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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장편 '철도원 삼대' 들고 온 황석영 "10년 더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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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사에서 빠진 한국 산업노동자들의 100년간 삶의 뿌리 드러내고 싶었다"
    "장길산 쓰면서 했던 미륵사상 공부 다시 시작해 볼까 생각"
    "노벨상 관심 없어…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 복원하고 싶어"
    "70년간 전쟁종식 확인 못한 남북, 코로나 끝나면 대화 협상 기대"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를 출간한 황석영 작가.

     

    사회변혁을 꿈꾸는 민초들의 저항을 그린 역작 대하소설 '장길산'을 비롯해 '무기의 그늘'과 '오래된 정원' 등으로 유명한 우리 시대의 대표적 소설가 황석영(78세)이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를 들고 나왔다.

    몇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소설가 중 한 명인 그는 "죽을 때까지 써야 하는 게 작가의 사회적 책무"라며 "앞으로 10년 더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문학상에 대해 "관심없다. 시골 노인네 몇이 심사해 주는 상인데 그들이 동아시아에 대해 무엇을 알겠느냐"며 예의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6백여 페이지 분량의 장편 '철도원 삼대'는 3대 철도원 가족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황석영은 "근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 소설이 드물다"며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철도원 삼대는 증조부와 할아버지, 아버지가 모두 철도노동자였던 4대 후손 해고노동자 주인공이 16층 높이의 발전소 공장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며 철도원 삼대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이다.

    황석영은 2일 책을 펴낸 서울 창비 서교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품의 배경과 앞으로 계획,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 남북관계 등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지난달 28일 본인이 참석하지 못해 예정된 기자간담회가 무산된 것에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지인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잠들었는데 알람 셋팅을 제대로 못해 큰 사고를 쳤다"고 사과했다.

    ◇'철도원 삼대' 출간에 대한 작가의 소회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 2016년 자서전을 출판했는데 이후 간이나 쓸개가 떨어져나간 것 같았다. 할 만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막막해졌다.

    대개 작가들이 산문을 쓰기 힘들어서 그런지 80대 초반이 되면 안 쓴다. 글을 안 쓰는 노년 기간이 길면 힘들다.

    헤밍웨이처럼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작가는 은퇴 기한이 따로 없다. 죽을 때까지 써야 한다. 사회에 대한 작가의 채무다. 죽을 때까지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작품으로 써야 한다. 안 되면 못하겠다고 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 10년 더 쓰고 싶다.

    철도원 삼대는 처음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기차의 제작번호로 제목을 하려고 했는데 편집자들의 의견에 따라 가제인 철도원 삼대로 갔다.

     

    철도원 삼대는 민담의 형식을 빌려서 쓴 작품이다. 일제 때부터 6.25전쟁 때까지의 이야기인데 4대의 굴뚝 위 농성으로 이어졌다. (굴뚝은) 지상도 아니고 공중도 아닌 곳인데 상상력으로 시간여행 할 수 있다. 이 인물을 통해서 증조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얘기를 4대 후손이 회상하고 들락날락하는 소설이다.

    과거의 한국 노동자들의 삶이 한반도가 처한 정치현실 등에 맞물려 있고 현재까지영향을 주고 현재도 형태는 많이 달라졌지만 본질은 그대로 작용한다는 얘기가 되겠다.

    다음 작품으로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철학 동화를 쓰려고 한다. 어린 성자가 사물에 대해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재밌게도 코로나가 전세계로 펴지면서 여러가지가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냈던 자본주의 체제나 이런 것들이 우리 문명이 잘 온 길인가라고 코로나 사태가 질문하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화두가 말년에 생겼다. 장길산 쓰면서 미륵사상을 공부했는데 다시 해볼까 생각 중이다"

    일문일답
    -노동자의 삶을 다루고자 했던 이유와 최근 많이 나오는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가 경제 10대국에 들고 엄청난 산업사회로 진입하는데 노동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 없었다. 있긴 있었지만 피상적이었고 민족해방, 항일운동하고 섞여 있어 이념적으로 보는 한계가 있었다. 노동쟁의 등 사회주의적 배경의 단편소설이 있지만 천만 노동자라고 할 때 미약했다.

    노동자들의 죽음 문제에 대해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노동시장 유연성이 강조되고 자본의 힘이 더 막강해지면서 사회 외곽에서 방치된 채 당하는 사고가 많다며 보수지만 노동자 죽음 방지하는데 기여하겠다는 김훈 작가의 글을 보고 뭉쿨했다. 나는 보수 진보 다 아우르는 사람이지만 기본 휴머니티에 어긋나는 것 다 발언하려고 한다.

    -노벨상 꿈꾸고 있는지?

    =몇 차례 후보로도 거론되곤 했지만 다 낡은 얘기다. 관심없고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땐가 전주에서 아시아·아프리카 작가대회를 한적이 있다.이걸 복원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서구문학에 대해 따라잡아야 한다. 우리도 성장했는데 꼭 올림픽서 메달 따듯이 해와야 되지 않느냐 했는데, 외국에서는 노벨상 타 봐야 신문에 석 줄 나온다. 동아시아, 아니면 파리도 못 가봤을 노인네들 몇이 심사해서 상을 준다. 그 사람들이 뭘 알겠는가. 노벨상을 필립 로스에게 안 주고 밥 딜런에게 주는 거 보고 굉장히 놀랐다.

    -소설에서 고공농성을 그렸는데?

    =고공농성. 그것밖에 방법이 없으니 하는 것일 것이다. 몇 개월도 아니고 1년 넘게 있어야 고생했다고 돌아보는 게 현실이다. 어찌 사람을 그런데 올려놓고 사오백일 할 때까지 기다리나 생각했다.

    그래도 요즘엔 (고공농성에 대해) 내버려 두고 해보셔 하고 놔둔다. 강제로 잡아갔을 옛날보다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20~30대 유신 시절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

    -최근의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은?

    =분단체제가 좀 흐트러진 건 맞지만 70년 동안 전쟁을 종식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있나? 전쟁상태가 끝났다고 확인하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한반도를 둘러싼 화두는 이미 다 나왔다. 이것도 진전인데 조만간 코로나 정국 가시고 하면 다시 대화도 시작되고 협상도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소설에서 철도노동자를 택한 이유는?

    =철도는 양말공장, 두부공장 이런거 하고는 좀 다르다. 근대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산업이이고 노동자들을 상징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서구도 철도노조가 세고 역사가 깊다. 서구 산별노조의 맏형이다. 근대 산업사회의 중심이 철도 노동자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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