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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증환자 6배 폭증했는데…'파업 강행' 치닫는 전공의들



사건/사고

    위·중증환자 6배 폭증했는데…'파업 강행' 치닫는 전공의들

    지난 29일 밤샘회의 열어 재투표 통해 30일 '집단행동' 지속 결정
    코로나 위·중증환자는 14일 13명→31일 79명으로 6배 넘게 '폭증'
    수도권 중환자병상 23개에 '즉시 가용'은 10개뿐…환자관리 '빨간 불'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들' 운영진 "정책보다 가치관의 차이인 듯"
    "전문가인 자신들 의견 수렴하지 않았단 분노…다른 의견 인정 안해"
    정부 "전공의들이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장기화되면 환자 위험"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앞 도로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집단휴진에 들어간 전공의들의 파업이 열흘을 넘겼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29일 오후 10시 긴급회의를 열고 이튿날 새벽까지 집단행동 지속 여부를 논의한 끝에 2차 투표에서 186명 중 134명이 표를 던진 '파업 강행'으로 뜻을 모았다.

    문제는 약 70%에 달하는 전공의들의 파업률이 심상치 않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세와 맞물려 애꿎은 환자들에게 화살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위·중증환자는 지난 17일 13명에서 2주 만인 31일 79명까지 6배 넘게 폭증했다. 60대 이상 고령에 기저질환을 지닌 '코로나 고위험군'의 확진이 급증하면서 사망자 역시 같은 기간 305명에서 324명까지 늘어났다.

    ◇수도권 중환자병상 23개…의료진 감안 '즉시 가용'은 절반 수준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입구에 진료 지연 안내가 붙어 있다.(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도권 중환자병상 중 확진자가 입원가능한 병상은 고작 23개뿐이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지역의 경우 보유병상 193개 중 약 92%가 꽉 차 16개 병상이 남았고, 인천은 보유병상 53개 중 4개, 경기는 71개 중 3개만이 비어있는 상태다.

    하지만 확진자를 이송했을 때 '즉시 가동'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면 가용병상 수는 더 떨어진다. 의료진과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등 장비 등을 감안할 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은 △서울 5개 △경기 3개 △인천 2개 등 10개로, 입원가능 병상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중앙방역대책본부 조사 결과, 전날 기준 사망자 323명 중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97.2%(314명)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연령대 또한 60대 이상이 9할 이상(93.2%·30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위·중증환자는 지난 24일 32명→25일 38명→26일 42명→27일 46명→28일 58명→29일 64명→30일 70명→31일 79명으로 연일 5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까지 추가되고 있어 이에 비례한 사망자 증가와 환자 관리가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24일 한 80대 여성 확진자는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을 찾은 직후 숨졌고 사망 이튿날인 25일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26일 경기 아주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80대 남성 또한 당일 임종 이후 실시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지난 27일에는 80대 남성이 확진판정을 받고 이송 대기 중 자택에서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방대본 정은경 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최근 들어 수도권에서 진단이 되고, 또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셔서 사망하시거나 사후에 검사를 했는데 코로나 양성이 확인된 사례들의 보고가 증가하고 있는 양상으로 그 부분에 대해 매우 큰 우려를 하고 있다"며 "지역감염이 상당수 있고 감시체계를 통해 진단되지 않은 사례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수도권 중환자 병상이 포화 상태인 가운데 위·중증환자가 지금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의료진의 '공백'이 이어질 경우, 진단과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환자들의 2차 피해가 유력한 상황이다.

    ◇"정책 찬반보다 가치관의 차이…다른 당사자 의견 인정 안 해"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대전협은 정부가 제안한 합의문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가지 정책에 대한 '철회' 또는 '원점에서 재논의'라는 말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아 파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의료계 파업이 '비(非)민주적 의사 수렴'을 거쳐 이뤄졌다는 문제를 제기한 페이스북 페이지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들'의 운영자로 수도권 소재 의대에 재학 중인 A씨는 "애당초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휴학이나 단체행동에 불참하더라도, 그게 정말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라 휴학을 못할 사정이 있다는 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온건하고 대화가 가능하다 생각했던 사람들도 굉장히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내는 게 현 상황이라 주변에 이런 모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건 꿈도 꾸기 어렵다"며 "조심스럽게 이의 제기를 하기도 어려워 모임에 참석한 분들도 평소 의대생·전공의 사회 내부에서 속마음을 말할 곳이 없었다는 점을 매우 답답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생들의 모임으로 시작해 알음알음 연락해온 전공의 등까지 다수가 활동 중인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들'은 이날 2차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내부 결속을 과시하며 시작된 전공의와 의대생의 단체행동은 국민들의 차가운 외면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한편으로는 정부의 일방적 의사결정에 분노한다면서도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찬성을 강요했던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보여준 모순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진료와 국시를 거부하며 사회적 약자에게 고통을 주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증원을 통한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정부 정책의 기조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으로는 그 역시 이견이 많다는 A씨는 '사견'임을 조심스럽게 전제하면서, 강경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전공의 등의 파업이 정책의 '각론'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기보다 근본적 '가치관'의 차이라 본다고 밝혔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A씨는 "저는 정부 정책에 대한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반응은 정책에 대한 찬반이라기보다 가치관의 차이에 가깝다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의 '공공재' 발언에 대한 반발로, 자신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의대생·의사가 돼 자유롭게 시장원리에 따라 활동하는 중이며 전문가인 자신들의 의견에 따라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책 당사자인 국민이나 여타 보건의료 직역, 이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인들의 발언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상당 부분 물러서서 의사들과 합의 없이 정책을 시행하지 않겠다 해도 정부를 믿지 못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운동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의대협 측은 지난 29일 치러진 대전협 총회에서 파업을 마무리짓자는 제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구두 약속을 했다는 점, 의·정 협의체 구성과 인사의 합리적 비율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이다. 다만 정부에 대한 불신, 파업 철회에 대한 득실을 세세히 논의한 결과 파업 연장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엄중한 코로나 상황을 들어 전공의들의 파업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코로나19의 전국적 유행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있어야 할 곳은 환자의 곁이라는 사실을 유념해 달라"며 "여기서 더 (파업이) 길어지면 진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해지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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