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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도 수정해주세요…" 대입수시 '대필·대작' 무더기 檢 송치(종합)



사건/사고

    "말투도 수정해주세요…" 대입수시 '대필·대작' 무더기 檢 송치(종합)

    • 2020-10-29 13:42

    40대男 학원장, 구속송치·나머지 77명 불구속 송치
    "지난해 2월 첩보 입수 후 수사…업무방해죄 등 혐의 적용"
    논문·발명품 등 교내외 대회 제출한 학생 60명 '전원 입상'
    1인당 100~560만원 지급…연루학생 등록비만 약 3억 달해

    서울지방경찰청 서상혁 사이버수사대장이 29일 오전 서울경찰청에서 사건 수사경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대학입시 수시전형과 관련해 논문, 발명품 등 교내·외 대회에 출품한 제출물들을 학생들 대신 '대리 제작'한 학원 관계자와 학생 등 78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송치됐다.

    29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각종 대회에 논문·발명보고서 등의 제출물을 대신 작성해 학생들에게 전달해 준 입시컨설팅 학원 관계자 18명과 이를 대회에 제출해 실제로 입상한 학생 60명 등 78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 및 위계공무집행방해죄다.

    특히 이 중 혐의가 무거운 학원장 A씨는 지난 16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23일 구속송치됐고, 나머지 피의자들은 모두 전날 불구속 송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서울지방경찰청 서상혁 사이버수사대장이 '대입 수시 관련 각종 대회 제출물 대리작성' 사건의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경찰에 따르면, 40대 남성인 A씨는 지난 2015년 말쯤부터 입시컨설팅 전문학원을 운영했고 입시설명회와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을 원생으로 모집했다.

    이들은 홍보물에 대회 입상을 위한 제출물의 '100% 대작'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인문사회·과학공학·경영경제·의학생명 등 수시 응모가 가능한 모든 분야의 대회 수상을 책임지겠다는 듯 광고를 내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필된 제출물은 논문과 독후감 등 문·이과를 포함해 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원은 학생별로 적합한 강사를 지정하고, 강사가 학생·학부모로부터 의뢰받은 제출물을 대신 작성해 전달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제를 대필한 강사들은 학원에 직접 소속된 인원 외 전문직, 대학원생 등 프리랜서 형태로 학원과 계약을 맺은 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 관계자와 학부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일부(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학원은 건당 100만원에서 최대 560만원을 지급받고 학생들에게 이같은 제출물을 제공했고, 입상에 따른 별도 '인센티브'는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인 학생들이 학원 측에 건넨 등록금만 약 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이러한 결과물들을 마치 스스로 창작해낸 것처럼 대회 주최 측에 제출해 입상했고, 결과적으로 공정한 대회 심사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학원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OO이가 (제출물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말투 등을 (본인의 것처럼) 수정해서 낼 수 있도록 지도 부탁드린다"고 학부모들과 치밀하게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에 다른 학생을 위해 대필된 일부 작성물이 '재탕'된 정황도 포착됐다.

    다만, 경찰은 연루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은 데 대해 "이 사건의 죄명은 업무방해인데, 제출한 당사자가 정범에 해당되고, (제출물을 대리)제작했다 해도 제출하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며 "법리적으로 봤을 때 주도적 역할을 한 건 학생이라 학생들만을 입건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뢰받은 제출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원 관계자들 간 카카오톡 대화(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일부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조사과정에서 "교육부에 정식으로 등록한 학원에서 떳떳하게 홍보하고 하는 것이니, 불법인 줄 몰랐다",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수사당국에) 적발도 안 되고 하다 보니 위법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무엇보다 부모의 경제력이 대회 입상 여부를 좌지우지하고 현행 대입·교육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란 점에서 중대한 범죄였다고 생각한다"며 "암암리에 컨설팅학원에서 대필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나오긴 했지만 이런 일이 관행적으로 실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각종 입시·취업 등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불법행위를 엄정 단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2월쯤 첩보를 입수하고, 이번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제 수사가 일단락된 만큼, 법률적으로 피해자 격인 각 대회 주최 측과 학교 측에도 교육부에서 조만간 관련 공문 송부 등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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