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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GTX-C 누구를 위한 '1분'인가



뒤끝작렬

    [뒤끝작렬]GTX-C 누구를 위한 '1분'인가

    GTX, '속도'냐 '공공성'이냐 태생적 딜레마
    열차 지연 우려 놓고 인덕원 정차 갈등 심화
    안양 "1분정도 지연으로 미미"…역 사업성도 검증
    철도역 선정에 '정치' 아닌 '객관적 판단' 중요
    "1분을 위해 수백만 승객 포기할 것인지 고민할 때"

    GTX-C노선도(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수도권 팽창과 함께 핵심 교통대책으로 떠오른 '대심도광역급행열차(GTX)'. 지하 50m를 최고 시속 180㎞, 평균 시속 100㎞로 달려 서울 도심까지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매일같이 출퇴근 지옥을 경험하는 수도권 주민들로서는 획기적인 교통수단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성.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정차역을 줄이자니 이용객이 줄고,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정차역을 늘리자니 기존 지하철이나 버스와 차별화가 안 된다.

    '빨리 갈 것인가', '많이 태울 것인가'는 GTX의 태생적 딜레마다.

    ◇ GTX 인덕원 정차 논란, '1분 빨리'냐 '다수의 편리'냐

    이 같은 맥락에서 GTX-C노선의 인덕원 정차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노선은 양주 덕정-의정부-창동-광운대-청량리-삼성-양재-과천-금정-수원 등 10곳에 정차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이런 가운데 안양시가 인덕원역을 정차역으로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과천시는 이에 반대하며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한마디로 안양시의 주장은 많이 태우려면 인덕원역에 서야한다는 것이고, 과천시는 빨리 가려면 중간에 서면 안 된다는 것.

    4호선 인덕원역 일대에 GTX-C노선 인덕원 정차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사진=안양시청 제공)

     

    특히 과천시는 인덕원역과의 거리가 3㎞ 정도로 고속열차인 GTX의 속도를 늦추는 데다, 역사 조성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노선의 사업 취지가 훼손된다며 정차역 추가를 반대하고 있다.

    ◇ 열차 지연 '1분' 미만 수준…환승 편의, 승객수요 고려해야

    이 같은 반대가 옳은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C노선 전구간인 덕정-수원간 74.2㎞를 이동하는 데 48분50초가 걸리는데, 인덕원에 멈출 경우 49분40초가 소요됐다.

    지연되는 건 맞는데 그 시간이 50여초로 미미한 수준이다. 고속열차로서의 GTX 노선 취지를 훼손할 정도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안양시의 사전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인덕원역 정차를 가정한 비용대비 편익(B/C)은 사업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1보다 세 배 이상 높은 3.33으로 나왔다.

    또 GTX 인덕원역은 하루 4만1천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추산됐다. 2만명 미만으로 예상된 과천역보다 2배 많은 전망치로, 승객 수요만 보면 과천보다 인덕원역의 경제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1분 정도 열차 지연을 양보하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4호선과 '인덕원-동탄', '월곶-판교' 복선전철 등 향후 연계될 노선과 환승하면 안양은 물론, 시흥과 광명, 의왕, 수원, 성남 6곳의 시민들이 30분대로 강남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는 '수도권 30분 내 출퇴근'이라는 GTX의 기본 취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반면 C노선이 인덕원을 거치지 않고 과천에만 정차하면 인덕원-동탄, 월곶-판교 열차를 이용하는 의왕, 광명, 시흥 등의 시민들은 불편을 겪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해당지역 승객들이 C노선을 타려면 4호선 인덕원역과 과천정부청사역을 거쳐, 또 한 번 'GTX 과천역'으로 이동하는 등 환승에 33분이 더 걸린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GTX-C노선 인덕원 정차 사전타당성조사 결과 내용이다.(사진=안양시청 제공)

     

    더구나 안양시에서 제시한 기존 4호선 인덕원역 활용 방안을 적용하면, 역사를 새로 만드는 비용 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

    기존 역을 활용하면 예산을 80% 절감해 150억원 정도면 정차역을 추가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역사 신설에 드는 예상비용이 1천억원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업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 철도역 선정, '정치' 아닌 '객관성·공정성' 반영돼야

    이처럼 인덕원역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에도 불구하고 왜 과천역이 선점됐고, 인덕원은 배제됐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GTX-C 노선 중 '과천역'에 대한 계획은 201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왕‧과천이 지역구였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안상수 전 대표는 같은 당 소속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나 GTX-C 노선의 과천역 설치를 약속받았다.

    하지만 GTX-C 노선 자체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성이 부족해 지지부진하다 2018년 시종점 구간을 연장한 수정안으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정거장 계획에 과천역이 포함됐다.

    지난해에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과천 3기 신도시 개발과 함께 과천역 설치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대해 동양대 박정수 철도운전제어학과 교수는 "철도사업을 추진하면서 유력 정치인들이 개입해 자기 지역에 역사를 유치하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꼭 필요한 역이 어디인지 수익성이나 환승 편의성 등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해 정차역을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도는 꽉 막힌 차도를 대신해 다수의 시민들이 원활하게 이동하기 위한 '도심 속 혈류'같은 교통수단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하는 게 철도사업의 목표다.

    인덕원 정차는 C노선 열차를 1분 정도 늦추는 대신 충분한 승객수요를 확보했다. 이 1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인덕원을 통해 철도를 이용하려는 수많은 승객들을 포기해야 된다.

    정차역 추가로 포기해야 되는 1분이 수백만명의 승객을 더 태우는 것보다 가치가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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