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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도시는 어떻게 사회와 인간을 바꿔놓는가"



문화 일반

    유현준 "도시는 어떻게 사회와 인간을 바꿔놓는가"

    유현준 교수가 말하는 '좋은 도시'란?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10월 21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유현준(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 정관용> 수요일에 꾸며드리는 유현준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오늘 아홉 번째 시간이면서 마지막 시간입니다. 그동안 나눴던 도시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 총정리하면서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이런 제목으로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유현준> 안녕하세요.

    ◇ 정관용> 사람이 만든 도시, 그렇죠?

    ◆ 유현준> 그렇죠.

    ◇ 정관용> 도시는 사람이 만들었죠. 그런데 그 도시가 결국은 또 사람을 만든다.

    ◆ 유현준> 그렇죠. 아무래도 공간들이 보이지 않게 사람의 생각을 좌지우지하고 사람들의 관계도 바꾸고 그게 사회가 되는 거니까요.

    ◇ 정관용> 어떤 도시에 사는 거에 따라서 사람들이 달라진다 이 이야기 아닙니까?

    ◆ 유현준> 충분히 그럴 수 있죠.

    ◇ 정관용> 한마디로 유 교수는 도시를 뭐라고 정의해요, 그러면?

    ◆ 유현준>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살아 있다, 유기체다, 움직인다?

    ◆ 유현준> 사람이 사실은 계획은 하긴 하지만 그 계획한 대로 진행된 적은 거의 없다고 보고요. 그 안에서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변수들,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인 이유들에 의해서 또 다른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예를 들어본다면?

    ◆ 유현준> 도시의 역사를 쭉 살펴보시면 한 5000년 넘는 역사가 생명체의 진화의 프로세스하고 되게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맨 처음에 생명체 진화를 보시면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명체가 있잖아요. 그게 우리가 집 같은 것 한 채, 두 채 지을 때라고 본다면 다세포 생명체가 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안쪽에 있는 세포에 산소공급이 안 되거든요. 그런 데는 그 안쪽의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 혈관계가 발달이 돼요, 순환계가.

    ◇ 정관용> 혈관, 순환.

    ◆ 유현준> 혈액순환을 위해서. 그런데 그런 거와 마찬가지로 깨끗한 피를 공급하는 것 같은 상수도 시스템 그다음에 더러운 피를 회수하는 정맥 네트워크와 비슷한 하수도 시스템 이런 것들이 최초에 많이 발생을 하죠.

    ◇ 정관용> 상하수도.

    ◆ 유현준> 상하수도 시설이 그런 물을 공급하고 더러운 물을 회수하는 것들이 결국에는 그 순환계하고 비슷하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 정관용> 단세포가 다세포 생명이 될 때 혈액순환이 필요한 것처럼 도시가 작다가 커지려면 무조건 상하수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 유현준> 그렇죠. 그건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네요. 그 상하수도를 제일 처음 갖춘 도시가 어디라고 봐야 돼요?

    ◆ 유현준> 사실은 되게 고대부터 시작을 했는데요. 그걸 체계적으로 만들었다고 보통 얘기하는 건 로마가 사실은 첫 번째로 체계적이라고 할 수 있죠.

    ◇ 정관용> 로마.

    ◆ 유현준> 아퀴덕트 시스템 같은 것들이.

    ◇ 정관용> 아퀴덕트?

    ◆ 유현준>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로마가 인구가 100만 명이었는데요. 100만 명 인구를 먹여 살릴 물이 거기 없으니까 20~30km 떨어진 곳에서 물을 공급해서 와야 되거든요. 그런데 당시에 시골에서 산에서 물을 가져오겠죠. 그럼 기울기에 따라서 쭉 오는데 계곡에 한 번 물이 내려가면 다시 못 올라오니까 그 골짜기 같은 데다가는 다리를 만들어서.

    ◇ 정관용> 그거 유럽여행 TV에서 많이 봤어요.

    ◆ 유현준> 한 번은 보셨을 겁니다.

    ◇ 정관용> 다리처럼 생겼어요, 진짜. 석조다리로. 그런데 그게 그 위로 물이 흐른다는 거죠?

    ◆ 유현준> 수로가 흐르는 거죠. 그래서 로마에 가시면 분수가 많잖아요. 계속 물이 공급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 물이 없었으면 사실은 거기에 사람이 살 수는 없었겠죠.

    ◇ 정관용> 그런 걸 처음 만든 건 로마다. 그다음에는 그런 혈액순환 같은 물의 순환을 만든 이후에는 뭐가 또 필요합니까?

