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방자치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에 따른 재난긴급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외국인 주민을 배제한 것은 정당한 근거가 없는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1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지자체 차원의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 주민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도록 관련정책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재난 상황으로 인해 생계의 곤란을 겪고, 피해를 구제받아야 하는 상황은 외국인이라고 해서 내국인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인권위는 "서울시의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대책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원대책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긴급지원 정책을 구현하는 것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재난 상황에 처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가동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도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에서 실직, 해고, 임금차별, 사회적 관계의 축소, 의료기관 접근성 약화 등의 재난상황을 한국 국민과 동일하게 겪고 있다"며 "지자체의 한정된 재화를 지원하는 기준에 국적, 출신국가, 가족의 형태나 관계 등을 포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취약계층을 소득기준에 따라 한시적으로 긴급지원하기 위해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을 발표했다. 같은 달, 경기도 역시 소득과 나이에 상관없이 '전 도민'을 상대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두 지자체의 재난긴급지원금 지원대상에서 외국인 주민은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7일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민 인권단체 회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이에 결혼이주여성 등 이주민 당사자들과 이주인권단체 등은 서울시와 경기도가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관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을 배제한 것은 차별이자 인권침해"라고 지난 4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서울시는 한정된 재원으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지원하기 때문에 가구 구성과 소득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외국인은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난민인정자 등은 지급대상에 해당돼 차별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기도 또한 지원의 긴급성으로 부득이하게 주민등록전산시스템에서 전체 현황이 파악되지 않은 외국인은 제외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전문가들의 의견수렴, 코로나19 관련 국내외 소득지원 사례 조사, 헌법과 지방자치법 등 국내법령을 근거로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주민으로 등록된 외국인 주민을 달리 대우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방자치법 제12~13조 등을 살펴볼 때, 주소를 신고한 외국인은 지자체로부터 균등한 행정상 혜택을 받을 권리를 지닌 '주민'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재난으로 인해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음이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을 때, 해당지역 내 외국인 주민의 취약성이 더 악화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내 피해 회복효과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