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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정책 돌아선 北…2018년 이전 '불통 시대'로



통일/북한

    적대정책 돌아선 北…2018년 이전 '불통 시대'로

    北 남북연락채널 차단…경색 국면 첫 단계 접어드나
    우리 정부를 적으로 규정 "대남사업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
    '첫 단계의 행동' 이후 '단계별 사업계획' 관심
    개성공단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지난해에만 10번 뿌려진 전단, 올해 문제삼는 이유?
    '단계별 대적사업계획'도 北 전략 수정의 일환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밝힌 9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 향하는 길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북한이 9일 예고한 대로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망을 차단했다. 북한은 이날 예고한 정오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오전 9시 남북연락사무소 연락채널과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양측 함정 간 핫라인 등의 개시 통화를 받지 않으면서 남북의 모든 연락채널은 먹통이 됐다.

    북한은 이날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의 모든 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겠다고 밝힌 뒤, 이를 북한 주민들도 보는 노동신문에 게재했다.

    ◇현실화된 불통시대…남북 핫라인·연락사무소 가동 등 판문점 선언 성과물 빛바래

    청와대와 북한 노동당 본부청사를 연결하는 핫라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가동은 지난 2018년 남북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의 성과물이다.

    물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올 1월 코로나19를 우려한 북한의 요청으로 우리 측 상주인력이 철수하면서 가동이 잠정 중단됐고, 청와대 핫라인도 그 동안 정상적으로 가동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남북의 소통 채널이 살아 있다는 상징성은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차단함에 따라 남북 불통 시대가 현실화됐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 통화를 시도하는 군 관계자(사진=연합뉴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 채널은 2018년 1월 3일 복원된 이후 2년 5개월여 만에 끊겼고,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핫라인도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한 채 설치 2년 만에 끊겼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을 뒤로 하고 2018년 이전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과거에도 북한이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조성하는 첫 단계는 연락기능의 차단이었다. 북한도 이번 조치가 "(남북 간의) 일체의 접촉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라고 밝혔다.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 남측을 적으로 규정

    북한의 발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대목이다. 남측을 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발표된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의 제목도 "적은 역시 적"이었다.

    게다가 이런 규정과 조치는 북한의 권력 2인자로 부상하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북한 내 대남사업부서들을 불러 모아 실시한 사업총화회의의 결론으로 제시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라는 얘기이다.

    북한 청년학생들의 항의 시위행진(사진=뉴스1 제공)

     

    북한은 "단계별 대적사업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먼저 북남(남북)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선 차단이라는 '첫 단계의 행동' 이후 남측을 적으로 규정해 단계별로 준비했다는 향후 '대적사업계획'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신선 차단' 다음 조치는?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를 집중 비난한 담화에서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경고한 바 있다.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도 5일 밤 발표한 담화에서 "(전단 살포 금지)법안이 채택되어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면서,"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 시달리게 해주려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제1부부장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의 경고로 미루어볼 때 북한은 개성공단 완전 철거의 실행 과정에서 우리 측 자산 몰수를 선언하거나 개성공단 내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 건물 자체를 폐쇄할 가능성이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9·19 남북군사합의의 파기와 접경 지역에서의 군사도발 등 긴장조성 행위 가능성이다.

    (그래픽=연합뉴스)

     

    남북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단, 동·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일정 구역을 완충수역 지정, 군사분계선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군사합의 파기와 함께 실제 접경 지역에서의 도발이 이뤄진다면 남북관계는 2018년 이전의 대결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지난해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는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단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법률 제정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북한은 탈북민의 전단 살포 문제를 최고 존엄에 대한 우롱행위로 연결시키고 있다.

    북한은 이날 남북 통신선 차단에 나서면서 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최고 존엄을 건드리며 전체 우리 인민의 신성한 정신적 핵을 우롱했으며 결국 전체 우리 인민을 적대시했다. 다른 문제도 아닌 그 문제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며,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최고 존엄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목숨을 내대고 사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김여정 담화는 물론 이번 조치도 노동신문에 게재해 북한 주민들에게 당위성을 설파하는가 하면,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지지하는 대규모 군중대회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앞으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 누적된 불만 표출…대남-대미 전략 수정 후 고강도 도발 하나

    북한이 전단 살포를 내세우는 이면에는 사실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도 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요컨대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를 통해 남한 정부 하자는 대로 다 했으나 현재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불만"이라며,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관계로 나아가려는 북한의 전략이 미국과의 대화에 막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서운함과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통일전선부 대변인도 탈북민들이 이미 "지난해에 10차례, 올해에는 3차례 삐라를 뿌렸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이 애초 문제로 삼은 지난 달 31일 전단 살포가 새로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새로울 것이 없는 일인데도 북한이 이번에 전달 살포를 남북관계 파탄 사안으로 키워 나가는 것은 결국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 누적된 불만, 이에 따른 새로운 길의 모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北 노동당 정치국 회의(사진=뉴스1 제공)

     

    북한은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쳐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도 어려움이 더 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 언급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들'도 전단 살포 문제만을 위해 급조된 대책이라기보다는 정면 돌파전이라는 전략 수정과 관련된 보다 장기적인 추진 방안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만이 아니라 미국 대선까지 염두에 두면서 대미압박에 나선 벼랑 끝 전술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친서를 보내고, 반면에 수시로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하는 등 강온양면전략을 써왔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이에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라며, "지난달 당 중앙 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과 격동상태에서의 전략무력 운영방침을 제시한 만큼, 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동안과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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