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손수호 변호사(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김현정의 뉴스쇼가 마련한 기획 인터뷰 시리즈죠. ‘2020년 길을 묻다’ 오늘 그 네 번째 시간입니다. 2020년,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말이 참 어느 때보다 실감나는 한 해인데요. 코로나도 그렇고 날씨도 그렇죠. 특히 기상 관측이래 최장 기간 장마.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8년에 북극 극지연구소 연구원 인터뷰가 뉴스쇼에 방송됐죠? 그때 지구에 곧 예측 불가의 이상 기후가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어요. 혹시 그 경고가 올해 현실이 된 건가 싶기도 한데요.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건가 아니면 아직 기회가 있는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길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2년 전, 바로 그 경고를 했던 분입니다.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김백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백민> 네, 반갑습니다.
◇ 손수호> 교수님, 거의 딱 2년 전이네요. 2018년 8월 24일이니까. 그때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 책임연구원으로 계셨죠?
◆ 김백민> 네, 맞습니다.
◇ 손수호> 그때 인터뷰가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예측할 수 없는 이상기후로 이어질 것이다.” 내용이 충격적이었거든요. 간단히 요약을 하면 어떤 예측이었죠?
◆ 김백민> 북극의 여러 종류에 빙하가 있지만 캐나다 연안에 접해 있는 빙하는 굉장히 단단해서 잘 부서지지 않는 얼음인데 그 얼음마저 녹아내렸다라는 충격적인 뉴스였고요. 그로 인해서 지구온난화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라는 인터뷰를 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 손수호> 그 경고를 직접 하신 분으로서 올해 우리가 겪은 이 최장기간 장마, 물폭탄도 기상이변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는 겁니까?
◆ 김백민> 그렇습니다. 사실 기상이변이라는 것은 계속 매년 형태를 다르게 하면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사실 2019년만 해도 정반대 현상에 우리가 시달렸지 않습니까? 바로 폭염이죠.
◇ 손수호> 그렇죠.
◆ 김백민>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가 장마로 고생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 손수호> 그렇네요.
◆ 김백민> 오히려 가뭄이나 폭염과 같은 형태의 이상기후에 굉장히 고통 받았었는데. 올해는 그 모습을 달리 한 형태인 최장 기간 장마로 고통 받고 있는 현상이라서, 이상기후가 일상화 되어 가고 있는 걸 이제 뉴노멀이라고 하거든요. 새로운 보통. 이상기후가 일상화가 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손수호> 사실 올여름 되기 전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들이 있었거든요.
◆ 김백민> 제가 했습니다.
◇ 손수호> 그러신가요?
◆ 김백민> 부끄럽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거의 우리나라 모든 기후 전문가들이 기상청을 비롯해서 전부 다 “역대급까지는 아니더라도 굉장한 수준의 폭염이 올 것이다.”라고 6월에 예상한 바 있습니다.
◇ 손수호> 그런데 이게 사실 “북극 빙하와 연결이 돼 있다. 북극 빙하의 변화로 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와 북극의 거리가 굉장히 멀잖아요.
◆ 김백민> 그렇습니다.
◇ 손수호> 그런데 이 북극 빙하와 우리나라의 이 기상이 어떻게 연결된 것인가, 궁금해요.
◆ 김백민> 근본적으로는 북극의 빙하라기보다는 북극의 고온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빙하가 녹은 것은 결과물이고 고온 현상이 근본 원인인데요. 그걸 이해하려면 바람이 어떻게 부는지에 대한 원리를 알고 있어야 됩니다.
◇ 손수호> 바람까지 갑니까?
◆ 김백민> 네, 바람이 가장 중요하고요. 오늘 할 얘기는 결국 제트기류 얘기인데요. 제트기류라는 것이, 우리 지구 규모의 어떤 바람은 온도차에 의해서 움직입니다. 지구가 회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전하는 것과 어떤 기압 차가 합쳐지면 그 원리가 바람이 기압차로 부는 게 아니라 큰 규모의 온도차 때문에 부는데 북극이 뜨거워지면 온도차가 어떻습니까? 줄어들죠.
◇ 손수호> 그렇죠.