    ◆ 유현준> 신경계가 발달을 하죠.

    ◇ 정관용> 신경계.

    ◆ 유현준> 그래서 그 신경계가 많이 발달해야지 사실은 외부에서의 변화를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도시에서 보면 통신망들이 많이 발달하기 시작하죠. 20세기 들어서 전화통신망이 많이 발달을 했고 사실 20세기 후반에 와서는 인터넷 같은 게 발달했다는 얘기는 신경계가 계속해서 지난 100년간은 발달한 상태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혈액순환이 물의 흐름 그다음에 신경계 발달은 통신망. 교통은 어떻게 돼요?

    ◆ 유현준> 사실은 교통도 일종의 저는 혈액의 흐름이라고 저는 판단을 내리는데.

    ◇ 정관용> 물이 흐르듯이 교통이 흐른다.

    ◆ 유현준> 지금 교통정체가 많고 이런 것들은 동맥경화라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동맥경화죠.

    ◆ 유현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그런데 통신망은 동물로 치면 척추신경 이런 거네요.

    ◆ 유현준> 중추신경계죠.

    ◇ 정관용> 중추신경계.

    ◆ 유현준> 그게 점점점점 발달하는. 요즘에 인터넷 같은 것을 보시면 광케이블 같은 게 허브를 중심으로 해서 깔리고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사실은 일종의 그런 중추신경계를 갖춰가는 거라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다시 돌아가서 물을 처음 체계적으로 한 게 로마라면 교통체계를 처음 한 곳은 어디죠?

    ◆ 유현준> 사실은 제가 보는, 사람마다 다른데.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파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왜요? 파리 어떤 점이.

    ◆ 유현준> 파리가 나폴레옹 3세 때 직선의 도로망을 만들었거든요. 그러니까 과거의 도로라고 한다면 로마시대 때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그런 도로망이었었다면 그전에도 사실은 다리우스왕도 그런 도로를 만들었고 왕의 길이라고 하는 것. 그런데 도시 내에서의 도로망 체계를 정말 어떻게 보연 교통 중심으로 사람보다는 빨리 움직일 수 있게 한 것은 파리예요. 직선으로 도로를 만들었고 그때 처음으로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그러니까 마차가 다니는 길과 인도가 구분되기도 하고.

    ◇ 정관용> 그게 파리가 시작입니까?

    ◆ 유현준> 네, 그래서 그런 체계를 만들었고 그 직선의 도로망 체계가 그다음 시대에 적용된 것은 뉴욕이 대표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죠.

    ◇ 정관용> 지하철도 파리가 처음 아니에요?

    ◆ 유현준> 제가 아는 바로는 처음인데 모르겠습니다. 그거보다 앞에 있을지는...

    ◇ 정관용> 제가 듣기로.

    ◆ 유현준> 파리가 되게 세계적으로 지하하수도도 처음이었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지하하수도를 만들면서 돌을 캐서 그걸로 건축을 하고 그리고 지하하수도 만드는 그 지하를 파는 기술을 가지고 발전하면서 지하철도 처음 시작하고 이렇게 제가 들은 적이 있거든요.

    ◆ 유현준> 맞을 겁니다.

    ◇ 정관용> 그럼 지상, 지하 할 것 없이 그런 교통 이 부분은 파리가 앞섰다.

    ◆ 유현준> 그리고 채석장으로 돌 많이 파낸 데다가는 납골당 같은 공동묘지 같은 것도 만들고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지하 공간을 되게 많이 발전시킨 그런 도시가 파리죠.

    ◇ 정관용> 그리고 나서 통신망 그다음에 인터넷까지의 어떤 이런 쪽으로 가면 우리나라도 꽤 앞선 것 아닌가요?

    ◆ 유현준> 엄청 앞선 거죠. 저희는 90년대 말에 와이파이 같은 것들 되게 투자를 많이 했잖아요. 그러니까 저희가 되게 좁은 국토라는 게 이럴 때는 이점인 것 같아요.

    ◇ 정관용> 좁은 국토.

    ◆ 유현준> 좁은 국토가 통신망도 빨리 깔 수 있고 그다음에 교통망도 빨리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고 그런 장점이 있죠.

    ◇ 정관용> 무선통신망이 되잖아요, 이제는. 선도 아예 필요 없잖아요. 그럼 그거는 우리 인체로 따지면 뭐라고 해야 돼요?

    ◆ 유현준> 모르겠습니다. 텔레파시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 정관용> 텔레파시?

