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홍기자의 쏘왓]사모펀드가 '사고뭉치'? 주의하려면?



금융/증시

    [홍기자의 쏘왓]사모펀드가 '사고뭉치'? 주의하려면?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되면서 사모펀드 규제 대폭 완화
    사모펀드 공모펀드처럼 팔리면서 사고 줄줄이 터져
    금융당국, 제도 개선 이후 '전수점검+판매사·신탁사 감시 의무 강화' 행정지도
    사모펀드 가입 주의사항
    ①사모펀드인지 확인 ②공모펀드처럼 팔렸는지 ③운용사 평판 조회 해봐야

    DLF사태부터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까지. 금융권은 지난해부터 사모펀드로 인해 시끄럽습니다. 터졌다 하면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수천억에서 조 단위까지 나오죠. 환매(투자했던 돈을 돌려주는 것) 중단이 됐다, 착오로 인한 사기다, 말도 어렵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펀드 아니냐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예상 외로 손실 또는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 중에는 "사모펀드인지도 몰랐다"거나 "내 전재산을 안전하다고 해서 맡긴 것"이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체 사모펀드는 뭐고 지금 어디서 어떻게 팔리고 있길래 사모펀드는 금융계의 '사고뭉치'가 된걸까요?

    (그래픽=고경민 기자)

     

    1. 사모펀드가 뭔데? DLF부터 옵티머스 사태까지, 뭐가 문제?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개인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하는 펀드를 말합니다. 공모펀드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적으로 모은 펀드로써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백화점의 상품과 같다면, 사모펀드는 양복점의 맞춤형 상품 같은 거죠. 소수의 사람들이 돈 잘 굴리는 전문가한테 "내 돈 좀 굴려봐" 하고 맡기는 식입니다.

    그런데 지난 해부터 최근까지 사모펀드가 공모펀드처럼 팔리면서 3대 사모펀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①DLF사태, ②라임 사태, ③옵티머스 사태죠. 앞으로도 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요. DLF사태의 경우 '불완전판매'가 가장 크게 부각됐습니다. 해외금리와 연계되는 사모펀드를 은행들이 많이 팔았는데, 지난해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며 손실 구간에 접어든 펀드가 속출한 겁니다. 문제는 팔 때 사모펀드인지 설명도 없이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며 펀드 투자를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마구 팔았고요.

    라임 사태의 경우 불완전판매에 더해 '사기'까지 더해졌습니다. 라임의 핵심 펀드 가운데 하나가 해외에서 다단계 사기인 폰지 사기에 휘말렸는데 그걸 알고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해서 상품을 판 겁니다. 이때 놀라운 건 펀드를 기획·설계한 자산운용사 뿐만 아니라 운용사에 자금을 대출해준 증권사까지 짜고 고객을 속였다는 거죠. 옵티머스 사태는 아예 자산운용사가 사모펀드 제도의 허점을 틈타 작정을 하고 '사기'를 친 것으로 점점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했다고 해놓고는 아예 상관 없는 비상장 기업의 사모사채를 사들였죠. 이 과정에 청와대 행정관 부부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지요.

    2. 그렇다면 왜 지금 사모펀드 시장이 지뢰밭이 됐는데?

    한 마디로 어설픈 규제 완화가 불러온 대참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검증되지 못한 업자들이 몰려들었고, 수수료 수익에 눈이 먼 판매사들은 돈이 된다고 책임 없이 판 거죠. 2015년 4월 국내 사모펀드 전반의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인데요.

    개인에게 투자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며 사모펀드 개인 투자 최소 금액 기준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췄고요. 그만큼 더 탄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하지만, 자산운용사의 각종 의무는 다 줄여줬습니다. 분기별로 이뤄졌던 자산운용사의 운용 상황 공시 의무는 반기로, 금감원에 보고해야 하는 내용 가운데 운용 전략과 투자 대상 자산의 종류, 투자 위험 관련 사항 등은 모두 면제해줬습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갯수도 급증합니다. 2015년 615개였던 사모펀드 수는 2019년 3324개까지 늘어납니다. 투자 가능 금액이 낮아지다보니 비전문 일반인들이 퇴직금 또는 자식들 결혼 자금을 들고 와서 넣는 경우도 생기게 됐죠. 금리가 점차 낮아지다보니 은행 예적금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금융사들은 이들에게 펀드 상품을 적극 판매합니다.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했던 은행들에겐 안성맞춤이었죠.

