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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前총재 "2차 재난지원금, 어려운 사람부터 먼저"



사회 일반

    한국은행 前총재 "2차 재난지원금, 어려운 사람부터 먼저"

    전재산 기부..이웃과 사회를 위해
    우리 사회, '천민자본주의' 벗어나야
    양극화 심화될 것..정부 역할 커진다
    2차 재난지원? 필요한 사람에게 선별
    재난지원, 국가 재정 상황 고려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승(前 한국은행 총재)

    ‘우리나라의 부유층들이여, 재산의 절반만 상속하고 나머지 절반은 사회로 환원하자.’ 제 말이 아니고요.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박승 전 총재의 말입니다. 이 말씀 들으시고는 ‘아유, 말은 누가 못해? 실천이 어렵지’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박승 전 총재는 말로만 주장한 게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최소 생계비를 제외한 전 재산 10억 원을 김제 백석초등학교에 기부를 해서 지금 화제입니다.

    오늘 화제 인터뷰 이 기부에 대한 철학 그리고 경제학자가 내다보는 이 코로나 이후의 경제상황까지 한번 들어볼까요? 박승 전 총재 연결이 돼 있습니다. 총재님, 안녕하세요.

    박승(84) 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일 모교인 전북 김제 백석초등학교에 장학기금 10억원을 기부했다. 특히 이번에 기부한 10억원은 박 전 총재가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전 재산이어서 큰 울림을 준다. (사진=연합뉴스)

     

    ◆ 박승>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건강하게 지내고 계십니까?

    ◆ 박승> 네, 그럼요. 건강합니다.

    ◇ 김현정> 정말 방송에서 지금 제가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네요.

    ◆ 박승> 네, 오랜만이에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이번에 10억원을 기부하셨다길래 저는 한 전 재산 100억 원쯤 있으신가? 했더니 그게 아니고. (웃음)

    ◆ 박승> 몇 푼 됩니까? (웃음)

    ◇ 김현정> 전 재산을 기부하신 거더라고요.

    ◆ 박승> 네.

    ◇ 김현정> 아니, 어떻게 이 귀한 돈을 기부하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 박승> 뭐 아시다시피 저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서 대학 교수나 공직자로 살지 않았어요? 제가 저축을 했으면 얼마나 했겠습니까? 그러나 이것을 제 다섯 자식들에게 주지 않고 학교에 내놓기로 한 것은 제 나름대로 사실은 뜻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 잘살면 되는 그러한 경쟁 사회가 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빈부격차는 커지고 부는 세습되고 계층 상승은 안 되고 젊은이들은 희망이 없고.

    ◇ 김현정> 그렇죠.

    ◆ 박승> 제가 볼 때 이런 사회는 바로 천민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이 늘어도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함께 못 사는 사회로 가게 된다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면 함께 잘 사는 자본주의사회로 갈 수는 없는가. 이 체제의 최대 수혜 계층이 부유층인데 부유층이 소외계층을 배려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소외계층을 배려한다는 것은 세금을 많이 내고 기부도 하고 기업 경영도 사회적 가치 경영을 하고 그래야 된다는 뜻이죠. 사실 저 미국에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또 이런 거부들이 거의 전재산을 기부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맞습니다.

    ◆ 박승> 그 기부한 취지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부자도 아니고 돈도 몇 푼 안 되지만 적은 것이지만 내가 몸소 실천하자. 그래서 지금부터 3, 40년 전부터 자식들하고 함께 의논하면서 그러기로 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동안 여기저기 기부를 해왔죠.

    ◇ 김현정> 그렇죠. 지금까지 해 오신 돈이 한 누적 25억 정도 하셨더라고요.

    ◆ 박승> 대충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나와 내 가족을 잘 살게 하면 행복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가 볼 때는 작은 것입니다. 보다 큰 성취감과 행복감은 우리가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할 때 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저 자신의 큰 행복과 성취를 위해서 있는 재산, 이번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우리 사회 이른바 부유층, 엘리트, 사회 지도층들이 이런 일들을 솔선수범 해 주는 게 참 중요하다는 얘기를 꾸준히 해 오셨어요. 그리고 실천하신 건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 눈에 띄게 심각해지고 있죠.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지금 상황.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한형기자

     

    ◆ 박승> 양극화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 퍼질 겁니다.

    ◇ 김현정> 이제 시작입니까?

    ◆ 박승> 네, 시작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 생산이나 경제 활동이나 모든 것이 사람의 손을 떠납니다. 말하자면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생산을 하면 사람 노동력이 점점 필요가 없어지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국민 대다수는 할 일이 없어서 실업자가 되는 겁니다. 점점 이런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양극화는 커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여기서 이른바 나오는 것이 요즘 기본소득제라는 것이죠. 이 기본소득제는 이처럼 국민 대다수가 실업자가 되면 모든 사람에게 정부가 소득을 나눠주자 이런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죠.

    ◆ 박승> 이것이 선진국에서 다 실패하고 더군다나 우리나라에는 맞지도 않고 그렇습니다만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서 정부가 소득재분배를 해야 되는 역할이 점점 커진다. 그래서 큰정부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사실 어제 저희가 소설가 김훈 선생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김훈 작가, 물론 경제학자 아닙니다마는 김훈 작가도 비슷한 말씀 하시더라고요. ‘이제 다가올 미래의 정부는 고통을 나누는 일, 분배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될 것이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시네요.