    ◆ 유현준> 일단은 그런데 도시가 되게 진화한 것 같지만 사실 바뀌지 않고 되게 아직도 낙후된 상태라고 볼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에너지를 계속 소비하는 상태잖아요, 저희는. 그러니까 의식은 못하지만 이 도시 하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도 외부에서 끌어서 와야 되고 전기로 바깥에 있는 발전소에서 가져와야 되고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비만 하는 단계인 거예요. 그런데 이게 제대로 생명체라고 한다면 생산도 하고 소비도 해야 될 텐데 어찌 보면 지금 상태는 계속 소비만 하고 기생하는 약간 바이러스랑 비슷하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죠.

    ◇ 정관용> 그럼 도시도 유기체라면 자기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해서 그걸 가지고 통신망도 교통망도 유지할 수 있는 그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나요?

    ◆ 유현준> 많이 요즘에 태양광 발전도 하고 효율도 높이려고 하고 그리고 제로에너지시티라는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그런 도시들도 계획되고 하니까 완전히 불가능할 거라고 저는 보지는 않고요. 어쨌든 그 방향으로 가야 된다. 지금 어떻게 보면 도시는 너무 육식성이고 사실 약간 식물성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 정관용> 식물성. 스스로 광합성을 해서 뭔가 에너지도 만들어내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 유현준> 그렇죠. 그게 사실은 지속가능한 도시죠.

    ◇ 정관용> 호랑이 같은 도시가 아니라 단풍나무 같은 도시가 돼야 한다. 비유가 꽤 멋진.

    ◆ 유현준> 괜찮네요.

     


    ◇ 정관용> 그렇게 유기체적으로 진화해 온 도시가 그다음에 인간을 만든다. 그 대목을 좀 설명해 주시죠.

    ◆ 유현준> 사실 명확하게 예를 들어서 우리가 아테네 같은 극장을 보시면 거기에 만들어진 원형극장이라고 하는 그런 공간들 그게 사실은 민주사회를 완성했다 저는 그렇게 보거든요. 그전에 있었던 공간들이라고 한다면 신전 건축 같은 거잖아요. 그럼 높은 걸 쌓고 제사장이 1명이 올라가요. 사람들의 시선을 모아서 그 사람의 권력이 집중됐다면.

    ◇ 정관용> 사람들은 밑에 있고.

    ◆ 유현준> 밑에 있고. 이제 반대로 되는 거죠. 원형극장을 보시면 시선이 모이는 건 무대인데.

    ◇ 정관용> 바닥이에요.

    ◆ 유현준> 밑에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사실은 시선을 모은다는 입장에서는 무대에 선 사람이 권력을 가지지만 내려다본다는 입장에서는 관객이 또 권력을 가지게 되는 거고 또 자리를 바꾸죠. 관객도 극장에 설 수도 있고 무대에 설 수도 있고.

    ◇ 정관용> 그게 민주주의의 토양이 됐다?

    ◆ 유현준> 민주주의 토양이 됐다 보고요. 그런 식으로 하나둘씩 점점점 그런 공간 구조를 발전시켜왔던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러네요. 원형극장이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 첫 번째로 그런 관계 역전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 유현준> 맞습니다.

    ◇ 정관용> 그 이전까지는 사실 도시의 시작은 태양신 숭배로부터 출발하니까 뭐든지 좋은 것일수록 높은 곳에 높은 곳에.

    ◆ 유현준> 그렇죠.

    ◇ 정관용> 민중들은 전부 바닥에 바닥에 이거였는데 그것을 역전시킨 첫 번째가 원형극장이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또 그다음에는요.

    ◆ 유현준> 도시 같은 파리 같은 경우는 방사상 구조였거든요.

    ◇ 정관용> 개선문을 중간에 두고.

    ◆ 유현준> 그래서 그게 점점.

    ◇ 정관용> 쫙 퍼져나가죠.

    ◆ 유현준> 퍼져나가서 그렇게 만든 이유가 있는데 그게 결국에는 또 아까 말한 제사장과 비슷하게 한쪽에 권력이 집중되게 하는 거거든요. 개선문에 거의 한 10개 정도의 도로가 막 붙잖아요.

    ◇ 정관용> 다 그리로 집중되어 있죠.

    ◆ 유현준> 그걸 만든 이유는 사실은 사람들이 시위나 폭동을 일으키면 민중반란이 일어나면 개선문의 중심부에다 대포를 설치해서 그걸 다 손쉽게 제어하기 위해서 그렇게 만든 거거든요.

