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맵(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을 분사한다.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 조직을 따로 떼고 인공지능, 자율주행까지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통신사 SK텔레콤의 이같은 행보는 이미 포화 상태에 달한 통신시장에서, 미래 신사업의 핵심으로 '모빌리티'를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 이후 미래 스마트 디바이스를 '자동차'로 내다봤다.
가입자 1850만명에 달하는 T맵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 티맵택시부터 주차장·자동차 판매·대여·주유·보험영업 등에서 시너지를 기대한다. 이미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도약'…T맵 데이터·기술력 기반 신사업 박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5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모빌리티 사업의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SK텔레콤이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50명 규모의 모빌리티사업단을 출범해 사업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신설 법인은 우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을 중심으로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할 것으로 전망된다.
T맵은 월간 이용자 1300만명으로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이 70%에 육박한다. 그러나 그간 이를 활용한 수익 창출은 미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분사를 통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의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수익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T맵에 내비게이션 인접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이같은 큰 그림을 그려오고 있었다. T맵에 AI 음성비서 '누구'를 탑재했고, 최근에는 택시호출·대중교통·주차장·맛집 검색·여행지 추천·차량용품 쇼핑 등 기능도 추가했다.
이번 분사를 계기로 타 업체와의 파트너십이나 사업 관련 의사결정이 더욱 신속해지면서 T맵 연계 서비스 사업화는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T맵, 인공지능 '누구', 음원서비스 '플로', OTT 서비스 '웨이브'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을 선보이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모빌리티 사업 분사에 대해 "시장 잠재력이 큰 모빌리티 시장에서 몸집을 가볍게 해서 빠른 변화에 밀접하게 대응하고, 투자·제휴 등 외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사진=연합뉴스)
◇우버, 신설 법인에 1000억원대 투자…BMW 볼보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협력 강화신설 법인은 미국의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로부터 1000억원대 규모의 투자를 받는다. 우버는 이번 투자로 신설 법인의 2대 주주가 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SK텔레콤은 그동안 BMWㆍ볼보ㆍ재규어 등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을 공급해 왔다. 미국 방송 기업인 씽클레어, 삼성전자가 인수한 세계 최대 전장 기업인 하만 등과도 손잡고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모빌리티에 대한 SK텔레콤의 광폭 행보에는 그동안 T맵이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와 축적된 기술력이 깔려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상상 가능한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T맵에 집약해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초고속·초저지연으로 대표되는 5G 시대를 맞아 T맵이라는 플랫폼의 확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확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알고리즘과 초정밀 위치 측정 솔루션 등으로 자사 핵심 기술을 총망라해 실험을 이어온 SK텔레콤은 T맵택시, T맵쇼핑, T맵미식로드, T맵대중교통,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IVI) 등을 선보였다. 향후에는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퍼스널 모빌리티와 자동차 종합 서비스 등까지 모두 가능한 '슈퍼 플랫폼'화한다는 방침이다.
◇"자율주행 시대 선점"…주행중에 검색·쇼핑·결제까지SK텔레콤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전시 부스에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통합 IVI), HD맵 기술을 적용한 로드러너, 차세대 단일 광자 라이다 등 다양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SK텔레콤은 "모빌리티 분야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차량용인포테인먼트 등 미래 기술의 총체"라며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함으로써 향후 ICT 분야 전반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설 법인이 이런 티맵 기반의 서비스를 토대로 SK텔레콤이 보유한 AI 기술과 자율주행·쇼핑·결제 등을 접목해 신규 서비스를 발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T맵은 경로 주변 맛집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데 여기에 SK페이를 통한 결제까지 한번에 되는 방식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차량 내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것은 물론, 쇼핑과 결제까지 한번에 이뤄진다"며 "SK텔레콤의 전략은 한마디로 자율 주행 시대의 차량안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동맹' 카카오 넘어설까…국내 모빌리티 시장 판도 변화 '주목'SK텔레콤이 모빌리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가 선점해온 국내 모빌리티사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지만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미묘한 경쟁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내비게이션 등 영역에서 T맵과 경쟁중이다.
카카오는 2017년 모빌리티사업을 분사해 관련 시장을 선점, 수익화에도 성공했다. T맵이 내비게이션 이용자 저변은 더 넓지만, 택시 호출 등에서는 카카오에 밀리고 있다.
특히 택시 분야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업계 간 마찰이 있을 당시, 점유율을 잠시 높인 것 외에는 계속 뒤처져 있는 상태다.
여기에 한국 진출 후 정부 규제에 가로막힌 우버가 SK텔레콤과 손잡으면서 향후 어떤 사업이 추진될지에도 눈길이 쏠린다.
우버는 2013년 국내 진출 이후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접고 현재 우버 택시를 운영 중인데, 우버의 차량 호출 노하우 등을 T맵 택시와 결합해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지분 교환 방식의 전략적 협력 관계로 양사 서비스 경쟁에도 불구하고 초기엔 협력하면서 생태계 확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양사가 AI 동맹 등을 구축한 것 또한 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김홍식 연구원은 "T맵이 분사 이후 자율주행차 산업으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가치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우버와의 협력은 공유경제사업을 감안한 포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