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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정규직 약속…"이제 와 안락사나 당하라니요"



사회 일반

    대통령의 정규직 약속…"이제 와 안락사나 당하라니요"

    -취임 직후 인천공항 찾은 文대통령 "정규직 고용 원칙"
    -'보안검색 용역직원, 정규직 고용' 합의, 여전히 이행 안돼
    -공항공사 "공항공사 업무와 달라...자회사 고용이 합리적"
    -약속·합의 지키라는 요구에 "안락사시켜야 할 개(犬)" 비아냥
    -'기왕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는데, 새로운 일자리 어떻게 믿나'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훈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김정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됐습니다. 얼마 전 취임 3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특히 코로나19로 우리 경제가 위축됐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 이런 다짐도 했습니다.

    ◇김현정> 특히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하겠다,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고 했죠.

    ◆김정훈> 일자리와 고용은 문 대통령이 각별하게 챙기는 문제인데, 저는 3년 전 인천공항공사를 찾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이었는데, 당시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무자들과 만나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사진=연합뉴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우리나라 노동자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 그리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정부 공식 통계로도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정도가 비정규직이고, 간접고용까지 합치면 절반 정도는 비정규직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업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안전과 생명과 관련된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되야 겠다는 원칙을 확실하게 세우겠습니다."


    ◇김현정>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첫 외부일정이 인천공항이었던 것 저도 기억이 나요. 거기서 비정규직을 딱 집어서, 상시적인 업무를 하거나 안전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들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었죠.

    ◆김정훈> 일단 대통령의 발언 중 '간접 고용–어떤 회사의 일을 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다른 회사 소속인 간접고용도 비정규직이다. 이들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라는 내용을 기억해주십시오. 3년이 지났는데, 약속은 잘 이행되고 있을까요? 오늘 훅뉴스 시간에는 대통령의 약속을 따랐을 뿐인데 '안락사 당해야 한다'고 비아냥까지 듣는,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직원들의 현실을 짚어봅니다.

    ◇김현정> '안락사 당해야 한다' 이런 말을 들어요?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들 입에서 안락사라는 말이 왜 나오는 거죠?

    ◆김정훈> 제가 만나본 직원들은 인천공항에서 보안검색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입니다.

    ◇김현정> 출국할 때 위험한 물품이나 금지된 물품을 갖고 가는 건 아닌지, 비행기 탑승객들 상대로 검색을 하는 그런 분들이네요.

    ◆김정훈>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공항이 한산하지만, 평상시에는 길게 늘어선 탑승객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업무죠. 엑스레이나 금속탐지기를 활용한 검색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승객들의 행동거지를 살피며 위험 요인을 탐지하는 일을 맡습니다.

    ◇김현정> 이분들이 비정규직이었어요?

    ◆김정훈> 인천공항공사 직원이겠거니 생각하시는 분 많으시겠지만, 용역업체 직원들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이렇게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도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고요.

    ◇김현정> 3년이 지났는데, 그 약속은 어떻게 이행되고 있습니까?

    ◆김정훈>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해 정규직화 약속을 한 게 2017년 5월이고요, 7개월 후인 2017년 12월 보안검색 분야 노와 사 그리고 전문가 협의회가 합의문에 서명합니다. 합의문을 보면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 용역노동자 전원을 공사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돼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말 갑작스런 결정이 내려지는데, 공사가 아니라 별도의 자회사 고용으로 방침이 변경된 겁니다. 보안검색 노조 김원형 공동위원장입니다.

    2017년 12월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문 "보안검색분야 용역노동자 전원을 공사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자료사진)

     

    [녹취: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노동조합 김원형 위원장]
    "갑자기 협의회 한다더니 알고보니 체결식이었고 그 체결식에 들어가보니 저희는 직접고용 대상자에서 갑자기 자회사 대상자로... 저희한테는 어떤 협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변경한 거에 대해서 왠지 사기당한 느낌이 드는 거 같고."


    ◇김현정> 정규직 고용하겠다는 합의문이 있었잖아요. 그 합의문이 무색한 상황이 된 거예요.

    인천공항에서 직원들이 승객과 수하물을 검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김정훈>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았을 당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는 만 명에 이르렀고요. 그해 합의에서는 이 가운데 시설유지나 시스템관리 업무를 맡은 7천명 정도를 자회사로 간접 고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나마 직접 고용을 약속했던 보안검색 노동자 약 2천명마저 자회사 고용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김현정> 그럼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공사가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사람들은 몇 명이에요?

    ◆김정훈> 인천공항 소방대원들과 야생동물 통제요원 정도인데, 200여명에 불과해요.

    ◇김현정> 비정규직 전체 인원 만명 중 200명이면 2%이네요? 대통령의 약속, 또 합의까지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뭐라고 설명을 해요?

    ◆김정훈>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는 보안검색 요원을 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하기 위해서는 항공보안법이나 공항공사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데, 그게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현정> 정규직 고용을 합의한 게 2017년 말이라고 했잖아요. 아직도 지지부진이다?

    ◆김정훈> 게다가 21대 국회가 새로 구성되니 법 개정 작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그러면 마침표가 언제 찍힐지는 가늠할 수 없죠. 그런데 그런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공사 정규직화를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판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
    "정규직으로 저희도 직접 고용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했고 고민을 했는데, 자회사를 만들어서... 왜냐하면 우리 공항공사하고 또 원래의 업무하고 틀리기 때문에 공항공사가 100% 출자를 해서 자회사를 만들고 그 자회사에서 직접 고용을 보장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겠다 생각이 들어서…"


    ◇김현정> 보안검색이라는 업무는 인천공항공사의 일반적인 일과는 종류가 다르다, 그래서 공사 정규직보다는 자회사 소속으로 두는 게 서비스의 질이나 효율성에서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거네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김정훈>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서는 실망할 법하지만 이렇게 자회사에서라도 정규직 직원이 되는 건 좀 나아진다는 시각도 있죠. 하지만 제가 처음에 강조했죠. 자회사를 통한 간접 고용은 문재인 대통령 약속의 취지와도 다릅니다. 또 직원들은 용역업체 소속이나 자회사 소속이나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하는데, 다시 김원형 노조 위원장의 말입니다.

