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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내쫓기? 계약이행?…인천공항公-스카이72, 골프장 운영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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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차인 내쫓기? 계약이행?…인천공항公-스카이72, 골프장 운영권 다툼

    인천공항공사, 스카이72에 골프장 시설 무상 양도 후 퇴출 통보
    인천공항 개발계획 추진 지연에 골프장 운영권 붕떠
    '새 사업자 찾는 게 오히려 손해'…특혜 논란 전망도

    스카이72 골프장 전경 (사진=스카이72골프장앤리조트 제공)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예정부지에 지어진 수도권 최대 골프장 '스카이72골프장앤리조트(이하 스카이72)'의 운영권을 놓고 토지주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와 지상권자인 스카이72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애초 양측은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착공 예정 시기에 맞춰 올해 말까지 임대 계약했지만 해당 활주로 공사가 수년간 미뤄질 조짐을 보이자 공항공사가 기존 입주업체인 스카이72를 내보내고 새로운 운영자를 찾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카이72는 수천억을 투자해 지은 골프장 시설을 그대로 놓고 빈 몸으로 내쫓는 건 부당한 처사라며 반발하지만 공항공사는 계약에 따른 절차 이행이라고 응수하고 있다.

    ◇ 5활주로 착공 계획에 맞춘 임대 계약…착공 연기로 공중에 뜬 골프장 운영권

    9일 국토교통부와 공항공사, 스카이72 등에 따르면 이들 사이의 갈등은 공항공사가 지난달 13일 올 상반기에 스카이72가 운영 중인 골프장을 운영할 새 사업자를 공개입찰 방식으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이는 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맺은 임대 계약이 올해 말 종료되는 데 따른 조치다.

    앞서 공항공사는 지난해 4억8000여만원을 들여 스카이72 골프장 부지에 대한 경제성 분석 용역을 진행했다. 당시 경제성·세무·법률 분석을 통해 골프장 시설의 유지 및 운영, 철거 등의 방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항공사가 기존의 골프장 시설을 그대로 둔 채 사업자인 스카이72만 빠지는 걸 요구했다는 것이다. 스카이72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빈털터리 신세가 되는 셈이다.

    문제의 단초는 애초 스카이72가 공항공사 소유 제5활주로 예정부지를 빌려서 지어졌기 때문이다. 2002년 임대 계약 당시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내년부터 제5활주로를 착공할 계획이었다.

    현재 인천공항은 모두 3개의 활주로가 운영 중이고 4활주로는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 완공해야 하지만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2024년에야 완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토부가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 "제5활주로 공사의 구체적 추진 일정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면서 5활주로 착공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4활주로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4년가량 늦어지고 5활주로 착공은 불투명한 상태에서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내년부터 골프장 운영권이 공중에 뜬 상황이 된 것이다.

    ◇ 공항공사 "계약 연장, 특혜 우려 있어"…스카이72 "새 운영자는 더 큰 특혜 받아"

    공항공사는 스카이72가 이미 사업 기간 동안 충분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임대 계약을 연장하는 건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항공사 측은 "기존사업자를 상대로 사업 기간을 연장하는 건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사업자도 공정하게 입찰에 참여하는 게 공공의 이익에 보다 부합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카이72는 임대계약 당시 5활주로 공사 시점에 맞춰 양측이 계약만료 시점을 정했는데 공사가 지연됐다면 계약 변경의 사유가 발생한 것이지 계약만료를 운운할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공항공사가 오히려 새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려는 게 아니냐고 반발한다. 새 사업자는 추가 투자비용없이 골프장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데다 5활주로 공사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면서 골프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한산한 인천공항.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악화된 인천공항 운영 여건…점점 희박해지는 5활주로 증설

    스카이72가 이같은 주장을 하는 건 최근 인천공항 개발계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5활주로 공사를 추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현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하루 평균 20만명에 달하던 여객이 3000명 수준으로 줄면서 수익도 급감해 '셧다운(shutdown, 임시 휴업)'에 준하는 비상운영체계를 가동 중이다.

    공항공사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8669억원에서 83.5% 감소한 1431억원을 추정된다. 이는 세계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당시 1543억원보다도 저조한 수준이다. 대외 여건을 보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항공사의 수익 악화는 물론 항공사와 공항 내 입점업체마저도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5활주로 공사 추진은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적 비난이 불보듯 뻔하다. 국토부가 5활주로 공사 추진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송영길(인천 계양을)‧민홍철(김해갑)‧김정호(김해을)‧김두관(양산을)‧최인호(부산 사하갑)‧전재수(부산 북강서갑)‧박재호(부산 남을)‧이상헌(울산 북) 등 여당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인천공항의 5활주로 증설의 정당성도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스카이72 새 사업자 찾기

    공항공사가 스카이72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새 사업자를 찾을 경우 공항공사가 떠안을 비용 처리 문제도 석연치 않다.

    당초 공항공사는 임대 계약 만료시 시설물 철거와 비용은 스카이72 측이 부담한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스카이72 시설물의 철거비용은 2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골프장 시설을 무상으로 넘겨받길 원하고 있다.

    공항공사가 스카이72의 시설물의 소유권을 넘겨받겠다는 의도인데, 이럴 경우 공항공사는 법인세와 취득세로 약 600억원을 내야 한다. 5활주로 착공시 골프장 시설 철거 비용 200억원도 포함하면 공항공사가 새 사업자를 찾기 위해 떠안아야 할 비용은 모두 800억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공항공사가 얻을 것으로 추정되는 당기순이익 1431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지난해 스카이72가 공항공사에 지불한 임대료 150억원의 5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공항공사가 새 사업자를 찾아 계약한 뒤 수익을 얻으려면 스카이72가 지금과 같은 수준의 임대료를 지급한다고 가정할 때 최소 6년이 지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정공방도 예고된다. 스카이72가 골프장 시설에 대한 권리를 공항공사에게 무상으로 양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는 무상 양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주식회사인 스카이72는 시설에 대한 권리를 공항공사에 무상으로 증여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스카이72가 배임 혐의를 벗기 위해 공항공사를 상대로 지상권(건물과 시설)과 유익비(토지 가치 상승에 대한 보상) 등의 비용을 소송 청구할 게 불보듯 뻔하다. 스카이72 시설물의 가치는 10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공사가 소송에서 질 경우 스카이72에 대한 새 사업자를 떠안아야 할 비용은 2000억원 안팎으로 늘어난다. 결국 '배보다 배꼽이 큰' 새 사업자 찾기가 될 수 있다.

    스카이72 관계자는 "차라리 공항공사가 계약만료에 따라 시설을 철거하라고 하거나 지상권과 유익비를 보상금으로 지급한다고 했다면 납득할 텐데 시설은 그대로 두고 맨몸으로 나가라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2005년 개장한 스카이72는 72개 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으로 수도권 최대 규모다. 이 골프장을 찾는 내장객은 연평균 40만명에 달하고, 캐디 등 근무 인원도 1000여명에 이른다.

    특히 2008~201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대회 등 국제 규모의 골프대회를 유치하고, 지난해 7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국내 대표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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