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흰여울문화마을 보행로에 쓰레기봉투 거치대가 설치돼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바닷가 절경을 보려는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주민들이 버려진 플라스틱 커피잔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 목소리에 관할 구청은 주민과 관광객 의식을 탓하며 추가 대책 마련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전경. (사진=박진홍 기자)
평일 오후,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골목을 걷는 관광객들 손에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잔이 들려 있다.
부쩍 더워진 날씨 탓인지 관광객들은 얼음이 든 시원한 커피와 음료를 연신 들이켰다.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빈 잔을 들고 한참을 걷던 관광객들은 쓰레기봉투 거치대를 발견하고 다가갔지만, 가득 찬 봉투에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발길을 돌렸다.
골목 바닥에는 빈 투명 플라스틱 잔이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굴러다녔고, 환경미화원과 공공근로에 나선 어르신들은 집게를 들고 이 잔들을 수시로 주워 담았다.
공공근로 어르신 A(80·여)씨는 "요즘 날씨가 더워져 얼음이 든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다 마신 뒤 난간이나 길가에 놔두고 가는 사람들이 있어 보이는 족족 치운다"며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쓰레기봉투가 금방 가득 차 빨리빨리 안 갈아주면 넘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에 비치된 쓰레기봉투 수거함이 가득 차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버려진 플라스틱 잔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주민 B(80·여)씨는 "관광객들이 플라스틱 잔을 여기저기 많이 놔두고 간다"며 "버릴 데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보행로 바닥에 빈 플라스틱 일회용 커피잔이 버려져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또 다른 주민 C(60)씨는 "마을에 쓰레기봉투가 4곳 정도 비치돼있는데 100ℓ짜리 하나씩만 있어 부피가 큰 커피잔을 버리면 금방 가득 차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광객들이 제대로 버리고 싶어도 봉투가 가득 차 있으니 쓰레기봉투 옆에 놔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마을은 바닷가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인데, 그렇게 두고 간 잔들이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구르고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에 쓰레기 투기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상황이 이렇자 한 주민은 "주말마다 주민들이 사비를 들여 청소하는 실정"이라며 "해결책이 없으면 주민이 합심해 관광객 유입을 막겠다"며 영도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영도구청에 따르면, 구는 현재 흰여울문화마을 쓰레기 수거를 위해 100ℓ 쓰레기봉투 한 장을 걸 수 있는 거치대를 4곳에 비치해두고 있다.
또 주말에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임시 분리수거대를 4곳에 추가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에 비치된 쓰레기봉투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이 같은 조치에도 주민 문제 제기가 계속된다는 지적에 대해 영도구청은 뾰족한 해법이 없다며 난색을 드러냈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쓰레기수거대 추가설치는 필요하다면 검토해보겠지만, 수거대를 추가 설치하면 주민들이 생활 쓰레기를 종량제봉투에 버리지 않고 수거용 봉투에 무단 투기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들이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를 회수해가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구에서는 우선 흰여울마을 내 카페를 대상으로 판매한 일회용 플라스틱 잔을 손님들에게 회수해달라고 요청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