 말처럼 가장 좋은 시간은 '현재'라는데 동의한다. 젊은 시절 외모에만 쏠린 시선들에 가려졌던 연기력은 뒤늦게 인정받고 있다. 김희선의 뜨거운 에너지가 경험과 연륜을 만나자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이 열렸다. 시대가 부족하고 역할이 부족해 선배 여성 배우들이 가보지 못했던 그 길을 김희선은 끝내 완주할 지도 모른다.

"예전보다는 정말 많이 나아졌어요. 많은 선배님들이 결혼 후 돌아오면 주인공 친구의 엄마, 이모 아니면 아빠나 삼촌 이런 역할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역할을 중요성을 떠나 저 선배님은 이런 역할을 해도 너무 멋있을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장르물 등 시청자분들이 원하는 다양한 소재가 생기니까 그래도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생겼어요.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20대 역할을 하고 싶어도 지금은 못해서가 아니라 안하는 거죠. 그 나이에 맞는 연기가 가장 어울리고, 그 역할이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해요. '믿고 보는 배우' 이 세 글자에 다 표현이 되잖아요. 이 이야기를 들으려고 열심히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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