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영화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벌새', '칠곡 가시나들', '보희와 녹양', '윤희에게' (사진=각 배급사 제공)
#사례 1. "강릉은 지역적 특성상 대부분의 영상·영화인들이 교육을 통해 수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1월부터 모든 강의가 취소돼 작년 수입으로 3개월 정도 생활을 유지하다가, 야간알바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시의 통보로 인해 영업이 4주간 정지돼 수입이 아예 없습니다." _독립영화인 D(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 실태조사 결과 중)#사례 2. "저는 창작을 하는 필름 메이커로, 극장 개봉보다는 영화제를 통해 대중을 만납니다. 제가 계속 관객과 동료들을 만나려면 크고 작은 여러 영화제가 건강하게 지속해야 하고, 비창작 영화 활동가들과 독립영화단체의 생계와 생존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영화 생태계 전반에 대한 피해를 면밀히 살피고 골고루 지원해 주면 좋겠습니다."_영화제작자 G(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 실태조사 결과 중)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영화산업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독립영화인과 단체의 피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27개 단체와 독립 영화인 52명으로 구성된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이 정부에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독립예술영화 관련 개인(프리랜서), 단체, 기업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독립예술영화 분야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제작-유통∙배급-상영에 이르는 독립예술영화 생태계 전반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
◇ 독립영화인 주 수입원인 교육 연기·취소 피해 커…42%는 수입 '0원'독립영화인들 대부분 제작 분야 피해와 더불어 교육 분야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개인 응답자의 34%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육 연기나 취소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영화교육인데, 코로나19로 학교, 미디어센터, 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이 무기한 연기 또는 취소돼 직접적인 수익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0원'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개인 응답자 52명 중 42%(2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대를 기준으로 한 지원금 지급 정책, 복잡하고 까다로운 서류 등 지원 신청을 하기 어려워 개인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가 어떤 지원 신청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영리 영화 단체와 영세한 독립영화 제작사 및 배급사, 극장 전체 등은 매출이 50%에서 100%까지 급감하며 운영난을 겪고 있다.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95% 떨어졌으며, 광주독립영화관은 100% 급감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
◇ 영국·프랑스 등 독립영화산업 응급 지원…"현장 조사 바탕 종합대책 필요"앞서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영화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영화발전기금 부과금 90% 감면 △제작·개봉이 연기된 영화 지원(21억 원) △현장 영화인 직업훈련(400명, 8억 원) △200개 영화관 특별전 개최 지원(30억 원) △영화 할인권 제공(90억 원) 등 170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은 지원 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영화산업 피해와 비교해 부족할뿐더러, 일부 사업은 코로나19 극복 이후 진행되는 사업이라 긴급하고 직접적인 지원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영화산업에서도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중소규모 단체, 아트하우스 등 독립예술영화관들에 대한 긴급한 응급 지원을 우선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행동은 입장문을 통해 "영화 지원 정책은 가장 긴급한 곳에 직접적이고 차별 없는 집행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영화 지원 정책은 현장에 근거해야 한다. 현장의 피해와 영향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현장 영화인이 참여하는 코로나 대응 민관협의체를 즉각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정부에 △독립예술영화인(프리랜서) 긴급 지원 △영화 관련 비영리법인·단체 고용 유지 지원 △영화기업 긴급 정책자금 초저금리 대출 △독립·예술영화 전용상영관 긴급 지원 △영화 배급 긴급 지원 △영화관·영화제 방역 지원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긴급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긴급 지원사업을 요청했다.
공동행동은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 단체, 기타 종사자에 대한 긴급 구제 기금을 조속히 편성해야 한다"며 "정부는 코로나19가 영화계에 가져온 막대한 피해 상황을 직시하고 입체적이고 전향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에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광주독립영화관, 미디액트, 부산평화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서울아트시네마, 시네마달,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 영화사 진진, 오지필름, 인디다큐페스티발, 인디스토리, 인디스페이스,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27개 단체와 독립영화인 52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