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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싸라기' 송현동 땅 논란…주민들 "강매? 원래 시민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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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반

    '금싸라기' 송현동 땅 논란…주민들 "강매? 원래 시민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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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업개발 vs 공공활용 놓고 이견…원칙은 '시민의 안식처'
    조선 말 친일 세도가-일제강점기-미군정-대기업 소유 굴곡
    주민들 "녹지 외 공공주차장·문화시설 등 함께 들여야"

    대한항공이 매각 결정한 송현동 부지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옛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를 공원화하기로 하고 부지 매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관할지인 종로구까지 지지입장을 내놓았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공권력 개입'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주민들 생각도 같을까?

    지난 5일 서울시는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3만6642㎡)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고시하고 이 일대를 문화공원화 한다고 발표했다. 보상액은 4671억300만원으로 2021년부터 2년에 걸쳐 분할보상 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내심 불쾌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매각대금 때문이다.

    부지보상비에 대해 서울시는 사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감정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해 공시가격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송현동 부지는 높이 12m 제한, 1종 일반거주지역으로 용적률이 100~200%에 불과하고 인근에 덕성여고, 덕성여중, 풍문여고 등 학교가 인접한 관계로 각종 규제에 묶여 사실상 개발 제한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 때문에 거래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1997년 미국 대사관 숙소가 이전하면서 삼성생명이 1400억원에 매입했지만, 외환위기로 2008년 대한항공에 2900억원에 매각했다. 대한항공은 한옥호텔과 전시장을 짓고자 했지만, 인근에 덕성여고, 덕성여중, 풍문여고 등 학교가 인접한 관계로 교육청 심의에서 번번히 탈락했다.

    대한항공(사진=연합뉴스)
    이에 불복한 대한항공이 5년간 서울중부교육청과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이유로 3심 모두 패소했다.

    서울시가 아니더라도 상업개발이 사실상 어려워진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현금확보가 절실해진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최대한 좋은 가격에 급매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보고 매각처를 수소문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같은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통해 부지를 매입하려하자 일각에서는 '자유시장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 '위기 상황인 항공업계의 발목 잡고 있다' 등의 거친 여론전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다.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CBS노컷뉴스가 9일 취재한 송현동과 삼청동 인근 주민들의 생각은 단순했다. 무엇을 개발 하든 그 이익이 온전히 지역주민과 시민들의 편으로 이어질 것인지 오히려 반문했다.

    삼청동에 거주하는 주민 문모(56)씨는 "이 지역은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가고 나이든 사람들이 주로 남아 있다. 미국대사관 부지(송현동 부지)가 개발되서 주민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느냐"며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뭐다 해서 임대료나 땅값만 올라서 대기업이나 돈 있는 외주인들만 배불렀지 주민들의 터는 허름해지고 갈데 없어 남은 노인네들만 하세월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씨는 "개발이나 인허가나 이런 것은 잘 모르겠고, 오랫동안 동네 살아오면서 보면 관광지라서 상인들은 좋다지만 그거 땅값만 올라서 더 힘들어지는 거 아니냐. (서울시 부지 매입 계획)그게 무슨 강매냐. 시민들이 이용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인근 부동산업체 공인중개사 A씨는 "송현동 부지 공원화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청동쪽으로 80%가 공실이다. 빌딩이나 오피스텔이 들어오면 교통이나 주민 편익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며 "처음엔 마을이 있다가 우유배달소가 들어오고 세탁소가 생기다가 나중에는 공방인이나 예술인에 밀리고, 결국 대기업에 밀려나고 있다. 다들 밀려나 이 동네엔 약국도 미용실도 없다. 이런 먹이사슬에서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가?"라며 성토했다.

    (그래픽=연합뉴스)
    A씨는 서울광장의 3배 규모에 달하는 송현동 부지를 모두 녹지화 하기엔 너무 규모가 크다며, 공원과 함께 심각한 주차난을 해소 할 대형 공공주차장과 벼룩시장이나 예술인 시설을 들여 주말공원이 아닌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생활형 공원으로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실제 송현동과 삼청동 일대는 매일 수백 대의 관광버스와 주변을 찾는 시민들의 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좁은 도로에 밀접한 건물들이 들어찬데다 인근에 덕성여중 덕성여고 풍문여고 등이 있어 안전문제에도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시민 강정원(34)씨는 "(송현동 부지)건너편으로는 빽빽한 빌딩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저 뒤로는 전통 궁궐이나 공방, 허름한 동네들이 많은데,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서울을 상징하는 공원이 있으면 좋겠다"며 "요즘 획일적인 대규모 아파트 콘크리트숲에도 생활공간을 연결하는 녹지가 많이 생겨나듯이 획일적인 빌딩숲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복궁과 창경궁을 잇는 생태공원이 있으면 정말 잘 어울리겠다"고 말했다.

    일행인 김도협(38)씨도 "공익광고 같은 것 보면 전통과 현재, 미래가 만나는 서울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상징이라는 옛 고궁 주변이 이처럼 상업적인 곳을 해외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호텔이 들어서면 관광객들에게는 좋겠지만 시민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기회는 줄어드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공원과 같은 안식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현동 부지는 근현대사적으로도 역사적 유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선 말 친일파 세도가로 알려진 윤덕영·택영 형제가 대부분 소유하고 있던 송현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민족자본을 수탈한 조선식산은행이 이들 형제에게서 매입해 직원 숙소로 사용했다. 이 은행은 일제 조선총독부의 산업 정책을 금융 측면에서 뒷받침하던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실질적인 지배위에 성장한 자본수탈 특수은행이다.

    해방 이후 1948년 한국과 미국 정부가 맺은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 보충 협약에 따라 미군정이 필요한 부지의 소유권을 미국 정부에 양도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현재의 송현동 부지 소유권을 넘겨받아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를 지었다.

    1997년 숙소 이전으로 정부가 소유권을 넘겨받은 이래 삼성생명에 이어 대한항공으로 주인이 바뀌었지만 20년 넘게 각종 규제에 묶여 사람 손길 타지 않은 송현동 부지는 풀과 나무가 자라 거대한 잡녹(雜綠)을 이루다가도 개발 움직임에 빈 구멍을 내는 등 근현대사의 풍랑을 견뎌온 땅이다.

    한편, 종로구는 구민 80% 이상이 공원 조성에 찬성하고 있다며, 작년 10월 개최한 100인 시민 원탁 토론회 참여 시민들 역시 80.5%가 공원 조성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구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공간이기에 사유지로 두기보다는 공원을 조성해 공공성을 살리는 게 옳다는 데 시민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한항공과의 협상은 별개로 송현동 부지의 용도를 변경해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5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주민열람을 통해 의견을 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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