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탈퇴협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법안을 공개하자 EU가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BBC 방송,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마로스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은 이날 런던에서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과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은 EU 측의 긴급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앞서 영국 정부가 공개한 국내시장법은 브렉시트 전환기간 이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영국 국내 교역에 관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국기 유니언 잭(왼쪽)과 스코틀랜드 국기 살타이어(사진=연합뉴스)
법안은 북아일랜드에서 영국 나머지 지역으로 건너가는 상품에 대해서는 통관 확인절차를 적용되지 않도록 한 게 골자다.
또한 영국과 EU가 새로운 무역협정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내년 1월부터 상품 이동과 관련해 EU 탈퇴협정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을 영국 각료에 부여하도록 했다.
브렉시트 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는 EU의 관세 체계를 따르도록 했는데, 이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협정 내용의 수정이나 적용 배제의 권한을 영국 각료에게 부여하는 것은 EU 탈퇴협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마디로 협정의 무력화인 셈이다.
이날 긴급 회동에서 EU는 영국의 국내시장법 입법 추진이 탈퇴협정의 "지극히 심각한 위반에 해당한다"며 양측간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 법안의 폐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EU측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에게 우리는 그럴 수도, 그러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긴급회동을 위해 런던을 찾은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 부위원장(사진=연합뉴스)
고브 실장은 긴급 회동 이후 하원에 출석해 국내시장법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내 교역의 법적 틀을 제공하기 위한 경제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EU는 영국이 탈퇴협정의 내용과 정신, 일정 등을 존중할 것이라는 확약을 받지 못한다면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국내시장법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위반한 것이며, 영국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내용의 법률 분석 결과를 회원국들과 공유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탈퇴협정을 위반하려는 영국 정부의 의도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며 "이는 국제법 위반이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에게 탈퇴협정 위반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