    [녹취: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노동조합 김원형 위원장]
    "저희가 용역업체에 있었는데 고용불안을 해소해주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처음 출범하고 저희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으로 인천공항을 1호 사업장으로 방문해서 선언하고, 그에 따른 협의회가 진행됐고. 자회사로 넘어갔지만 언제 다시 용역회사로 변경될지 모른다는... 사실 이게 정말 고용이 안정된 건가라는 불안감도 존재하거든요."


    ◆김정훈> 실제로 이른바 '경희대 모델'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경희대는 지난 2017년 청소 노동자들을 학교법인 자회사로 고용하기로 했어요. 용역 노동자의 신분 불안을 다독여준다는 차원에서 주목받았는데, 지난 3월 이들은 다시 기존의 용역업체로 복귀하고 말았습니다. 계약기간이 끝나자 학교는 자회사가 아닌, 과거 용역업체와 청소용역 계약을 맺은 겁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전경.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김현정> 그렇게 경희대 모델이 실패로 끝났고, 인천공항공사의 경우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거네요. 공사 정규직과 자회사 정규직은 아무래도 처우도 다를 것이고요. 그래서 약속대로, 합의대로 공항공사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건데 이들이 '안락사 당해야 한다' 이런 말을 듣는다는 건 무슨 얘기예요?

    ◆김정훈> 보안검색 요원들을 자회사로 강권하는 건 용역업체 관리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별 도리 없으니 순순히 가는 게 상책이라는 거죠. 그런데 관리직은 일반 직원들과 달리 경쟁을 통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려지거든요.

    ◇김현정> 보안 용업업체의 관리직이요?

    ◆김정훈> 네. 그런 여건에서는, 더군다나 자회사나 공사 방침에서 자유롭기 어렵죠. 이런 가운데 최근 설명회에 나온 보안검색 용역업체의 한 간부는 '지도할 수 없는 개는 안락사시켜야 한다, 입장 변화가 없는 노조는 죽여야 한다'고까지 말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용역업체 간부]
    "지도할 수 없는 견종이면 강형욱 조련사가 뭐라고 하잖아요. 안락사 시키라고 하잖아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견종에 대해서는 안락사를 시키라고 해요. 바뀌고 변화가 안 될 거 같으면 이 조직을 죽여야 돼요."


    ◇김현정> '강형욱 조련사가 뭐라고 하느냐,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견종은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하지 않느냐.' 노조를 안락사시켜야 할 개(犬)에 비유한 거네요.

    ◆김정훈> 자회사 행을, 이처럼 말로만 강요당하는 게 아닙니다. 공사 정규직 고용을 포기하고, 순순히 자회사로 가도록 다른 방식으로도 등을 떠밀고 있는데요. 다음 달이면 공항공사와 기존 용역업체간 계약이 끝나는데, 그렇게 되면 보안검색 요원들은 소속 회사가 없어지는 셈이죠. 그때부터는 자회사 행을 받아들인 요원들과 그렇지 않은 요원들간 임금이나 복리후생에서 차이를 두겠다는 겁니다. 같은 일을 해도요.

    ◇김현정> 같은 제복을 입고, 똑같은 보안검색 일을 해도, 자회사 행을 받아들인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은 차별하겠다는 건가요?

    ◆김정훈> 공항공사가 제시하는 새로운 고용 형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신분으로 자회사에서 임시로 일하게 됩니다. 그 애매한 상태를 견뎌볼 테면 견뎌보라는 겁니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박현수 노무사의 지적을 들어보시죠.

    [녹취: 박현수 노무사]
    "향후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나면 사용자 측에선 향후 차별하고 싶은 사람들은 임시로 자회사로 보내고 말 잘 듣는 사람들은 정식 자회사로 편제하고. 이런 편법과 위법이 횡행해지는 현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거죠."


    ◇김현정> 정규직을 약속했더라도 이런 식으로 자회사로 돌려버리는 일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어디서든 이런 식으로 편법이 횡행해질 거라는 얘기네요. 더구나 인천공항은 대통령이 정규직화를 약속한 사업장인데, 그 대통령의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른 곳은 오죽할까 싶고요.

    ◆김정훈> 바로 그 점 때문에 이곳의 고용 문제를 더 주목해본 것이죠.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일자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요.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정규직화를 약속했을 때 바로 그 곁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던 보안검색 담당 직원이 있었어요. 3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다고 말할까요? 직접 들어봤습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 업무 담당자 강지현씨. (사진=자료사진)

     

    [녹취: 인천공항 보안검색 업무 담당자 강지현씨]
    "비정규직이란 업무 자체를, 여기저기 아무 데나 면접만 보고 비정규직으로 들어갔는데 너네는 정부 잘 만나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거 아니냐, 그런 의식도 있었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저희 편은 없다는 거. 그게 3년 전과 지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김정훈> 코로나19 경제 위기 속에, 간접 고용이 아니라 아예 일자리를 잃은 분들도 물론 많죠. 이에 따라 정부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적극 창출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기왕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 마련되는 일자리의 안정성이나 질도 기대하기 어렵겠죠. 정부와 각 기관의 세심한 정책 수립, 그리고 수립된 정책의 꼼꼼한 이행을 다시 한번 당부해봅니다.

    ◇김현정> 여기까지 훅뉴스, 김정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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