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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베일 벗는 김종인표 스웨덴式 노동개혁, 성과 거둘까



경제 일반

    [노동:판]베일 벗는 김종인표 스웨덴式 노동개혁, 성과 거둘까

    김종인, 1938년 스웨덴 샬트셰바덴 협약 언급하며 노사 빅딜 주장
    개별 사업장 아닌 전국 단위 협상으로 노사 갈등·노동자 격차 줄이겠단 전략
    보수정당에서 북유럽 사민주의 모델 도입 가능할까부터 의문시 돼
    대타협 추진할 노사 신뢰 부족한 것이 현실…자칫 과거 보수 정책 답습할 수도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깔아봅니다. [편집자 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기한 노동개혁의 밑그림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당내외에서 호응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종인, '쉬운 해고' 답습 비판에 '스웨덴 샬트셰바덴 협약'으로 응수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정의당 김종철 신임 대표와 만난 자리 등을 통해 '노동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근로기준법을 뛰어넘어 노동시간과 임금체계를 유연화하겠다는 대목만 놓고 보면 이미 지난해 가을 발표된 '민부론'에 담겼던 국민의힘의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러한 새로운 노사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노조 중심의 노사 협상 구조를 지목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구상에 대해 여당 등에서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됐던 '쉬운 해고'를 되풀이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반박하며 김 위원장이 강조한 카드는 1938년 살트셰바덴 협약으로 시작한 스웨덴식 모델이다.

    살트셰바덴 협약은 스웨덴 노총(LO)과 스웨덴사용자연합(SAF)이 체결한 협약이다. 개별 기업의 노조가 임금협상을 따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 양측의 전국 단위 중앙조직에 협상 기능을 집중했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만 노사 협상을 벌이면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에 유리한 반면, 하청업체 등에 각종 부담이 전가되기 쉽다. 또 노조 조직률이 낮은 소규모 사업장이나 아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주변 노동자들의 여건을 개선하기도 어렵다.

    현재 국내 노동계가 산별노조, 지역노조 등 다양한 형태의 노조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이론적 뿌리에도 스웨덴의 살트셰바덴 협약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당시 스웨덴 경영계에도 살트셰바덴 협약은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분쟁 조정권한이 중앙조직에 집중되면서 개별 사업장에서는 파업 등 강경한 노동자 투쟁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주장은 그동안 국민의힘이 민간 영역을 강조한 전통적인 미국식 자유주의 정책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노동이사제, 사회안전망 강화, 연대임금 문제에 관해 노동계와 통 큰 대타협을 벌여 북유럽식 노사관계를 이루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의 힘은 노동관계법 개정 TF를 꾸려 국정감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입법 과정에서 위의 노동개혁 의제를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당 내 합의 얻기 어려울 듯…실제 추진돼도 '다시 우회전' 우려도 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구상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의 영역에 남아있다.

    당장 당 내에서부터 기존 미국식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부정하고 급선회하는 조짐에 반발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훈계인지 정치인지 모르겠다"며 비대위가 소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민의힘이 아직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 않은 만큼 일단 관망하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청와대 황덕순 일자리수석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제안하는지에 따라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며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여당은 그동안 추진해왔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을 올해 안에 통과시키는 것이 더 급한 처지인데다, 자칫 여당이 추진해온 공정경제 3법의 발목을 잡는 카드로 김 위원장의 '노동개혁'을 연계할 수 있어 마뜩잖은 입장이다.

    여당의 한 노동계 출신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끝난 후 구체적인 법안 발의 요구를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정치 이슈 성격이 더 큰 것 같아 보인다"며 "국민의힘에서 얼마나 진실성 있는 제안을 낳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만약 정치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스웨덴 모델을 당장 한국의 현실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사정이 전체 노동자와 자본 간의 대규모 협상을 벌일 정도로 신뢰가 아직 쌓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물론, 최저임금위원회 등 다른 노사정 대화채널에서도 번번이 극한 대립을 빚으며 중요한 노사 이슈에 관해 파행을 빚어왔던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총 김석 정책실장은 "사회 변화를 위한 전제는 대화 주체 간의 기본적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힘당이나 재벌 등이 과연 우리 사회에 충분한 신뢰를 보여줬는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노동법, 노조를 일종의 장애물로 묘사하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회 변화에 따라 법, 제도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기본 출발선은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한국의 현실과 주변 상황이 크게 다른 스웨덴 노사 협상 모델에서 일부만을 취사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기존 노조 힘빼기 내지는 노동조건의 전반적인 악화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김성희 소장은 "불안정 노동이 확산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교섭 포괄력을 높여 노동자 간의 격차를 좁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의미있다"며 "새로운 발상을 한 것 자체는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 스웨덴은 사회주의의 위협 속에 사민주의를 주류세력으로 포괄하려 했기 때문에 대타협 등이 가능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이를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실제로는 기존의 고용 유연화 주장만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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