    (사진=자료사진)

     

    3. 금융당국 규제 완화에서 '강화'로 턴?

    금융위원회는 라임 사태가 터지자 투자 가능 금액을 3억으로 다소 높이고 은행에서 판매하는 걸 제한했지만, 지난 2015년의 규제 완화로 인한 사고라고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라임 사태로 인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점검 결과를 봤을 때 대부분 사모펀드는 제도 개선의 취지에 맞게 운용되고 있다면서 일부 사모펀드의 문제를 제도 개선의 탓으로 연결·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사모펀드 규제를 예전처럼 강화시키는 것도 정답은 아니라는 입장이었죠.

    그런데 옵티머스 사태까지 터지자 '사모펀드 전수조사'라는 초강수를 둡니다.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판매사·운용사·신탁사·사무관리회사 4자회사의 임원급으로 '점검 협의체'를 구성해 점검 관련 세부 사항을 결정하고 과정에서의 이견이 발생할 경우 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하는 행정지도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판매사에도 책임을 강화했죠. 운용사가 제공하는 투자설명자료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전 사전검증하고 사모펀드 운용과 설명자료상 주된 투자 전략이 일치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펀드 환매나 상환연기 등이 발생할 때는 판매 중단 등 투자자 보호 조치도 시행해야 하고요.

    2015년도에 사모펀드에만 면제시켜줬던 신탁사의 운용사 감시 의무는 다시 원상복귀됐습니다. 펀드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회사인 신탁사는 매달 1회 이상 해당 운용사와 펀드 재산 목록 등 펀드의 자산보유내역을 비교해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증빙자료를 보관해야 합니다. 어설픈 규제 완화로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다 보고 난 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슬그머니 되돌려 놓은 셈입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4. 금융소비자가 주의할 점은?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주의할 건 뭐가 있을까요? 우선 사모펀드인지 아닌지 가입할 때 꼭 확인을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의외로 공모인지 사모인지 확인을 안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특히 판매하는 금융사 직원이 준 서류를 확인해 상품의 이름부터 자세히 봐야합니다. 상품 이름 자체가 자산운용사 이름과 함께 '전문 베스트 사모',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등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구분이 쉽지 않은데요. 잘 모르겠다면 다시 한 번 판매 직원에서 사모펀드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기초자산이 무엇인지, 그 기초자산의 위험성은 없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이를테면 DLF 사태 당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건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상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을 판 은행에서는 사모펀드란 말이나 기초자산에 대한 설명도 없이 통장에 수익률만 표기한 채 상품을 파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인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일정 구간 밑으로만 안 떨어지면 4~5% 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는 구조였는데요. 당시만해도 미국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 금리도 동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태였습니다.

    부실 사모펀드 상당수가 공모펀드처럼 팔렸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상 같은 사모펀드가 49인 이하씩 여러개로 쪼개 팔린 건데요. 각각 기초자산은 유사했지만 완전히 같지 않다는 이유로 시리즈 펀드 규제도 피해갔죠. 이런 무늬만 사모펀드는 뒤에 들어온 투자자 돈으로 앞서 들어온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 사기로 변질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사모펀드가 여러 금융회사에 공모처럼 팔리면 일단 폰지 사기는 아닌지 의심해야 봐야 하는 거죠.

    판매사만 볼 게 아니라 펀드를 설계한 자산운용사가 어떤 곳인지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라임, 옵티머스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투자자들은 상품명에 라임이나 옵티머스가 있는 것 자체도 중요하게 보지 않고 운용사는 어떤 곳인지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내 돈을 맡기는 펀드 상품 구조를 만든 곳이 어떤 곳인지 평판 조회 정도는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금융투자협회 회원사공시시스템이나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를 통해 운용사의 영업보고서를 보면 재무제표나 경영진 현황 등을 알 수 있으니 참고해볼 만 합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