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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라임 지휘' 서울남부지검장 사직



사건/사고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라임 지휘' 서울남부지검장 사직

    박순철 남부지검장 22일 사직글
    추미애 지휘권 발동에 "납득 안돼"
    윤석열도 "근거 없는 수사 지휘"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사진=연합뉴스)

     

    라임운용자산의 펀드 사기와 검사 접대 의혹 등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사직의 뜻을 밝혔다. 박 지검장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공개 비판했다.

    박 지검장은 2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라임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사직글을 올렸다. 그는 사직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1조5000억원 상당 피해를 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000억원대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게 그 본질"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로비 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인데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검찰이 잘못 비춰지고 있는 데에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박 지검장은 최근 이뤄진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 지휘권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이 공개되고 사흘 뒤인 지난 19일 윤 총장에게 라임 사건과 가족 의혹 사건에서 손을 떼라며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지검장은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인 검사·야당 정치인 비리 부분과 관련해 검사 비리는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자체가 없었고,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경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총장께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관련해 검사들에게 향응·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사진=연합뉴스)

     

    또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으며 8월 31일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며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그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위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며 추 장관이 발동한 수사 지휘권의 부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청법 제9조의 입법 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추 장관은 올해 들어서만 3차례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지검장은 자신이 추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데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의정부지검장 시절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했다"며 "정치적 고려 없이 잔고증명서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했고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 언론 등에서 제가 누구 편이다 보도되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 어쩌면 또 한명의 정치검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저는 1995년 검사로 임관한 이후 26년간 검사로써 법과 원칙에 따라 본분을 다해온 그저 검사일 뿐이다"라고 적었다.

    (사진=자료사진)

     

    끝으로 박 지검장은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제발 믿어 주셨으면 한다"며 "법은 '물 흐르듯이'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거역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 놓으려 한다"고 글을 맺었다.

    윤 총장도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 지검장의 사직을 언급했다. 윤 총장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는 글을 게시하고 방금 전 사의 표명을 했다"며 "(추 장관의 수사 지휘권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제가 수사를 먼저 철저히 지시한 사람이고 야당 정치인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욕을 먹지 않도록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월 16일 김모씨가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 검사 접대 얘기가 나와서 보도로 접하고 10분 안에 남부지검장에게 철저히 조사해서 접대받은 사람 모두 색출하라고 했다"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추 장관이) 검찰총장도 이 부실 수사에 관련돼 있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는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검은 "검찰총장이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에 대해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보고 받고도 여권 인사와 달리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법무부의 발표에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 없으며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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