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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많이 싸워 많이 이기신 분…씩씩하게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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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홍범도, 많이 싸워 많이 이기신 분…씩씩하게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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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인터뷰] 장편소설 '나는 홍범도' 쓴 송은일 작가
    "코로나 잠잠해지면 카자흐스탄으로 인사하러 갈 계획 "

     

    100년전인 1920년 6월 7일 오전 두만강에서 40리 거리인 만주 봉오동으로 일본군이 눈에 불을 켜고 들이닥친다.

    봉오동은 고려령의 험준한 산줄기가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친 수십리의 계곡 지대다. 선봉에 이어 일본군 주력부대인 1개 대대가 포위망에 들어선 순간 서남산 중턱에 매복해 있던 독립군들의 총이 일제히 불을 뿜는다.

    앞서 일본군이 안산과 고려령 두 전투에서 120명의 전사자를 낸 뒤 독립군의 유도작전에 말려 봉오동으로 짓쳐들어온 것이지만 결국은 대패하게 되는 봉오동 전투의 서막이다.

    올해로 100주년이 되는 봉오동 전투는 일제강점기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거둔 첫 승리로 기록된 전투로 당시 홍범도가 연대장으로서 2개 중대를 직접 이끌고 맹활약했다.

    홍범도는 이어 같은해 10월 21일부터 26일까지 청산리 일대에서 연합독립군을 이끌고 김좌진의 북로군정서군과 함께 10여차례 전투를 벌인다. 일본군 1245명이 전사한 청산리대첩이다.

    홍범도는 이미 27살 때인 1895년부터 의병활동을 시작해 그해 10월 함경도 철령에서 일본군 12명을 섬멸한 것을 비롯해 1907년에는 후치령에서 일본군 1400여명과 전투를 벌인 바 있고 후치령 전투 이후 10개월 동안 60여회의 전투를 치렀다.

    소설 '나는 홍범도'의 '나는'은 1인칭 대명사가 아니고 하늘을 난다고 할 때의 '나는'이다.

    체 게바라보다 수십 년 앞선 게릴라전에서 번개처럼 빠르고 용맹을 떨쳤던 그를 표현한 말이다.

    그렇지만 잘 알려져 있듯이 독립군 영웅이었던 홍범도 장군의 말년은 쓸쓸하고 불운했다.

    소련의 조선인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극장 경비를 하다 해방을 두 해 앞두고 숨져 그 땅에 묻혔다.

    '나는 홍범도'를 쓴 송은일 작가는 "소설을 준비하고 쓴 1년 7~8개월 동안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시대에 있느라 힘들고 아팠지만 홍범도 장군은 많이 싸우고 많이 이기신 분이라 승리자의 입장에서 씩씩하게 쓰려고 노력했다"며 "소설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진한 애국심이 다시 평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사 소설가로 알려져 있는데 출간 소회는?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10권 짜리 장편 소설 '반야'에 이어 10년 전에 '왕인'을 썼다. 역사소설로 치면 '나는 홍범도'가 세 번째다. 책을 처음 낼 때는 떨리고 긴장됐지만 지금은 덤덤하다"

    -홍범도 장군을 소설 소재로 다루게 된 계기는?

    "다른 건 내가 소재를 정했는데 봉오동전투 100주년을 앞두고 출판사에서 제의가 왔다. 솔직히 아픈 역사인 근현대사를 외면한 편이었는데 홍범도라는 인물에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고 대번에 쓰기로 결정했다"

    -글을 쓰느라 긴 시간 홍범도 장군과 함께 했는데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처음에 온 느낌은 고독한 남자였다. 대일전쟁 최전선에 있었지만 어린 시절이나 말년을 보면 외로운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가슴 속에 따뜻한 사랑을 품으면서 또 부하들을 보듬어 안으면서 전투와 전쟁에 대한 목적을 뚜렷이 하고 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봉오동 현장에는 가 봤나?

    "출판사와 계획을 했었는데 막혔다. 중국의 동북공정 연장선인지 한국의 역사가 자기네 쪽에 있다는 걸 싫어하는 거 같다. 봉오동 쪽에 못 들어오게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상태에서 바로 코로나까지 터져서 갈 수 없었다. 지도로만 접할 수 있어서 아쉬웠다"

    -글을 쓰면서 특별히 기억나거나 힘들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또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는 근현대사를 좀 등한시했었는데 조선이 일제에 강점당한 상황에 들어가다보니 그것 자체가 힘들었다. 일본을 어떻게 이겨야 되는가 생각하게 되고. 그러나 패자의 시선을 갖기 보다 그 안에서 치열하게 전투했던 입장에서 쓰려고 했다. 홍범도 장군은 이기는 전투를 많이 했다. 많이 싸우고 많이 이겼다. 그런 시선으로 씩씩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홍범도 장군을 깊이 다루려 노력했다. 봉오동 전투에서 승리하고 나서 쓸쓸히 카자흐스탄에서 돌아가신 정도가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까지, 그의 진한 애국심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소설에는 홍범도 장군의 연보에 없는 사건도 있는 것 같은데?

    "대부분의 전투와 불우했던 어린 시절, 아내와의 아픈 사연 등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건데 서울에서의 일본군 암살이나 원산 포구에서의 일본군 보급창 습격 등은 창안해낸 얘기다(웃음)"

    -정부가 홍범도 장군 유해를 모셔 오려고 하는 상황이고 책도 냈는데, 카자흐스탄에 직접 책을 들고 가서 홍 장군에게 인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소설은 홍범도 장군의 말년까지는 안 가고 청산리 전투에서 끝나는데 조만간 카자흐스탄에 있는 장군의 묘소를 꼭 방문할 계획이다. 소설 끝내고 좀 쉬면서 카자흐스탄 방문을 생각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당장은 어렵다. 좀 수그러들면 가 볼 생각이다"

    송은일 작가는 전남 고흥 출생으로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꿈꾸는 실낙원'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아스피린 두 알', '불꽃섬', '소울 메이트', '도둑의 누이' 등의 장편소설을 썼으며 '딸꾹질', '남녀실종지사', '나의 빈틈을 통과하는 것들' 등의 소설집을 냈다.

    송 작가는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광복회원 등 독립운동가와 기념사업회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나는 홍범도'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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