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모습의 제주시 연동 횟집 거리. (사진=이인 기자)
황금연휴 제주에 18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 관광업계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반짝특수가 아닌 관광시장 회복의 전기가 되기를 마음도 있지만 코로나19 안전지대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제주시 연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정현(43)씨는 30일부터 엿새간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가뭄속 단비'같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관광객의 방문이 크게 줄면서 매출이 절반 가까이로 줄었기 때문이다.
29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4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45만 7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만 1000여 명보다 61.9%나 줄었고 특히 외국인 방문객은 782명에 그쳤다.
박씨는 "무사증 제주 입국이 금지되면서 중국인은 아예 없고 코로나19에 내국인도 발길이 끊겨 최근에는 초저녁 장사만 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는 "황금연휴 18만명이 제주를 찾는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10%만 제주시내로 와도 숨통이 트이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손님이 아예 없는 제주시 한 횟집 가게. (사진=이인 기자)
제주관광공사가 황금연휴 제주여행을 계획한 우리나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맛집여행인 식도락을 하고 싶다는 답변(중복응답)이 61.6%로 가장 많은 점도 음식점 업주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인구가 많은 제주시내는 기피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있다.
박씨는 "외곽의 야외 관광지 위주로 여행을 많이 할 것으로 보여 그 주변 음식점은 잘 되겠지만 시내는 아무래도 반짝특수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제주관광공사 조사에서 야외활동인 자연경관 감상(58.9%)과 산·오름·올레 트레킹(47.8%)을 하겠다는 응답이 많았고 박물관·테마공원 방문 등 실내관광은 22.5%에 불과했다.
이는 '2019년 제주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와는 정반대의 결과로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다고 관광공사는 밝혔다.
제주시 누웨모루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A(50대 여성)씨는 같은 이유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A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내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관광객보다는 도민들이 많이 찾는다"며 "황금연휴라지만 야외 관광지 위주로 다닐 것으로 보여 현 상황이 그냥 유지되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다만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대체지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이번 황금연휴가 반짝 특수가 아닌 관광시장 회복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갖게 한다.
제주공항에서 코로나19 특별방역 입도절차를 거치고 있는 제주 방문객들. (사진=제주CBS)
제주관광공사가 제주여행 선택이유를 2가지만 선택해달라고 한 조사에서 '해외여행 대체지로 적절해서'가 56.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청정한 자연환경'(35.3%)과 '관광 편의성'(27.4%), '코로나19 등 전염병 안전지역'(22.5%), '관광활동의 다양성'(21.4%), '여행비용'(20.2%) 등의 순이었다.
제주를 코로나19 안전지대로 의식하면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황금연휴 기간 제주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점을 의식한 듯 제주를 찾을때 특별히 우려되는 점 2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밀집된 공간에서의 코로나19 실내감염'(67.4%)이 가장 많았고 '공항·비행기·항만·선박에서의 감염 우려'(57.1%)도 뒤를 이었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관광지 등의 위생상태' 역시 중요하다고 관광객들은 응답했다.
같은 이유로 제주 관광업계도 황금연휴에 오히려 코로나19 안전지대 지위를 잃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제주시내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B(여, 64)씨는 "제주도는 지역사회 전파가 없어서 그래도 감염병 청정지역이었는데 황금연휴때 외부 유입으로 번지게 되면 관광도시 제주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제주 13명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대구나 해외 방문 이력자들로 지역내 전파는 단 1건도 없다.
제주관광공사는 황금연휴 18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620억원 넘는 돈이 제주에서 소비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적인 관광시장 활성화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제주 관광업계는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황금연휴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