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정알못]툭하면 편 나눠 싸우는 여야…자리를 섞으면 어떨까?



국회/정당

    [정알못]툭하면 편 나눠 싸우는 여야…자리를 섞으면 어떨까?

    [정·알·못 위한 쉬운 뉴스⑮]
    당별로 뭉쳐 앉아 있는 국회의원 의석 배치 개선 목소리
    '정쟁만 한다' 비난 크지만 '대결구도' 느낌주는 옛 관행 계속 유지
    지방의회선 정당구분 없이 선수·나이 순으로 배치
    "500조 예산다루고 국가기관 감사하는 국회가 분위기만 따질 수 있나" 반론도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축하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21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장.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단상 왼쪽 길을 통해 회의장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좌우를 가르는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 펼쳐졌습니다.

    의장석을 기준으로 중앙 왼편 길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의원들은 모두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친 반면, 길 왼쪽에 있는 의원들은 대다수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가 문 대통령이 지나가자 그제야 잠시 일어나서 인사를 하는데 그쳤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본회의장도, 상임위회의장도 '대결 구도'

    의장석에서 바라봤을 때 국회 본회의장 가운데 구역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왼쪽 구역은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모여 앉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끼리 모여 앉아있는 것은 상임위원회 회의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무위원 등 피감기관이나 참고인 등이 앉는 좌석에서 상임위원장석을 바라보면 왼쪽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오른쪽에는 통합당 의원들이 옆으로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이처럼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 좌석을 배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대결'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기에 통합당 의원들은 개원식 본회의에서 원구성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좌우 흑백 대비가 뚜렷한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상임위 회의장에서도 정쟁이 펼쳐질 경우 여야가 각각 일렬로 도열한 채 서로 마주보면서 상대를 향해 '함께' 공세를 펼치는 모습을 쉽게 펼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21대 국회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관행에서 비롯된 '정당별 의석 배치'…'왜?' 고민은 없어

    국회 좌석 배치는 '국회의원의 의석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정한다'는 국회법 3조에 따라 국회의장이 정하지만, 의장이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요청을 반대하는 일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원내대표가 정하는 대로 자리가 배정됩니다.

    여야에 따르면 국회는 그간 관행적으로 현재와 같은 형태로 자리 배치를 해왔습니다.

    본회의장은 의장석에서 바라봤을 때를 기준으로 △제1 교섭단체가 중앙 △제2 교섭단체가 왼쪽 △제3 교섭단체 또는 비교섭단체 또는 무소속 의원은 오른쪽에 좌석에 앉아왔습니다.

    상임위 회의장은 위원장석에서 바라봤을 때를 기준으로 △제1 교섭단체가 오른쪽 가장 가까운 자리에 간사, 이후에 이름 가나다 순으로 △제2 교섭단체가 왼쪽 가장 가까운 자리에 간사, 이후에 이름 가나다 순으로 △제3 교섭단체 또는 비교섭단체 또는 무소속 의원은 나머지 자리에 각각 좌석을 배정받았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이같은 관행은 너무 오래 전부터 이뤄져왔기 때문에 언제가 시발점인지 알기 어렵다"며 "1987년 개헌 이후 치러진 총선으로 구성된 국회에서는 모두 이런 식으로 좌석을 배정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관행은 관행인데 어떻게 생겨난 관행인지 모른다는 말이죠.

    현 민주당과 통합당의 전신 정당들은 제1, 제2 교섭단체를 유지해 온, 최소 3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뿌리도 모른 채 꾸준히 번갈아 가며 이런 편가르식 자리배치 속에서 의정을 논의해 온 셈입니다.

    ◇싸우지 못하도록 여야 의석을 섞자는 목소리…이미 시행 중인 지방의회들

    때문에 이같이 '싸우는' 느낌을 주는 국회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자리 배치에 변화를 주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국회 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에 대해 '일 안 하고 싸우는 기관'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여야 의원의 의석을 섞는다면 여야 간 소통도 많아지고, 회의장 모습도 대결 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비난하려는 다른 정당 의원이 바로 내 옆에 앉아있다면 아무래도 고성을 지르며 삿대질을 하기가 쉽지 않겠죠.

    과거 지방의회 의원을 지낸 한 21대 국회 초선의원은 "내가 몸담았던 의회에서는 나이순으로 의석을 배치했었다"며 "당시 상임위 왼쪽과 오른쪽에 앉았던 의원들이 모두 당적이 달랐는데 어떤 때는 같은 당 소속 의원보다 옆자리에 앉은 두 의원과 더 친하게 지내기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해당 지방의회는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본회의장은 앞자리부터 선수(초선→다선)와 나이(같은 선수일 경우 더 어린 사람부터)에 따라, 상임위 회의장은 나이순으로 의석을 배정하고 있었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이런 방식으로 의석을 배분한다면 아무래도 지금처럼 '모여서' 정쟁을 펼치기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며 "TV 등 화면을 통해 국회의 모습을 접하는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더욱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달 5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상희 국회부의장 선출을 위해 열렸던 본회의 당시, 통합당 의원들은 합의되지 않은 일정이기 때문에 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자 집단으로 회의장에서 퇴장했지만 퇴장 이후에도 회의장이 썰렁한 느낌은 크지 않았던 것도 이와 유사한 이치입니다.

    원구성이 마무리되기 전이라 본회의장 의석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구 순으로 배치된 상태였기 때문에 통합당 의원들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비교적 커다란 빈 공간 없이 회의가 진행됐기 때문이죠.

    (사진=연합뉴스)

     

    ◇대다수 의원들 "국회 기능·영향력 생각할 때 현행 유지해야"…관계자들 "바꾸기 어렵다"

    물론 국회가 상대적으로 규모나 예산 측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지방의회와 같은 식으로 의석을 배치해서야 되느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청와대와 대법원을 비롯해 각종 국가기관과 정부부처를 감사하고 5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국회가 단순히 '화목한 이미지' 연출만을 위해서 긴박하게 같은 당 소속 의원들과 현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리배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한 정당 관계자는 "지방의회는 다루는 현안의 무게감이나 관리하는 예산이 국회와 차마 비교라는 것을 할 수가 없는 수준"이라며 "수시로 긴급한 현안을 다루고 논의해야 하는 국회에서 정쟁 이미지를 탈피하자고 여야 의원을 섞어 앉혀서야 되겠냐"고 말했습니다.

    의석 배치를 담당하고 있는 여야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현재 관행과 다른 방식으로 의석을 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군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