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질본 수어통역사 "'슬의생' 조정석 수어는 100점, 왜?"



사회 일반

    질본 수어통역사 "'슬의생' 조정석 수어는 100점, 왜?"

    질본브리핑, 전문용어 많고 생방송이라 '초집중'
    코로나19는 바이러스 모양 본따 수어 정해져
    손짓 뿐만 아니라 표정과 다른 몸짓도 중요해
    수어는 공통? 나라마다 다르고 사투리도 있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은미(수어 통역사)

    오늘 화제의 인터뷰, 요즘 뉴스에서 참 자주 뵙는 분인데 몇 개월째 보면서도 목소리는 처음 듣습니다. 하루 두 번,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이 있을 때마다 바로 옆을 지키는 분, 수어 통역사입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속에서 한 사람이라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이분들의 역할이 참 중요한데요. 직접 만나보죠. 고은미 수어통역사 오늘 스튜디오로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고은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렇게 목소리가 아름다우시군요.

    ◆ 고은미> 감사합니다.

    ◇ 김현정> 반갑습니다. 사실 선생님은 마이크를 쓰실 일이 없으시니까 마이크도 어색하시겠어요?

    ◆ 고은미> 네, 그러네요.(웃음)

    ◇ 김현정> 지금 질본 브리핑에 참여하시는 수어통역사가 여섯 분 되신다고요?

    ◆ 고은미> 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수어 동시통역중인 고은미 수어통역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그중에서 고 통역사님이 최고참, 몇 년차 되셨어요?

    ◆ 고은미> 저는 21년 됐고요.

    ◇ 김현정> 21년. 와, 그러면 정말 베테랑이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본 브리핑처럼 의학 통역, 이런 건 참 어려운 일이라면서요?

    ◆ 고은미> 그렇죠. 수어 잘하고 못하고도 중요하지만, 의학 지식을 제가 이해를 해야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까요. 그리고 제가 예상하지 못한 전문용어가 막 우르르 쏟아지잖아요. 게다가 생방송이고, 저희가 자칫 잘못해서 오역을 하게 되면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더 초집중해서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요.

    ◇ 김현정> 코로나19, 이러면 완전 신조어 아닙니까? 이런 경우는 수어로 어떻게 표현을 해요?

    ◆ 고은미> 처음에는 저희도 우왕좌왕하고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어요. 코로나19라는 명칭이 정해지기 전에 다 다르게 불렀었잖아요. 그것처럼 수어도 처음에는 이렇게 저렇게 쓰다가 국립국어원에서 새 수어를 만들어주셔서 지금은 통일해서 쓰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코로나19는 손으로 어떻게 표현하나요?

    ◆ 고은미> 이렇게요. 바이러스 모양.

    ◇ 김현정> 유튜브로 보시는 분은 확인이 될 텐데. 정말 딱 보는 순간 바이러스 모양. 코로나19. 그러면 예를 들어 <김현정의 뉴스쇼="">다 그러면 이건 고유명사니까 앞에 김현정부터 써줘야 되는데 김현정, 고은미? 수어로 어떻게 표현합니까?

    ◆ 고은미> 이거는 수어라기보다는 한글에서 차용해서 자음 모음을 지화(指話)라는 걸 이용합니다.

    ◇ 김현정> 기역, 니은, 디귿 그대로 써줘야 되는 거군요.

    ◆ 고은미> 맞아요.

    ◇ 김현정> 길겠는데요. 김현정의 쓰려면.

    ◆ 고은미> 그런데 수어 사용자들은 굉장히 빠르게 ‘김현정’, 이렇게 써도 한눈에 쏙 들어오니까요. 바로 알아보세요.

    ◇ 김현정> 신기하네요. 수어는 말 그대로 손으로 말하는 거지만 이 표정이라든지 몸짓 이런 게 다 중요하죠?

