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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대출알선에 징계무마까지…금감원 간부의 파워



법조

    [법정B컷]대출알선에 징계무마까지…금감원 간부의 파워

    '옵티' 연루 금감원 국장, 다른 뇌물사건서 1심 유죄
    과거 경남기업 대출 종용 등은 '직권남용' 인정되기도
    검찰, 옵티머스·라임 연루 금감원 인사들 계속 수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020.7.22. 서울중앙지법 윤모 전 금감원 국장 뇌물수수 혐의 1심 선고
    재판장 "금융회사의 임직원인 피고인 윤○○(판결 당시 △△금융연구원 이사)이 그 직무에 관해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수수까지 했습니다. 또 그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하고 금품을 받거나 피고인 김○○(대출 브로커)과 공모해 알선에 관해 금품을 받기로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중략… 범행수법과 내용 등에 비추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고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행위 등을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취지를 고려하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의 핵심 축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금융감독원입니다. 전·현직 간부가 옵티머스 계열 회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가 하면, 사기행각을 벌이는 주체들이 자신이 금감원의 누군가와 친하다며 허세를 부리기도 합니다. 정말로 금감원 간부가 나서면 안될 일도 '잘' 풀리게 되는 걸까요?

    우선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근 소환조사를 받은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윤 전 국장은 이번 옵티머스 의혹에 앞서 별개의 뇌물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건에서 윤 전 국장이 한 일은 크게 '대출알선'과 '징계무마' 시도로 나뉩니다. 윤 전 국장은 금감원 재직 시절 주로 저축은행 등 비은행 분야 검사국에서 경력을 쌓아왔고, 2018년 사건 당시엔 금융교육 관련 부서 국장급으로 근무하며 현업에서는 한 발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 체감하는 '현직 금감원 국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컸던 것 같습니다.

    윤 전 국장은 2018년 7월 금감원 부근의 커피숍에서 한 기업체 사장 오모씨를 만나 5억 500만원을 대출받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신이 알고 지내던 시중은행 부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 후 오씨는 해당 은행에서 5억 5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씨는 윤 전 국장에게 사례금으로 1천만원을 보냈습니다.

    윤 전 국장은 대출브로커와 협업하기도 했습니다. 브로커 김모씨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물색해 윤 전 국장에게 소개하면, 윤 전 국장이 업계를 압박해 일을 성사시키고 대출금액의 10%를 수수료로 나눠 갖기로 한겁니다. 실제로 김씨가 의뢰인을 데려오자 윤 전 국장은 저축은행 두 곳에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자신이 금감원 간부라고 신분을 밝히면서 의뢰인이 대출을 받게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금융계 종사자들도 윤 전 국장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금감원 검사에서 면직·견책 등 징계를 받게 된 금융회사 직원들이 징계수위를 낮추는 데 힘써달라며 해당 업무 담당자도 아닌 윤 전 국장에게 2천만원을 보낸겁니다.

    (사진=연합뉴스)

     

    2018.1.24. 서울고법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 직권남용 혐의 2심 선고
    재판장 "금감원 국장은 감독 업무를 위해 은행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경남기업 대출을 압박하기 위해 농협에 10년치 여신심사자료를 단기간에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중략… 또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은행들에) 단순한 권고를 넘어 경남기업 입장을 반영한 구체적인 긴급자금 액수까지 지정하며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윤 전 국장에 앞서 금감원 간부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또 있었습니다. '성완종 게이트'로 번지기도 했던 경남기업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김진수 금감원 전 부원장보 사건입니다. 김 전 부원장보는 윤 전 국장처럼 뒷돈을 받고 나서진 않았지만, 당시 기업금융개선국장이라는 중요 직책에 있었던 만큼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김 전 부원장보가 경남기업 대주주이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고(故) 성완종 회장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기 어려운 위치이면서 또 자신의 인사청탁을 목적으로도 협력했다고 의심했습니다.)

    김 전 부원장보는 농협에서 경남기업 대출이 불가하다는 보고를 받은 후 농협에 10년치 여신심사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농협 직원 20~30명이 한 달 가까이 A4용지 약 30박스 분량의 자료를 복사해야 했는데, 이후 농협이 경남기업 대출을 결정하자 금감원은 해당 자료들을 토대로 어떠한 조사나 검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감독권자의 권한을 이용해 자신의 요구사항을 실행하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이죠.

    이외에도 김 전 부원장보는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당일 8개 은행의 부행장을 금감원으로 불러들여 신규 긴급자금 1천억원이 지원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습니다. 은행은 마지못해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경남기업에 대한 실사를 거쳐 채무재조정안을 마련했을 때도 실사 내용과는 딴판으로 경남기업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것을 강요당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1심에선 김 전 부원장보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는 겁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금융시장의 안정 도모라는 목적 하에 원활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채권은행과 경남기업의 입장 차이를 조정한 업무 범위 내의 일"이라고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줬습니다.

    만약 이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면 금감원 전·현직자와 이들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범죄자들에겐 일종의 '청신호'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보에 대해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과거부터 수행하던 업무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잘못된 관행으로 시정의 대상이 될 뿐이며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꾸짖었습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2020.10.16. 서울중앙지법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첫 공판
    김재현 측 변호인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정·관계 금융 로비의혹은 본 재판(사기·사문서위조 등)과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재판에서 진실이 가려지기도 전에 김재현 피고인이 로비를 주도하고 펀드 운용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도돼 방어권에 심대한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열린 옵티머스 관계자 5명의 공판에서 김재현 대표 측은 최근 불거진 로비 의혹에 억울함을 표했습니다. 현재 김 대표 등 옵티머스 관계자들이 기소된 죄목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사문서위조 등입니다. 김 대표 말대로 로비 의혹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고, 검찰이 수사 중입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윤 전 국장을 비롯해 금감원 수석조사역 출신 변모씨,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출신 구모씨 등이 옵티머스 관련 회사들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미 변씨가 지난 5월 옵티머스 부실을 검사하던 금감원 국장과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뜻한 마음으로 봐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죠.

    라임자산운용 사건에서도 옛 증권감독원 출신 송모씨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금감원의 라임 조사보고서 일부를 빼돌린 전직 금감원 팀장이 최근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천만원, 추징금 3667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이 금감원 선·후배들에게, 금융권 실무자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을 지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계속 밝혀질 겁니다. 청탁과 대가가 오고갔다면 두말 할 것 없고, 김 전 부원장보의 사례처럼 직권남용죄의 경계에 있는 현직자도 있겠죠.

    유·무죄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금감원 관계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로 법정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금융의 신용과 건전성을 담보해야할 기관이 '로비스트의 표적' 혹은 로비 활동의 본거지가 됐다는 오명까지 쓴 상황.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금감원의 쇄신안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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