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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친중 대만국민당도 美와 수교 요구 …中 "내리막길의 패배자"

친중 대만국민당도 美와 수교 요구 …中 "내리막길의 패배자"

대만 입법원 대미수교 결의안 통과
미국에 안보 지원 요청 결의안도
'친중' 국민당 주도로 이뤄져
'중국인' 정체성 가진 대만인 1% 상황에서
장지천 주석 취임 이후 개혁 가속화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전경(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대만 입법원에서는 두 개의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자는 것과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을 적극 요청하자는 결의안이다.

결의안이 통과되자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입법원 결의안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외교부 대변인도 여야 입법위원들의 미국과 대만의 외교 및 안보 관계에 대한 지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두 결의안은 미국이 중국 남동부 연안 깊숙히 정찰기를 보내고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등 양안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의회가 취할 수 있는 당연한 조치다.

결의안은 지난 8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지난달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체차관이 대만을 찾는 등 지난 1979년 단교 이후 부쩍 가까워진 미국과 대만 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결의안이 입법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인 민진당이 아니라 친중성향이 강했던 국민당이 발의해 이뤄진 것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본토에 뿌리를 두고 양안관계를 중시하는 국민당이 미국과의 수교하고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자는 결의안을 낸 것은 국제정세의 변화뿐 아니라 국민당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정권 탈환까지 넘보던 국민당은 홍콩민주화 시위 등의 영향으로 지난 1월 치러진 총통선거와 입법원 선거에서 대패했다.

이어 3월에 치러진 주석직 보궐선거에서 40대의 장지천 주석이 당 혁신에 나서면서 본토와의 정서적 거리도 멀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국민당 주석이 새로 선출되면 시진핑 주석 명의의 축전을 보냈지만 장지천 주석 당선 때는 이마저도 없었다.

그러나 장 주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방문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가 주도하는 국민당 개혁위는 양안관계의 근본을 이루는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에까지 메스를 대려 했다.

이러다보니 국민당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도 싸늘해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국민당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저속해졌다"며 "그들은 정치적 수동성을 극복하기 위해 뭐라도 할 태세지만 패배자일 뿐이다"고 비난했다.

국민당이 정체성을 버린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혁신에 나서려는 것은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나는 대만인이다' 문구로 덮인 타이베이 총통부 건물(사진=연합뉴스)

 

지난 총통선거 직전 실시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조사대상의 83.1%가 대만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고,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1%에 그쳤다. 또 59.7%가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었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의견도 35%나 됐다. 중국과 대만의 통일을 지지하는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민간 정책기관인 대만싱크탱크가 지난달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중국은 대만을 미수복 지방정권으로 다루고 있지만 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이미 인구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다. 상황이 변한 것이다.

대만 정부가 국경절인 10월 10일 쌍십절을 앞두고 총통부 건물에 '나는 대만인이다'는 문구를 투사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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