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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숨졌는데 원청은 책임회피…"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사건/사고

    노동자 숨졌는데 원청은 책임회피…"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지난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화물차 운전기사 숨져
    민주노총 "고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아 사고 재발"
    김미숙 대표 "원청, 안전예산조차 이윤의 관점으로 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 기업에 책임 물어야"

    고(故) 김용균 씨의 생전 모습 (사진=발전비정규연대회의 제공)

     

    2년 전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0일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스러졌다. 노동자들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의식이 없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노조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안이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오전 9시 48분쯤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화물차 운전기사 A(65)씨가 스크류 기계에 치여 숨졌다. A씨는 사실상 '재하청' 노동자였다. A씨는 태안화력발전소와 계약한 외부 정비업체 신흥기공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계약했다.

    단체는 고 김용균씨가 숨진 이후 노동자들이 원청에 개선을 요구했던 사항들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아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됐다고 짚었다.

    앞서 특조위는 △노동 안전을 위한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경상정비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안전보건 관련 집단적 노사관계 개선·노동자 안전보건 활동을 위한 참여권 보장 △발전소 산업보건의 위촉과 의료체계 확립 등을 권고했다.

    단체는 이와 같은 권고안이 이행되지 않아 △발전소 내 노동자들 간의 위계가 그대로 이어져, 전조직적이고 통합적인 안전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으며 △실제 위험 업무에 투입되는 하청 노동자들의 의견이 안전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고 △응급 환자를 위한 신속대응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가 마련한 '공공기관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이 발전소 노동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았다고도 짚었다.

    해당 지침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 중점기관이 원·하청 노사 등이 참여하는 안전근로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태안화력발전 안전근로협의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침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임원이 고의나 중과실로 임원의 직무를 불이행하거나 게을리 한 결과로 안전관리 대상 사업·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주무기관의 장이 해당 임원을 해임하거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재 다단계 하청,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발생 시에는 실효성이 없다"고 단체는 밝혔다.

    결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원청에 산재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고의) 책임은 외주화되지 않는다는 원칙이 필요하다"며 "원청의 안전에 대한 책임은 선언으로 실현될 수 없다"고 했다.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지금까지 특조위 권고안의 미이행에 나 몰라라한 정부와 여당에게도 이번 산재사망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발전소 안전을 위한 고 김용균특조위 권고안 이행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과 관계자들이 특조위 권고안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도 참석했다.

    김 대표는 "안전예산조차 이윤의 관점으로 보는 원청은 강력한 처벌만으로 그 책임을 강제할 수 있다"며 "직접고용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통해 또 다른 죽음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안전이라는 기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시민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0만 국민동의 청원에 동참해달라"고 밝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산재 사고로 숨진 A씨와 하청업체 간 화물 운송을 위한 계약서는 없었다. 또 공사 도급 계약서를 체결하면서 산업안전보건 관리비를 아예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올해 현재까지 발전소 내 산재 사고는 모두 19건으로 이중 절반이 서부발전소에서 발생했다. 올해 서부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이 산재 피해를 입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발전소 내 산재 사고는 모두 243건으로 정규직 3건, 비정규직 240건으로 집계됐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앞서 입장문을 내고 "단순 운송 작업은 제작 등 필수 공정 업무에 해당되지 않아 불법 하도급 금지 대상 아니다"라며 "하청업체인 신흥기공에 확인한 결과, 구두로 계약이 이뤄졌고 구두 계약도 계약으로 성립한다는 것을 노무사 통해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또 "해당 공사는 수리업에 해당해 관련 법상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원청·하청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발의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유해·위험 방지 의무 부과 △사업주, 경영책임자 및 공무원 처벌 △법인 등의 처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까지 8만 5천여명이 동의해 목표인원의 8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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