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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에게 찬스 안 오길" 오재원, 박용택 향한 리스펙트



야구

    "선배에게 찬스 안 오길" 오재원, 박용택 향한 리스펙트

    LG 트윈스 박용택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은 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상대팀인 LG 트윈스의 덕아웃을 유심히 바라봤다.

    두산은 4회초에 대거 7점을 뽑아 경기 초중반 8대0으로 크게 앞서갔다. 2차전을 패하면 시즌이 종료되는 LG는 크게 벌어진 점수차에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덕아웃 분위기도 침울했다.

    오재원의 눈에 들어온 상대 선수는 바로 박용택이었다.

    오재원은 "우리가 크게 이기고 있을 때 덕아웃을 봤는데 박용택 선배는 계속 움직이면서 몸을 풀고 계셨다"고 말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대타 요원의 역할을 맡은 박용택은 패색이 짙어가는 흐름 속에서도 언제 자신에게 찾아올지 모르는 대타 출전 기회를 위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2002년 LG에서 데뷔한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LG의 패배는 곧 박용택의 마지막을 뜻했다. 박용택에게는 1분 1초가 소중했다.

    동료들의 분전을 응원하면서 차분하게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박용택의 모습에 오재원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오재원은 "LG의 박용택이라는 선수를 항상 존경했다. 상대팀 선수지만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인 것 자체가 대단하다"며 "선배님에게 (대타) 찬스가 안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LG가 두산을 7대8로 추격한 8회말 무사 1루에서 포수 유강남의 타석 때 대타로 들어섰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박용택은 두산 마무리 이영하의 초구를 때렸고 3루수 허경민이 불펜 펜스 앞까지 전력질주해 어렵게 타구를 잡아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타석의 결과로는 다소 허무했지만 LG는 어떻게든 대선배의 타석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박용택이 3루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된 순간 1루주자 이천웅이 과감하게 2루로 파고들었다. 두산 수비도 예상 못한 과감한 주루 플레이였다. 박용택의 파울플라이는 희생번트와 같은 효과를 냈다. 1점차 승부에서 가치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LG는 끝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두산은 LG를 9대7로 누르고 3전2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2연승으로 마무리했다. LG의 2020시즌도, 박용택의 커리어도 끝을 맞이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LG 트윈스 박용택(사진 왼쪽)이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한 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이병규 코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94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LG는 올해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전력이 예전보다 강해졌고 무엇보다 은퇴하는 박용택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는 동기부여가 컸다.

    박용택은 "선수들이 내 눈치를 본다"는 농담섞인 말을 하면서도 자신에게서 비롯된 우승을 향한 동기부여가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를 희망했다.

    "LG는 그런 게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시즌 전 인터뷰 때 팬들에게 올해는 꼭 가을야구를 하겠다, 유광점퍼를 입게끔 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지나고 보니 창피하다. 다른 구단은 우승을 말하는데 우리는 기껏 해야 절반 정도만 하겠다고 했다. 3등 하겠다, 4등 하겠다 이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은퇴하더라도 항상 우승할 수 있다는, 우승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야구를 해야 한다"

    '용암택', '사직택' 등 다양한 애칭을 갖고 있는 박용택이 마지막으로 듣고 싶었던 별명은 바로 '우승택'이다.

    LG의 암흑기로 불렸던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한 활약으로 프랜차이즈를 이끌었던 박용택은 은퇴 전 우승의 한을 풀고 싶어했다.

    본인은 물론이고 동료들 모두가 '우승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비록 우승 반지를 얻지는 못했지만 박용택은 20년 가까이 LG의 간판 선수로 활약하며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정규리그 통산 최다안타(2504개), 최다경기 출전(2236경기) 등은 실력과 꾸준함을 모두 갖춰야만 세울 수 있는 기록이다. 박용택의 은퇴는 LG 프랜차이즈의 한 챕터가 넘어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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