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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정경심 재판서 드러난 '그들이 사는 세상'



법조

    [딥뉴스]정경심 재판서 드러난 '그들이 사는 세상'

    논문 제1저자, 조국 딸도 문제 인식
    한영외고 학부모들, 아이들 스펙 '십시일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나도 ○이를 (논문) 제1저자로 한 것에 대해 지나쳤다고 후회하기도 했단다."

    2013년 6월 14일 장영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딸인 조○씨에게 메일을 보냈다. 2007년 한영외고 1학년이던 조씨를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준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조씨와 장 교수의 아들은 한영외고 유학반 동기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정 교수의 공판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일을 공개했다. 사실 해당 내용은 정 교수의 유·무죄를 직접적으로 가를 핵심은 아니다. 다만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자료들과 장영표 교수의 증언은 일반인은 알 수 없었던 '그들이 사는 세상'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너무 수준 높은 논문 참여…괜찮을까요?" 조국 딸도 문제 인식

    법정에 나온 장 교수는 조씨에게 본인이 직접 강의도 해줬고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시하는 등 체험활동증명서상의 활동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는 조씨의 대학 입시에 쓰인 논문 관련 체험활동증명서가 허위인지가 쟁점이다.

    장 교수는 "(내용이) 조금 과장된 건 사실이지만 학생이 잘 되길 원해서 그랬을 뿐"이라며 완전히 허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체험활동 존재 여부는 앞으로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이날 재판에서는 조씨 본인도 고교생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조씨는 2013년 6월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앞두고 장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아래와 같이 물었다.
    2013년 6월 13일 조○→장영표 이메일
    "저를 참여시켜주신 논문을 의전 이력서에 기록하는 게 도움이 될까요? 의견을 따르고자 합니다. 짧은 인턴십 기간에 비해 수준 높은 논문에 참여한 것이 부정적 견해를 야기할 수 있다면 기록하지 않고 싶습니다."

    장 교수는 아들의 친구이자 인정받는 학자의 자녀였던 조씨에게 여러 가지 '팁'이 담긴 상세한 답신을 보냈다.
    2013년 6월 14일 장영표→조○ 이메일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들어간 것은 누가 보아도 지나치다고 생각할 것 같다. 나도 ○이를 (논문) 제1저자로 한 것에 대해 지나쳤다고 후회하기도 했단다. 요즘은 연구윤리규정이 매우 중요해서 이런 경우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적물이 있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제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경우 면접 시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면 솔직히 고백하는 수밖에. 아니면 연구자들의 이름이 없는 초록만 따로 만들어 확인서와 함께 제출한 후 논문 출판 여부보다 참여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으로 하는 것이지. 부모님과 상의해서 결정하고…. 무엇이든 지나치면 이렇게 후회스럽게 되는구나."

    ◇한영외고 유학반(OSP) 학부모 모임 "아이들 스펙 십시일반"

    (사진=자료사진)

     

    장 교수는 특정 학생에게 이처럼 '지나친' 호의를 베푼 것과 관련해 "정 교수에게 직접 부탁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인의 요청은 있었다고 인정했다.

    장 교수는 "(처음 요청을 받고) 고등학생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 해서 제가 거절을 했는데 집사람이 또 부탁을 했다"며 "나중에는 이런 체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락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장 교수의 부인이 아들의 친구인 조씨의 교외활동을 부탁한 배경으로 당시 한영외고 유학반 학부모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적했다. 각 분야 전문직에 종사하는 등 여건이 되는 부모들이 유학반 자녀들에게 필요한 스펙(SPEC) 쌓기를 서로 도와주자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정경심 교수가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의 청문회를 앞두고 장 교수에게 보낸 메일에도 '십시일반'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나 있다.
    2019년 8월 19일 정경심→장영표 이메일
    "저나 남편이나 다 당시에 △△이(장영표 아들) 학부모님이란 사실 말고는 △△이 어머님과만 교류했지 사실 교수님과는 일면식도 없었는데 형식은 프로그램 일환으로 아이들의 스펙을 위한 각 부모님의 십시일반이었고 제 아이를 잘 돌봐주시고 결국 의전원에 진학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셔서 늘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정경심 측 "쟁점 흐리는 망신주기" vs 검찰 "조국 재판과도 연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이날 검찰에 대해 "논문 제1저자 문제는 공소사실과 상관이 없는데 과하게 (질의)하고 있다"며 피고인 망신주기 전략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반면 검찰은 "체험활동확인서의 허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순차적으로 입증돼야 할 부분이고 그 경위에서 묻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검찰은 장 교수가 증언 과정에서 자신의 아들이 서울대 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장 교수는 "아들에게 (조국 교수가 있는) 서울대 인권법센터에서 인턴십해서 증명서를 받았다고 난리인데 어떻게 된 것인지 묻자 아들이 화를 내면서 '세미나가 있어서 서너 시간 다녀온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정 교수와 같은 법정에 서게 될 조 전 장관 재판에서도 학부모 간 '허위 체험활동증명서 주고받기'가 쟁점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정 교수 측이 문제 삼는 '망신주기'라는 부분이 오히려 이번 사태에서 계속 주목해야 할 핵심일 것"이라며 "국회나 대학 등 다른 공론장이 아닌 형사재판에서 다투게 된 상황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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