    ◆ 고은미> 맞아요. 우리가 말할 때 억양도 있고 의문문이랑 평서문이 다르듯이 수어도 마찬가지예요. 그 표현을 손만이 아니라 표정으로도 평서문, 의문문을 나눠서 말할 수 있거든요.

    ◇ 김현정> 시범을 보여주신다면.

    ◆ 고은미> 가장 쉬운 건 ‘좋다’라는 수어가, 평서문으로 할 땐 이렇게 ‘좋다’예요. 의문문으로 ‘좋아?’라고 물어볼 때는 이렇게 눈썹이 이렇게 올라가요.

    ◇ 김현정> 지금 라디오로 들으시는 분들은 어려우실 텐데 주먹을 쥐어서 코앞에 대요?

    ◇ 김현정> 코앞에.

    ◇ 김현정> 코앞에 루돌프 사슴코 같이 코앞에 ‘좋다’인데, 눈썹 올려서 하면 ‘좋아?’고.

    ◆ 고은미> 맞아요. 감정 표현을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시면. 아주 자연스러운 수어가 됩니다.

    ◇ 김현정> 그런 식이군요. 얼마 전에 끝난 인기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어요. 선생님, 보셨어요?

    ◆ 고은미> 네, 봤습니다.

    ◇ 김현정> 거기서 배우 조정석 씨가 주인공인 의사인데 자신이 수술한 환자의 아들이 청각장애인이었어요. 그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서 수어를 틈틈이 배웁니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해 줘요. “아빠, 수술 잘 끝났어. 걱정하지 마. 점점 건강해지실 거야” 이런 내용.

    ◆ 고은미> 맞아요.

    ◇ 김현정> 그 수어가 정말 잘된 수어다, 라고 하시던데요?

     



    ◆ 고은미> 저도 그 장면만 몇 번 봤는지 몰라요. 왜냐하면 음성언어는 말할 때 얼굴 표정을 크게 쓸 일이 없잖아요. 그런데 조정석 배우님이 “걱정하지 마” 할 때 얼굴 표정, “더, 더, 더” 할 때도 눈이 점점 커지면서 눈썹이 점, 점, 점 올라가는데 수어 동작을 비수지(非手指) 기호와 같이 하는 게 사실 낯설고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게 잘하시더라고요. 보면서 역시 배우님.

    ◇ 김현정> 점수로 준다면?

    ◆ 고은미> 100점 드려야죠, 당연히.(웃음)

    ◇ 김현정> 100점 만점 100점이라고.

    ◆ 고은미> 잘하셨어요.

    ◇ 김현정> 수어도 손만 한다고 해서 다 같은 수어가 아니라, 차지게 표현한다는 게 있군요.

    ◆ 고은미> 맞아요. 정말 그러셨어요.

    ◇ 김현정> 수어라는 세계가 참 흥미롭네요.

    ◆ 고은미> 재밌어요.

    ◇ 김현정> 수어에 혹시 사투리도 있어요?

    ◆ 고은미> 그럼요.

    ◇ 김현정> 진짜요?

    ◆ 고은미> 네, 사투리 없는 언어가 어디 있어요.(웃음) 그런데 좀 다른 게 한국어는 지역별로 사투리가 있다면 수어는 학교별로, 지역별로 수어가 달라요. 왜냐하면 학교에서 수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많고, 구체적으로 학교명을 얘기해도 될까요?

    ◇ 김현정> 얘기하셔도 되죠.

    ◆ 고은미> 수어로 대화하다 보면 “아, 서울농학교 수어!”, “청주성심학교 수어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투리가 있어요.

    ◇ 김현정> 그런 게 있군요. 우리가 참 몰랐다. 참 무관심했다, 이런 생각도 드는데. 수어를 배우고 싶으면 자격증, 학교, 어떤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거예요?

