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ARM이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90년 영국에서 설립된 ARM은 반도체의 기본 설계도를 만들어 삼성전자·퀄컴·애플 등 세계 1000여 기업에 팔고 로열티를 받는 회사다.
◇ 매물로 등장하자마자 ARM이 주목받는 이유는 2000년대로 진입하면서 ARM은 큰 도약을 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CPU로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실례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인텔의 매출은 56.35%가 증가했지만 ARM은 무려 160%나 증가했다.
이런 ARM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지난 2016년 320억달러(약 38조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은 위워크 등 잇단 투자 실패로 인해 최근 ARM 보유 지분의 일부 또는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RM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세계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의 지형은 크게 변할 수 밖에 없어 업계가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ARM CPU를 이용하는 최고 양대 경쟁그룹인 안드로이드 진영 (삼성&퀄컴)과 iOS(애플)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특히 안드로이드, iOS 어느 진영이던 한 곳에서 인수할 경우 다른 한쪽은 CPU와 운영체제의 기본설계 로열티를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줘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 ARM은 모바일 생태계 밑바닥에서 산소와도 같은 존재ARM은 과연 어떤 회사일까.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기본 설계도인 '명령어집합체(ISA)'를 반도체 제조사에 제공하고 있다.
즉, ARM은 반도체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일반적인 팹리스처럼 칩을 설계한 후 위탁·제조해 파는 회사도 아니다. 물론 타사의 칩을 받아서 원하는대로 만들어주는 파운드리도 아니다. ARM은 오로지 자사 칩, 혹은 칩의 일부나 자사 칩이 수행 가능한 ISA만을 팔았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고, 기존 강자인 인텔이 시장이 요구하는 솔루션을 단시간에 내놓을 수 없게되자, 애플 등은 이같은 ARM의 기본 설계를 찾기 시작했다.
모바일 생태계 최하단에서 ARM은 산소와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삼성전자도 ARM의 ISA를 바탕으로 모바일AP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ARM이 중국 화웨이에 기술 공급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한 칩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일단 ARM의 매각 목표가격은 410억 달러(약 49조원)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입질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그래픽카드 업체 엔비디아가 ARM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주력 분야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맥북 시리즈에 탑재하는 CPU 코어를 인텔이 아닌 ARM 기반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해,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수 여력으로 봤을 때는 현금 보유액이 넉넉한 삼성전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ARM 인수는 천문학적 몸값도 걸림돌이지만 미·중 무역갈등도 변수다. '독과점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8년 통신용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를 추진했다가 '국가 안보'를 내세운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고, 같은 해 퀄컴은 자동차용 반도체업체인 NXP 인수를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허락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통해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지분을 인수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ARM도 한 업체가 아니라 ISA를 제공받는 기업들이 연합체를 구성해 지분 참여에 나서면, ISA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기술 독과점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 ARM이 갖고 있는 한계는?ARM의 매출은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17년 매출이 18억 3100만달러(약 2조 2000억원)였는데, 2년후인 2019년에도 18억 9800만달러(약 2조 3000억원)로 '게걸음'을 했다.
인수자의 입장에서는 연 매출 2조원 회사를 50조원을 주고 사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ARM의 아킬레스건은 모바일 이외의 환경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버 시장을 노렸던 ARM은 인텔앞에서 가로막혔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장으로 발전하지도 못했다.
미래 시장에서 또한번의 도약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력 사업군인 스마트폰 로열티 사업도 제품이 예전만큼 팔리지 않으면서 제자리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의 저자 정인성 SK하이닉스 연구원은 책에서 "ARM은 자신의 고객들이 필요로 할 것 같은 기술을 선행개발해 일종의 노하우로 쌓아두고, 필요할 때 고객에게 제공해 고객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바일 시대 초반에 그랬듯이 예를들어 곧 수요가 폭발할 자동차용 반도체에 필요한 저전압, 고온 상황에서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표준 설계를 싸고 쉽게 제공하는 등의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