◆ 김백민> 온도차가 커지면 바람이 세게 불고 온도차가 줄어들면 바람이 약해지는 게 제트기류의 원리거든요. 그런데 북극이 역대급으로 계속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에 이상기후 현상들이 나타나면 바람이 약해지니까 흘러가지 않고 한 곳에 오래 정체하게 됩니다. 폭염이나 장마나 이런 것들이 늘 있어 왔던 현상이잖아요.
◇ 손수호> 그렇죠. 있긴 있죠.
◆ 김백민> 그런데 이제 핵심이 뭐냐면 기간이 길어진다, 역대급 장마라는 게 기간을 의미하죠. 42일, 45일. 폭염도 한 달 이상 지속되는 폭염. 한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 뭔가 이상기후가 일어나면 오래 머무르는 일들이 최근 들어서 늘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북극의 영향이 근본 원인이고 바람을 약하게 해서 이상기후 현상이 오래 나타나게 하는 게 북극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죠.
◇ 손수호> 거꾸로 거슬러 가보면, 여러 가지 이상기후가 있는데 원인은 바람이 약해져서다.
◆ 김백민> 맞습니다.
◇ 손수호> 그 바람이 약해진 이유는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서 온도 차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 김백민> 맞습니다.
◇ 손수호> 그럼 북극의 온도는 왜 올라갑니까?
◆ 김백민>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해 주셨는데요. 지구 온난화라는 게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는 산업혁명 이후로 1도 올라갔다 그러면 지구가 전부 다 골고루 1도 올라가기 생각하기 쉬운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 손수호> 안 그래요?
◆ 김백민> 네. 어떤 지역은 굉장히 빨리 온도가 올라가고요. 어떤 지역은 심지어는 약간 감소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 손수호> 그러면 추운 곳 위주로 올라가나요?
◆ 김백민>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장 지구상 온도 상승이 빠른 지역이 어디냐면, 어디겠습니까?
◇ 손수호> 북극, 남극?
◆ 김백민> 바로 북극입니다. 북극은 더한 게 얼음이 녹으면서 가속화를 시킵니다. 햇볕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고 얼음은 흰색이니까 태양빛을 반사하는데, 얼음이 급격히 녹다 보니까 북극이 훨씬 더 빨리 뜨거워지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얼음이 많이 녹고 뜨거워지니까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바람이 약해진다는 게 핵심인 것이죠.
◇ 손수호> 그런데 사실 장기간으로 볼 때, 지구가 뜨거워진다, 북극이 더워진다. 이런 관측도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올해만 봐도 뉴스를 보면 한여름에도 얼어 있는 곳인데 해수욕을 즐기고 이런 보도가 나와요. 이거야 말로 기상이변이 아닌가 싶네요.
◆ 김백민> 그렇습니다. 올해 굉장히 많은 역대급 이변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고요. 예를 들어 최근 캘리포니아 산불, 또 우리나라도 지금 역대급 태풍 바비가 올라오고 있다고 하고 있죠. 역대급 기상이변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역대급을 꼽으라면 제가 볼 때는 북극의 이상고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북극의 이상 고온 현상이 원래는 겨울철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겨울철에 굉장히 심한 현상이고요. 여름철에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름철에는 모든 에너지가 얼음을 녹이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온도를 높이는 데 전혀 사용될 수가 없거든요.
◇ 손수호> 그러면 올해는 왜 그런 거예요?
◆ 김백민> 바로 그게 문제죠. 올해는 얼음이 너무 많이 녹아버린 것이죠.
◇ 손수호> 왜 녹았어요?
◆ 김백민> 얼음이 왜 녹았냐면 일단 시베리아 산불하고도 관련이 있고요. 6월에 시베리아 지역 고온 현상이 이슈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시베리아가 너무 뜨겁다 보니까 그 열기가 북극으로 고스란히 전달이 되었고 또 얼음이 너무나 많이 녹아서 7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로 얼음이 많이 녹았죠. 그러다 보니까 에너지가 얼음을 녹일 에너지들이 전부 드디어 이제 온도를 높이는 데 사용되기 시작된다는 거죠, 여름에도.
이것은 역사상으로 거의 처음 일어나는 현상이고요. 그러니까 여름마저도 고온현상이 지속이 된다라는 의미는 결국 여름철에도 제트기류의 변화에 의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들이 더 강한 형태로 더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수도권, 중부지방에 나흘째 폭우가 쏟아진 지난 4일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이 수문을 열어 방류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손수호> 이상기후 우리가 어느 정도 미리 알아야 대비를 할 텐데, 대비를 할 수 있는 건가. 이게 좀 궁금합니다.
