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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생 소띠'' 이원술 손노리 사장에게 새해는 의미가 남다르다. 12년 전 소띠해에 정상에 섰던 그는 성공의 정점에서 급전직하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바닥을 친다는 표현대로 희망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
그는 "2009년 소띠해는 손노리와 이원술이 다시 부활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원술 사장의 드라마틱한 성공과 나락의 스토리는 12년 동안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 국내 게임업계의 역사를 그대로 압축해 보여준다.
◈ 2000년대 게임성적 하락·기획력 논란 등 불운 이어져이원술 사장은 국내 게임시장을 대표하는 1세대 개발자다.
1992년 저변이 좁은 국내 PC게임시장에서 손노리 개발팀을 결성하며 혜성같이 나타난 그는 15만장 판매라는 경이적인 대히트를 기록한 첫 작품 ''어스토니시아 스토리''(1994)로 세간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후 ''다크사이드 스토리'', ''포가튼 사가'', ''강철제국'', ''화이트데이''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당대 최고의 인기 게임개발자로 사랑받았다.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둔 이들 게임은 아직까지도 국내 게임팬들에게 회자될 정도.
손노리는 판타그램, 소프트맥스, KRG소프트 등과 함께 90년대 국내 PC게임시장을 주름잡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원술이란 이름의 ''약발''이 서서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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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온라인 게임들이 대세가 된 국내 게임시장에서 이원술 사장은 어느 순간 히트게임을 개발해 내지 못하게 됐고 불운이 그를 덮쳤다.
PC게임에서 온라인으로 방향을 틀어 개발한 ''몬스터 꾸루꾸루'', ''카툰레이서'' 등 온라인 게임의 성적표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했다.
그의 기획력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2005년 그라비티와 함께 거액을 투자해 개발한 게임포털 ''스타이리아''는 ''낡은 기획, 시대착오적인 게임포털''이라는 혹평을 들으며 불과 2년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스타이리아''의 실패와 함께 손노리 멤버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김준영, 서관희, 박찬규, 홍지철 등이 그의 곁을 떠났다. ''이원술은 더 이상 재기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극단적인 반응도 쏟아졌다.
◈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온라인'' 재기 신호탄그러나 이원술 사장의 도전은 결코 멈춘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꾸러기소프트의 박지훈 사장과 함께 구름인터렉티브에 합류한 그는 손노리의 데뷔작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온라인 버전 개발을 발표, 화제를 모았다. 오랜 슬럼프를 딛고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게임은 무조건 성공시킨다''는 것이 ''73년생 소띠'' 이원술 사장의 올해 목표다.
지난해 워밍업도 충분히 했다. 2008년 대부분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온라인'' 개발에 할애했다.
그는 "구름인터렉티브 출범식을 끝으로 공식활동을 접고 두문불출하며 게임개발에만 몰두했다"며 "함께 고생한 개발자들에게 올해는 희망의 불씨를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2년간은 마음이 약해져 ''그만둘까''도 고민했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질고 독하게 게임을 개발했다는 그다.
그의 야심작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온라인''은 올해 처음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BestNocut_L]
이 사장은 어떤 내용의 게임이냐는 질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손노리를 성공으로 이끈 데뷔작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재기작이 됐다"며 "모든 것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하겠다는 의미"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2009년에 이원술 사장이 펼쳐갈 도전은 단순히 게임을 만들고 출시하는 게 아니다. 당당하게 흥행작을 만들어 이름값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해를 맞는 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지금은 시장에서 나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보다 내가 스스로에게 얼마나 만족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아직도 손노리와 이원술을 잊지 않고 격려해주시는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의미에서라도 2009년 소띠해엔 반드시 성공해 재기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