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연례 모임을 개최하는 베이다이허의 마오쩌둥 동상. (사진='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매년 여름 휴가철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에 있는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 주요 정책 방향과 노선 등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이달 초 이미 개최되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현직 수뇌부의 회동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개최 여부와 논의 내용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도부 동정이 관영 언론에서 사라지고, 베이다이허 일대의 보안이 강화되며 전문가들 초청 좌담회가 열리면 회의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올해도 지난 7월 31일 중국의 독자적인 위성항법 시스템인 베이더우 개통식 이후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들의 동정이 언론에서 사라지고 베이다이허 일대의 경비·보안이 강화되면서 회의가 열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 좌담회가 보도되지 않아 회의 개최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주간 언론 보도에서 사라졌던 리커창 총리가 17일 국무원 회의를 주재하고, 시진핑 주석의 책사 역할을 하는 공산당 권력서열 5위인 왕후닝,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이 전중국청년연합회 행사에 참석한 사실 등을 근거로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났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연말에 열리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일정이 통상적으로 한달 전에 공개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를 10월 개최한다는 사실이 이미 지난달 30일에 확정 발표되었다.
중국공산당은 보통 1년에 한 번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중요 국가 의제를 논의하는 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큰 흐름이 결정된다. 그런데 10월 개최 사실이 확정되었다는 것은 당·정·군에서 확고한 권력을 쥐고 있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가 원로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7월 정치국 회의에서 중요한 합의에 이르렀을 수 있다는 추론으로까지 이어진다.
SCMP는 이와 관련해 시 주석 집권 이후 베이다이허 회의의 중요성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베이다이허 모임이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휴가일 뿐이라는 익명의 공산당 관계자의 말을 덧붙였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이미 개최되었다면 당 원로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채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우려 때문에 원로들의 이동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고 있는 시 주석이 미중 관계 등과 관련한 원로들의 훈수를 들으려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렸을 경우 갈수록 긴장이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주요 이슈였을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무역갈등, 홍콩문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돌파하는 문제 등이 심도있게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