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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슈퍼여당의 탄생…운동장, 반대로 기울어졌나



국회/정당

    [딥뉴스]슈퍼여당의 탄생…운동장, 반대로 기울어졌나

    180석 여당, 전국 선거 4연승 과거에는 없던 경험
    보수쪽에 기울었던 운동장 중도.진보로 기울었나
    보수층이었던 50대, 86세대가 진입하면서 균형잡혀
    보수 우세층은 60대 이상뿐 "중도.진보 유권자 갈수록 늘것"
    젊은층 이념성향 엷어지고 "나이들면 누구나 보수화"

    국회 본회의.(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180석 거대 여당의 탄생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야당의 행태로 봤을 때 당연한 결과일까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도가 만들어낸 착시 현상일까요.

    경제적 양극화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맹목적인 규제 완화와 친기업적 정책, 잊을만하면 툭 튀어나오는 색깔론, 총선 과정에서의 공천 파동과 막판 막말 퍼레이드.

    미래통합당의 패배 요인은 이밖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 또는 발목잡기, 장외투쟁, 삭발 등 구시대적인 행보 등 나열하기 벅찰 지경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승리 요인으로는 여기에 상대적으로 공천 잡음을 줄인 소위 '시스템 공천', 후보들의 인물 경쟁력, 여당 프리미엄 등이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해외에서도 찬사를 받은 코로나19의 신속·정확한 대응이 가장 클 것 입니다. 여야, 전문가 모두 코로나19를 제1요인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잘못한 게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야당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선거제 개혁을 무위로 돌린 꼼수 위성정당 창당,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등 환경이 호락호락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어쨌든 그럼에도 야당은 지역에서만 단독 과반을 넘어 163석을 차지했고,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치면 180석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일궜습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여든 야든 이런 성적을 거둔 적이 없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압승하면서 가히 '중도·진보'의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18·19대 때만해도 민주당은 '수권 능력과 의지가 없다', '만년 야당이다'라는 자조 섞인 소리를 들어야했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입니다.

    그때만 해도 보수·영남이 우리 정치, 사회, 경제 등에서 수십 년간 주류를 형성해 온 터라 민주당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강산이 한번 바뀔 세월이니 많은 것이 변했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노인층이 퇴장하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하는 젊은 세대가 계속 투표 층으로 유입되면서 예전보다 민주당은 선거 환경이 나이진 것은 확실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50대입니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2012년 대선 때 50대의 63%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고 문재인 후보는 27%만 지지했습니다. 두 배 이상의 차이였습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이번 총선에서는 50대의 49.1%가 민주당을 지지했습니다. '통합당 41.9%'를 앞지른 겁니다.

    이는 인구학적으로 50대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86세대가 10년 전 40대에서 50대가 되면서 보수 일변도에서 탈피한 겁니다.

    이들은 이념적으로 진보 쪽에 속해있었지만, 부모와 자식을 부양하고 있어 경제 문제 등에서는 보수적인 모습도 있습니다. 예전만큼 이념적 성향이 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통합당을 지지할 만큼 보수색이 강하지도 않은 겁니다.

    이에 대해 50대에 접어든 여당 핵심 당직자는 "50대는 진보라는 이념을 합리성으로 치환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이 사전투표를 하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그럼 40대 이하는 어떨까요. 이들 연령대에서 민주당은 60%안팎, 통합당은 30% 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60대 이상에서는 정반대입니다.

    민주당이 60대 이상을 뺀 40대 이하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가운데 기존에 보수 연령층으로 구분됐던 50대가 균형을 잡아주면서 결과적으로 전체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해진 겁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웬만한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현재 보수적인 60대 이상 인구는 중도·진보 성향의 40·50대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정치적 성향이 중도·진보를 지향하는 유권자가 갈수록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젊은 층이 앞으로도 지금 같은 투표 형태를 보인다는 보장이 없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화되는 현상이 있고, 2030세대들은 민주화 운동 같은 이념적으로 묶일 만한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2030세대들은 사안에 따른 개인주의적 판단을 많이 하고, 실용주의가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보수 쪽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돌아설 수 있습니다.

    20대 남성들은 문재인 정부가 페미니즘 성향이 강하다면서 크게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젊은 층은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평화롭게 살수만 있다면 굳이 통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한신대 조성대 교수는 "지금의 50·60대가 투표장에서 서서히 물러나면 세대별 투표성향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20~40대도 상대적 진보성향이 강하더라도 갈수록 나이에 따른 보수화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253곳 가운데 민주당이 163곳, 통합당이 84곳을 차지했습니다. 의석수 비율로 하면 64% 대 33%입니다.

    그러나 단순 득표율로 보면 49.9%와 41.5%로 불과 8.4%p 차이입니다.

    "선거가 의석수로 말하는 것이지, 의미 없는 득표율로 따지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차피 1등만 살아남는 소선구제에서 치러진 선거니까요.

    하지만 수도권 격전지에서 통합당이 좀 더 승리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막말 같은 기행을 줄이고 좀 더 상식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말입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2일 당선자들에게 보낸 축하 편지를 통해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들의 뜻에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서늘한 두려움도 느낀다"면서 "만약 우리가 그 뜻을 받들지 못하면 우리도 언제든지 심판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 대표가 괜히 한 말은 아닐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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