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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끝내 사과 안한 전두환, 노태우 아들에 배워라



칼럼

    [칼럼]끝내 사과 안한 전두환, 노태우 아들에 배워라

    [김진오 칼럼]

    전두환, 헬기 사격 거듭 부인
    재판장이 노재헌 사과문 읽어줬으면 좋았을 것

    27일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전두환씨(왼쪽),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윤상원 열사 묘역 앞에서 두 손으로 꽃을 들고 무릎 꿇고 앉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 씨.(사진=박종민 기자/연합뉴스)

     

    전두환 씨는 살아생전에 광주5.18 학살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인가.

    2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9) 씨에 대한 재판에 참석해서도 반성·사과를 하지 않았다.

    전두환, 이순자 씨가 이날 낮 광주지법 정문을 피해 후문으로 도착하자 취재진은 전씨에게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물었으나 전씨는 화난 표정으로 경호원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지난해에는 경호원의 제지를 받던 취재진이 그를 향해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질문하자 "왜 이래"라고 소리치고 법정에 들어갔다.

    소복을 입은 오월 어머니집 회원들과 5·18 단체 관계자들, 일반 시민들은 전씨가 들어간 후에도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전두환 씨는 성명과 연령, 주거지 등 간단한 인정신문에서도 가끔 잘 안 들린다고 말했으며 3시간 25분가량 진행됐다.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27일 피고인 신분으로 열린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전 씨는 이날 재판에서 "내가 알기로는 헬기 사격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헬기 사격수가 사격을 하진 않았을 것으로 안다"고 헬기 사격을 거듭 부인했다.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전 씨는 이날 재판에서도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 씨는 자서전에서 '5·18 당시 헬리콥터 사격을 봤다'고 말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데 따른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쟁점은 5·18 당시 헬리콥터 사격 유무에 달려 있으나 고 조비오 신부를 비롯해 목격자들은 헬리콥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이고 그 증거가 옛 전남도청 앞(현 5·18민주광장)에 있는 전일빌딩의 탄환 자국이 여럿 남아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전 씨는 자서전뿐만 아니라 지난 1996년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사건과 12·12 사건, 5·18특별법에 의한 재판을 받을 당시에도 광주 학살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12·12쿠테타를 일으킨 한 주역은 지난 2018년 '전두환 씨 등 신군부는 왜 5·18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에서 보낸 특수부대원(간첩)이 일으킨 내란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 사람은 '그럼 전두환 씨도 같은 입장이냐'고 되묻자 "그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인사들은 여전히 80년 봄에 광주에서 저지른 학살적 만행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전두환 씨가 지난해 3월 광주지법 재판에 소환됐을 때 진솔한 사과와 함께 용서를 구했다면 광주의 민심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5·18단체의 한 대표는 "법원이 판을 깔아줬으면 마땅히 사과와 용서를 구하고 5·18국립묘지를 참배했다면 광주 시민 상당수는 그를 용서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법정에 출석하는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오월 어머니회 회원이 무릎 꿇은 전두환 동상을 때리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전두환 씨는 또 기회를 놓쳤다.

    아니 영원히 5·18광주학살에 대해 죽을 때는 모르겠으나 용서나 사과와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릴 것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생을 마감할 때에 이르면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짐을 내려놓고 싶을 법도 한데, 전 씨는 여느 노인네의 모습과 다름이 없는데도 그 눈매엔 여전히 살기가 느껴진다.

    인면수심의 독재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아들들과 딸도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그 어떤 전향적 움직임을 취하지 않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인 노재헌 씨가 지난해 두 번씩 광주를 찾아 진솔한 사과를 한 것과 대비된다.

    노재헌 씨는 지난해 8월 23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1시간 30가량 민주묘지에 머무르며 헌화와 참배를 했다.

    또 추모관과 유영보관소, 구묘역 등도 둘러본 뒤 방명록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신군부 측 인사 또는 '5·18 피고인'으로 처벌받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핵심자들의 직계가족들 가운데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5·18 정신을 새기겠다'는 표현까지 쓰며 사과한 것은 노재헌 씨가 처음이다.

    (사진=자료사진)

     

    당시에 이를 접한 네티즌들의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는 "찾아가 참배할 수 없는 아버지 노태우를 대신해 무릎 꿇은 노재현 씨의 진심이 느껴진다" "노태우는 추징금도 다 완납했고 이렇게 사죄하니 진심이 보인다" "그러나 많이 늦었다. 갈 길이 멀다" 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재헌 씨는 지난해 12월 5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우리 민주주의의 발전에 어머님들의 희생과 노고가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하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재헌 씨는 앞서 오전에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유품을 살펴보고 방명록에 '큰 뜻을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재헌 씨의 5·18국립묘지 참배와 오월어머니집 방문은 전두환 씨 본인이나 가족들의 후안무치함과 비교할 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그렇지만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5·18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진상규명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현애 오월어머니집 이사장은 "(5·18) 진상규명 문제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재헌 씨와 그 누이 노소영 관장 등이 5·18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것이다.

    전두환 씨와 그 가족들은 후손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노재헌 씨의 행동을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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