    ◆ 박승>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기본소득제 얘기도 지금 언뜻 하셨습니다마는 아직 우리는 기본소득을 매달 주는 이런 제도는 시행해 본 적 없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이라고 2차를 지원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지금 사실은 논란 중이에요. 가긴 갈 것 같은데 이걸 전 국민한테 또 주느냐, 아니면 선별 지급하느냐. 왜냐하면 곳간 문제가 있으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승> 이번에 안 갔으면 했는데 이번에도 안 가기 어렵다고 봅니다. 제2차 기본소득으로.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 박승> 결국은 갈 것으로 보는데. 준다면 모든 국민에게 줘서는 안 된다. 취약계층 중심으로 선별지급하자. 사실 지난번에는 (모든 가구에) 똑같이 주지 않았어요?

     

    ◇ 김현정> 100만원씩이요.

    ◆ 박승> 저는 그거 받지 않고 정부에 되돌려 보냈습니다.

    ◇ 김현정> 환원하셨군요.

    ◆ 박승> 그런데 왜 저 같은 사람에게 지원금을 줍니까? 그거 아니라도 아무 걱정 없이 먹고사는 사람인데. 그런 돈이 있으면 정말 필요한 사람, 가게 문을 닫아서 고통받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줘야죠.

    ◇ 김현정> 그 당시에 뭐였냐면 받을 사람, 안 받을 사람을 거르는 데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들고 돈이 드니 그냥 일제히 빨리 주자 그게 더 낫겠다, 이런 판단이었던 것 같거든요.

    ◆ 박승> 그 당시 부총리가 그렇지 않다고 그랬습니다. 선별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그러면 사실 박승 총재께서는 앞으로도 앞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재분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고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제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보시는 분이 보기에도 이번에는, 지금의 재정 상황에서는 선별적으로 낫다는 말씀이세요?

    ◆ 박승> 그렇습니다. 지금 어쩔 수 없이 지금 우리가 돈을 마구 풀고 금리를 제로로 내리고 하지 않았어요? 뭐 그 방법밖에는 없죠, 현재는. 당장 워낙 급하니까 그렇게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엄청날 겁니다. 그것도 생각해야 돼요. 재정 문제도 있고 또 그것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 또 아직은 그런 문제는 아니지만 증권 투기 이런 자산 거품, 이걸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 사실 이런 상태가 오래 가면 경제 틀이 망가집니다.

    저도 지금 그렇게 안 오기를 바라지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대로 집값 폭등하는 걸 정부가 막지 못하고 가령 지금처럼 막 뛰어간다면 이거 어떻게 되겠는가, 이게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경제 불안에 엄청난 문제가 나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서울 구로구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종민기자

     

    ◆ 박승> 이렇게 이거를 막으려고 할 수없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려야 할 거예요. 그리고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할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하루 아침에 집값 폭락할 거고. 지금도 만일 금리를 올리고 돈을 거둬들인다면 아마 집값 폭락할 걸요?

    ◇ 김현정> 집값 폭락, 주가 폭락.

    ◆ 박승> 거기다가 가계부처는 어떻게 될 겁니까? 수백조 원에 달하는 이 가계부채. 금리를 올려놓고 돈 갚으라고 하고 유동성 회수하면서 돈 갚으라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런 상황은 우리가 절대 오도록 해서는 안된다.

    ◇ 김현정> 굉장히 중요한 부분들을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경제는 폭등도 안 되고 폭락도 안 되고 너무 풀어도 안 되고 너무 조여도 안 되고 밸런싱. 균형 잡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잖아요. 그렇게 거시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이야기를 다시 좀 돌리자면 지금 재난지원금 지급해야 될 것 같긴 하지만 선별지급이 맞다고 본다, 이런 말씀으로 정리가 되겠습니다.

    ◆ 박승> 네.

    ◇ 김현정> 국회에서 이야기 논의할 때 아마 박승 전 총재의 이런 말씀들이 참고가 될 것 같고요. 총재님, 이런 귀한 말씀을 계속 주시기 위해서라도 건강관리 잘하셔야 될 것 같고요.

    ◆ 박승> 네, 건강에 유의하겠습니다.

    ◇ 김현정> 그럼요. 건강하셔야 되고. 지금 듣고 계신 많은 분들이 다른 것보다도 이 기부 정신에 대해서 감동을 받고 계세요. 나는 이렇게 돈이 많지도 않은데 내가 이거를 선뜻 기부한다고 도움이 되겠어? 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분들께 한 말씀.

    ◆ 박승> 글쎄요, 막 없는 사람은 할 수 없죠. 그렇지만 돈이 여유가 있는 부유층들은 자식에게만 모두 100%다 이렇게 상속하려고 하지 말고 이웃과 우리 사회를 위해서 사회에도 내놔줬으면, 그러면 우리 사회가 훨씬 따뜻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국민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결국 코로나라는 놈을 만나고 나니까 이게 우리가 다 한 덩어리로 연결돼 있구나. 온 세상이.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돼요.

    ◆ 박승>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함께 잘 돼야 나도 잘 되고 내 자식들도 잘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가지고 베풀자는 말씀. 참 귀한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울림이 있는 이야기 너무 감사드리고요. 건강하시고요. 고맙습니다. 총재님.

    ◆ 박승>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화제 인터뷰 최근 마지막 남은 전 재산까지 다 기부를 하신 분입니다. 전 한국은행총재, 박승 전 총재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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