◆ 김백민>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나 기상청이나 최선을 다해서 예측을 하려고 노력을 하는데요. 그렇지만 문제는 이상기후가 매년 새로운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이용해 아무리 정교화 모델을 만든다고 해도 자연이 가진 천변만화한 현상을 예상하기가 어렵고요. 특히 이상기후일수록 안타깝게도 더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날씨라든지 기후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범주에 들어오고 있지만 국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고 궁금해하고 또 우리 국가 대비에 필요한 이상기후는 정말로 어려운 분야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큰 숙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손수호> 이변이라는 게 정말 갑자기, 가끔 예측 못 할 때 나와야 이변인 건데 지금은 기상이변이 이변이 아닌 거예요.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길을 좀 찾아야 됩니다.
◆ 김백민> 그렇습니다.
◇ 손수호> 지금 우리가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이 부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될 것 같아요.
◆ 김백민> 시간관계상 제가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입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내가 꼭 전교 1등을 할 것이야, 반에서 1등할 것이야, 어떤 목표가 먼저 있어야죠. 그런데 목표를 세운다고 그것을 다 달성할 수는 없잖아요.
◇ 손수호> 그렇죠.
◆ 김백민>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굉장히 자기 발전을 하고 점점 더 나아가게 되는 것이죠. 제가 이 말씀을 왜 드리냐면 최근 정부가 그린뉴딜 같은 좋은 정책들을, 기후변화 시대에 걸맞은 우리나라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까지 목표가 없습니다.
◇ 손수호> 목표가 없다.
◆ 김백민> 네. 그 말이 무슨 말이냐면 예를 들어 미국 같은 경우에는 얼마 전에 바이든 후보가 얘기한 게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겠다. 없애버리겠다라는 공약을 내세웠거든요. 사실은 이것이 미국뿐만이 아니라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명시화 된 목표가 없습니다. 굉장히 많은 각론들이 있습니다. 정부도 전기 자동차를 늘리겠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우리도 탄소가 없는 사회를 지향하고 그쪽으로 나아가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손수호> 우리가 얼마 전에 겪어서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장마요. 올해 정말 최장 기간이었고 엄청난 영향을 줬는데, 앞으로 계속 더 심해지지는 않겠는가, 완전히 기후가 바뀌었고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되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도 되거든요.
◆ 김백민> 이상기후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지금 입증되고 있는 사실은 이상기후 현상들이 발생했을 때 다음 똑같은. 예를 들어 올해 역대급 장마가 발생했죠? 또 역대급 장마가 이 정도 수준이 얼마 만에 발생하겠는가. 그 기간이 점점점점 줄어들고 있다라는 게 무서운 것입니다. 그러니까 역대급의 어떤 위기는 계속 찾아오지만, 그게 100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거하고, 10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거하고, 매년 찾아오는 게 굉장히 다르죠.
◇ 손수호> 그렇죠.
◆ 김백민> 다시 돌아오는 타임이 점점점점 줄어들고 있다라는 게 많은 과학 논문들에 의해서 입장되고 있습니다. 굉장히 무서운 사실입니다.
◇ 손수호> 마지막으로 하나만 좀 여쭙고 싶은데요. 우리 인류가 지구에서 지금 살고 있고 또 앞으로도 우리 후손들이 지구에서 살아야 합니다.
◆ 김백민> 맞습니다.
◇ 손수호> 해야 될 것들이 많지만 다 할 수는 없더라도 정말 이거 하나만큼은 반드시, 적어도 꼭 실천해야 한다. 이런 것들 좀 얘기 좀 해 주세요.
◆ 김백민> 정부에게 제가 요청하는 게 목표를 설정하자라는 거였지 않습니까? 우리 일반 국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인식입니다. 여태까지 에너지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유한하다, 에너지는 계속 정부가 공급해 주는 것이고 쓰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 왔습니다.
그게 아니라 우리가 이제 앞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유한하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나눠 써야 된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써야 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적게 쓰면 쓸수록 미래 후손들이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라는 걸 꼭 명심하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 잘 듣고 하나씩 실천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부경대학교 환경대기학과 김백민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백민>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