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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시간대별 재난대응 임무 카드' 뒤로하고 관사 간 변성완 권한대행



부산

    [단독]'시간대별 재난대응 임무 카드' 뒤로하고 관사 간 변성완 권한대행

    부산시 재난 담당 직원들, 분 단위 임무 적힌 재난대응 카드 소지
    변 대행, '30분 내 회의·비상근무명령, 1시간 내 재난현장 확인' 모두 안 해
    시청에 남은 일부 공무원들 "호우경보에도 비상소집 명령 없어 '당황'"
    부산시 "신속 대응 위해 시 자체적으로 제작…법적 구속력은 없어"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사진=부산시 제공)

     

    지난달 23일 부산지역 집중호우로 초량1지하차도가 잠겨 시민 3명이 숨지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른 긴박한 상황에서 관사로 돌아가 논란이 된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매뉴얼과 행정안전부 권고에 더해 부산시가 만든 재난대응 임무 카드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임무 카드에는 시장이 재난 상황에서 해야 할 시간별 대응 행동이 분 단위로 적혀 있었지만, 지난달 폭우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8.6 부산CBS노컷뉴스='부산지하차도 침수' 폭우 때 시청 비운 변성완 대행…매뉴얼 제대로 안 지켜]

    부산시에 따르면, 재난대응 업무를 맡은 부산시 직원들은 각자 재난 상황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를 시간대별로 작성한 '개인별 대응 임무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

    이 카드는 시장인 재난안전대책본부장부터 시민안전실장, 재난대응과장 등 간부와 상황관리총괄반 담당자 등 일선 주무관까지 모두 휴대하거나 사무실에 비치해두도록 제작됐다.

    부산시가 2015년 작성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부산시장 재난 대응 임무카드. 임무가 시간대별로 명시돼 있다.(사진=부산시 홈페이지 자료 캡처)

     

    부산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5년 부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시장) 임무 카드에 따르면 시장은 재난 발생 30분 이내에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하고, 공무원 비상근무 명령을 내리는 등 사고상황 모니터링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 1시간 내로 재난현장 확인, 2시간 이내에는 피해확인과 응급복구 임무를 하도록 명시돼 있다.

    부산시는 2015년 기준 임무 카드에서 양식과 형태는 조금 달라졌지만, 내용은 크게 차이가 없는 카드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담당자 전화번호 정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시간대별로 대응하도록 한 기본적인 내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을 간략히 정리해서 각자가 보기 편하도록 포켓용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한 부산시 직원은 "지갑에 항상 카드를 접어 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꺼내보고 있다"며 "정신없을 때 내 임무가 뭔지 카드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기준 임무 카드 내용과 부산시 설명을 종합하면, 부산시 재대본부장인 변 권한대행은 지난 23일 오후 8시 호우경보 발령 30분 안에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해 대책본부 운영 여부를 결정하고, 공무원 비상소집·비상근무 명령을 내리는 등 대응에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시청 근처에서 외부인과 저녁 식사를 한 뒤 관사로 돌아간 변 권한대행은 임무 카드에 적힌 내용대로 움직이는 대신,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 51분이 지나서 시민안전실장에게 "철저히 대비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휴대전화로 연락하라"는 전화를 걸었다.

    지난달 23일 부산에 내린 폭우로 연제구 연산동 일대가 물에 잠긴 모습(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이 시각 부산시청에 있던 일부 공무원들은 호우경보가 내려진 상황임에도 비상근무 명령이 없어 당황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간부급 부산시 직원은 "그날 저도 사무실에 있었는데 비상을 안 걸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원래라면 간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야 하는데 안 하더라"며 "그 정도로 비가 쏟아지면 (변 권한대행은)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 놓고 시청에 들어와야 하는데, 참모들도 잘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변 권한대행이 직접 밝힌 당시 대응 상황을 보면, 변 권한대행이 초량1지하차도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시민안전실장 전화 보고를 받은 시각은 24일 오전 0시 7분이다. 두 번째 사망자까지 나왔다는 소방재난본부장 전화를 받은 시각은 오전 0시 20분으로 이 두 시각을 재난 발생 시점으로 보더라도 임무 카드에서 명시한 30분·1시간·2시간 이내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변 권한대행이 지하차도 마지막 사망자 등 다음 재난 보고를 받은 시각은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오전 6시 15분이었다.

    지난달 23일 부산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졌다.(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이에 대해 부산시는 "임무 카드는 재난 상황에 빨리 대응하기 위해 최소한 이 정도는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시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이 내용을 이대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부산CBS는 변 권한대행에게 여러 차례 직접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임무카드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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