    ◆ 고은미> 지금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은 지역별로 수어교육원이 있고요. 내가 전공을 하겠다, 하면 대학에 학과도 있고요. 지역별 수어통역센터에서 운영하는 수어교실에서 취미반처럼 배울 수도 있고요. 사실 알아보면 지역별로 다양하게 다 있어요.

    ◇ 김현정> 통역사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서는 자격시험이 있고요?

    ◆ 고은미> 네, 맞아요.

    ◇ 김현정> 그런데 어떤 분들은 그러세요. “아니, 자막이라는 게 있는데 굳이 수어가 있어야 되느냐, 요즘 핸드폰도 있으니까 찍어서 얘기할 수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도 하는데요.

    ◆ 고은미> 그런데 우리도 한글 글자로 읽는 것보다 누가 말로 해 주면 더 잘 이해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고은미> 마찬가지로 농인들도 자막을 보는 것보다 내가 쓰는 수어로 설명을 해 주면 더 잘 이해되거든요. 조금 처음에는 어색하실 수 있지만, 정보전달을 동일하게 받아들인다는 면에서 포용력 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김현정> 다르죠. 글자로 무미건조하게 나오는 것과 ‘더, 더, 더, 더’, ‘좋아?’ 이거는 다르잖아요.

    ◆ 고은미> 뉘앙스 전달이 문자로 부족하잖아요.

    ◇ 김현정> 이해가 됩니다. 청취자 한 분이 질문 주셨어요. “외국 사람들하고는 수어로 어떻게 소통을 하나요?”

    ◆ 고은미> 외국 수어, 그 나라 수어를 배워야죠, 수어는 나라마다 한국수어, 미국수어, 일본수어, 다 다릅니다.

    ◇ 김현정> 우리가 외국어 배우듯이 배워야 되는 거군요.

    ◆ 고은미> 맞아요.

     



    ◇ 김현정> 그러면 우리 나오신 김에 좀 배워보죠. 개인적으로 고은미 통역사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

    ◆ 고은미> ‘함께’라는 수어입니다. 손모양을 돌리면서 이렇게 나란히 붙이는 거예요.

    ◇ 김현정> 아, 젓가락이 마치 같이 있듯이. 딱 붙어 있듯이.

    ◆ 고은미> 네, 맞아요.

    ◇ 김현정> 손가락이 붙는 ‘함께’. 되게 예쁜데요? 약간 춤추는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지쳐 있는 우리 국민들께 드리는 응원의 말씀을 수어로 함께 배워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 고은미> 우리가 지금 힘든 때인데 이렇게 잘하고 있다,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어서요. ‘대한민국 파이팅’을 해 볼까요?

    ◇ 김현정> ‘대한민국’은 수어로 어떻게 표현해요?

    ◆ 고은미> 갓 쓴 모양을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한 손으로 ‘대한민국’. 옛날부터 대한민국 하면 선비들의 갓 쓴 모습이.

    ◇ 김현정> 아, 갓의 둘레. 이게 ‘대한민국’. ‘대한민국 파이팅’은?

    ◆ 고은미> 제일 쉬운 수어예요. ‘파이팅’.

    ◇ 김현정> 이마 옆에 대고 ‘대한민국’ 갓 모양 만드시고. ‘파이팅’은 김연아 선수가 광고에서 했던 파이팅, 이게 수어였던 거군요.

    ◆ 고은미> 꼭 수어라기보다는 이렇게 표현을 하죠.

    ◇ 김현정> 한번 같이 해 보죠. ‘대한민국 파이팅!’

    ◆ 고은미> ‘대한민국 파이팅!’

    ◇ 김현정> 고은미 통역사님도 힘내주시고요. 사실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질본 브리핑이 새로운 용어들이 나오면 계속 연구해야 되고, 생방송에서 순발력 있게 하는 게 얼마나 긴장된 일이겠습니까? 잘 버텨주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고은미> 고맙습니다.

    ◇ 김현정> 수어통역사 고은미 씨였습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