    ◇ 정관용> 10군데 방향으로 대포를 다 쏜다.

    ◆ 유현준> 최소한의 병력으로 최대한의 민중을 컨트롤하기 위한. 사실은 그게 또 진화하면 격자형으로 된 맨해튼의 그리드가 나오잖아요.

    ◇ 정관용> 맨해튼은 격자형.

    ◆ 유현준> 격자형으로 된. 그건 사실은 모든 코너가 동등한 어떤 위계를 가지는 조금 더 민주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죠.

    ◇ 정관용> 방사형 도시보다는 격자형 도시가 더 민주적이다.

    ◆ 유현준> 네. 그래서 재미난 것은 똑같은 미국 시대에 만들어진 건데 상업중심의 도시인 뉴욕은 격자형으로 돼 있는데 정치중심의 도시인 워싱턴DC는 격자형과 방사형이 섞여 있어요.

    ◇ 정관용> 그렇군요.

    ◆ 유현준> 그래서 약간 권력이 집중된 것을 보이고 싶어 하면 그런 방사상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거죠.

    ◇ 정관용> 서울은 어떤 거예요, 그러면?

    ◆ 유현준> 한양 같은 경우로 보면 저는 경복궁 같은 그런 것들도 사실은 지금 세종로로 바뀌기는 했지만 육조거리에 있는 그 거리가 사실은 그 거리의 축의 중심선상에 경복궁이 있잖아요. 시선이 집중되는 곳에 경복궁이 있는 거거든요.

    ◇ 정관용> 모양이 방사형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쪽인데 그런데요. 그다음 발전은 어떻게.

    ◆ 유현준> 그다음에 강남으로 갔으니까 강남은 격자형으로 되어 있는.

    ◇ 정관용> 강남은 격자죠, 전형적인.

    ◆ 유현준> 그런 전형적인 그러한 어떻게 보면 평등하게 균질화된 그런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방사형과 격자형이 서울에도 공존하네요. 대부분의 오래된 도시들은 사실 또 그래요. 구시가지는 방사형, 신시가지는 격자형. 대체로 그렇죠?

    ◆ 유현준> 그게 그 당시 어떻게 보면 사회조직의 어떤 권력구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특정한 포인트에 대개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던 시절에 만들어진 도시라면.

    ◇ 정관용> 그게 구도심이라면.

    ◆ 유현준> 구도심이라면 자연스럽게 큰 성당을 중심으로 해서 도로가 재편된다든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인위적, 계획적으로 하다 보면 격자형이 훨씬 더 효율적이니까요.

    ◆ 유현준> 효율적으로 훨씬 더 빠르게 물류를 이동시킬 수 있고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진 새로운 시대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럼 건축가들은 도시를 설계한다거나 이런 것 할 때 이것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 유현준> 엄청나게 생각해야 하는 거죠.

    ◇ 정관용> 처음부터 그거부터 고민해야 되는 거군요.

    ◆ 유현준> 맞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먼저 이상적인 모습을 생각해야 되고요. 그거에 맞춰서 어떻게 보면 연극을 할 때 스토리를 먼저 구상하고 그것에 맞게 세트를 만드는 것처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어하는지를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맞는 공간 구조가 뭔지를 생각해야죠.

    ◇ 정관용> 도시뿐 아니라 사실은 작은 집 하나 지어도 제대로 된 건축가라면 그 집을 지으려는 사람과 만나서 당신은 여기서 뭘 하고 싶어요. 이것부터 물어야 된다면서요?

    ◆ 유현준> 그렇죠. 어떻게 보면 가족 구성원들끼리의 관계라든지 이 사람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면 어떤 장면을 보고 싶은지 커피를 마실 때 해가 들이치는 곳에서 먹고 싶은 건지 아니면 나무그늘에서 먹고 싶은 건지 이런 사람들마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시나리오가 있거든요. 그것을 듣고 그것에 맞춰서 커스터마이즈해서 만들어야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 결국 도시 내지는 건축물, 사람이 가장 적합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살아갈 수 있는 그리고 그 건축물로 인해서 사람이 더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하고 성취를 더 낼 수 있는 이렇게 해 주면 최고네요.

    ◆ 유현준> 그렇죠.

    ◇ 정관용> 그런 몇 가지 사례가 있습니까?

    ◆ 유현준> 그러니까 그게 결국에는 어느 정도의 다양성과 지역성 이런 것들이 드러나야 되거든요.

    ◇ 정관용> 다양성, 지역성?

    ◆ 유현준> 복합성. 일단은 다양성이 보존이 되어야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람이 다 다양하잖아요. 그러면 어떤 사람은 예를 들어서 뉴욕 같은 도시가 좋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부산 같은 도시가 좋을 수도 있고 누구는 대전 같은,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가 좋을 수도 있고. 뭔가 그 사람에게 맞는 도시를 선택할 수 있게끔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고요.

    ◇ 정관용> 한 도시 안에 그런 여러 가지가 다 들어가야 된다.

    ◆ 유현준> 더 들어가면 좋은 거죠. 그러면 더 좋은 거고 일단 저는 제가 생각하는 건 우리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전국에 그렇게 도시가 다양하면 내가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종류가 좀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좋은 것 같고 개인으로 봤을 때에는 어쨌든 걸어갈 만한 거리 안에 많은 행위들이 해결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게 좋은 거고 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면 도시 입장에서 보면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는 게 좋은 거죠.

    ◇ 정관용> 공원 같은 데 광장 같은 데. 그러면 되죠?

    ◆ 유현준> 벤치라든지 미술관이 있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공짜로 갈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라든지. 그런 게 많은 도시일수록 사실은 좋은 거죠. 1층에 개방성이 많은 도시가 좋은 거다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지난 몇 주 동안 유현준 교수가 많이 강조한 게 그거예요. 1층에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만날 수 있는 가게 숫자가 많을수록 좋다 그런 거죠? 또 거리와 거리는 자주 부딪칠수록 좋다. 부딪치는 데마다 광장이 생길수록 좋다 그런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정말 우리 서울은 안 좋은 도시네요.

    ◆ 유현준> 그래도 나아지고는 있습니다.

    ◇ 정관용> 어디가 나아지고 있어요. 요즘?

    ◆ 유현준> 그래도 최근 들어서 광화문에 도로도 줄일 거라는 계획도 있었고.

    ◇ 정관용> 차도를 줄인다?

    ◆ 유현준> 차도를 줄이는 것도 있고.

    ◇ 정관용> 광장 조금 넓힌다 이런 거.

    ◆ 유현준> 그래서 그리고 앞으로 조금 체계적으로 돼야겠지만 재건축을 하면서 공개공지를 잘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그것들이 너무 조각조각 나서 거의 버려지는 자투리로 되는 게 아니고 그걸 체계적으로 잘 모아서 한 곳에 몇백 평 정도 되는 포켓파크라도 만들 수 있게끔 처리를 한다든지.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늘 마지막 시간이고 하니까 이처럼 공간, 도시, 건축, 도로 설계 이런 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깨닫고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되지 않습니까?

    ◆ 유현준> 아무래도 그래야 되요.

    ◇ 정관용> 그런데 전문성이 없잖아요, 시민들은?

    ◆ 유현준> 일단은 좀 관심을 가지셔야죠.

    ◇ 정관용> 그런 역할을 앞으로 유 교수가 하시면 어때요?

    ◆ 유현준> 저는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 정관용> 도시 발전, 도시 설계의 진화를 위한 시민운동연구소 이런 거 어떠세요?

    ◆ 유현준> 제가 너무 거창하게 연구소까지는 좀 어려울 것 같고요. 그냥 되는 대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소 하면 또 직원도 뽑아야 되고.

    ◇ 정관용> 아니, 시민운동이니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같이 모여서.

    ◆ 유현준> 그런 게 있나요?

    ◇ 정관용> 시작하면 되잖아요.

    ◆ 유현준> 알겠습니다.

    ◇ 정관용> 유 교수가 시작하시면 제가 옆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 유현준> 감사합니다.

    ◇ 정관용> 고문도 해 드리고.

    ◆ 유현준> 알겠습니다, 무보수로.

    ◇ 정관용> 그러니까요. 어때요? 필요하지 않겠어요?

    ◆ 유현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게 아니라 전부 돈의 논리로만 도시가 맡겨져버리면 결국 우리 삶을 망치거든요.

    ◆ 유현준> 사실은 그것의 첫걸음은 공간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 우리의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를 아는 것부터가 사실 중요한 것 같아요.

    ◇ 정관용> 그걸 알려주시려고 지난 9주 동안 나오셨던 거죠.

    ◆ 유현준> 그렇습니다.

    ◇ 정관용> 많이 배웠습니다.

    ◆ 유현준> 감사합니다.

    ◇ 정관용> <스페이스 오딧세이="">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 고맙습니다.

    ◆ 유현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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