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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중태설로 긴박했던 하루…6년 전과 판박이



통일/북한

    김정은 중태설로 긴박했던 하루…6년 전과 판박이

    CNN 보도 "미국이 김정은 중태 빠졌다는 첩보 주시 중"
    국내 언론도 인용해 타전… 뇌사설 등 담은 '찌라시' 돌아
    정부 "북한 특이 동향 없다"… 김정은 원산에 있다고 전해져
    관련 내용은 어제 국내 매체가 먼저 소식통 인용해 보도
    태영호 "김씨 일가 신변은 국가적 극비사항… 차분히 지켜보자"
    태양절에 자리 비운 이례적 행보… "불경스러운 사건"
    2014년 10월 참배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발목 낭종 시술로 드러나
    심혈관 시술 가능성은 있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21일 미국 CNN 방송이 보도해 한때 화제가 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사실상 해프닝으로 결론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이 측근 인사들과 지방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단 신변 이상설은 수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북한 최대의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 태양절)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보니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21일 오전 CNN 보도의 내용과 함께 이러한 보도가 나오게 된 배경을 정리했다.

    ◇ "첩보를 살펴보고 있다"는 CNN 보도… '건강 이상설' 일파만파

    CNN 방송은 21일 오전 10시 45분쯤(한국시각) "미 소식통 : 북한 지도자 수술 뒤 중태(US source: North Korean leader in grave danger after surgery)"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수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졌다는 첩보를 주시(monitor)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한국 언론을 통해 재차 보도되면서 '건강 이상설'이 대두됐고, 증권가 등지에는 김 위원장의 뇌사설 등을 담은 사설정보지가 돌기도 했다.

    이 '찌라시'는 이미 지난 2014년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을 때도 돌았었는데 일부 내용만 바꿔 다시 퍼진 것으로 보인다. 파장이 커지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정부 당국자 또한 이같은 설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현재 북한군이나 내각 등에 특이 동향이 없다며, 정상적으로 국가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 업무와 관련된 대북 소식통도 "구체적인 확인은 되지 않지만 CNN 보도 등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북한과 주로 소통하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현재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회의원 당선인도 "김씨 일가의 동선과 신변은 국가적인 극비 사안으로, 과거 사례를 봐도 최고위 간부들조차 거의 알 수 없다"며 "신변 이상설이 북중 국경에까지 전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분히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 국내 매체가 먼저 보도한 '건강 이상설'…CNN도 해당 내용 언급

    화제가 됐던 CNN의 보도 내용은 실제로는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가 아닌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은 뒤 위험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첩보를 주시하고 있다"쪽에 가까웠다.

    이는 북한 내부의 민감 정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자주 내놓곤 하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쪽에 가까운 뉘앙스다. 실제로 CNN도 이 정보의 출처와 신빙성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건강 이상설은 사실 국내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가 지난 20일 처음 보도한 정보인데, 이 매체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심혈관 수술을 받고 묘향산 인근 향산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이 중태가 아니며 오히려 상태가 호전됐다는 판단에 따라 의료진 대부분이 평양으로 복귀했고 일부만 남아 상태를 살피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보도의 파장이 커진 뒤, CNN 또한 기사를 수정하면서 이러한 국내 매체 보도 내용을 기사에 함께 언급했다. 때문에 CNN 보도 자체가 이 보도의 내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보당국 등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실제로는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측근들과 함께 원산 일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안에 접해 있는 원산과 달리 묘향산은 북한 내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동향은 해당 보도가 오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가 자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김 위원장은 과거 여러 차례 올해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에 즈음해 원산·갈마 해양관광지구를 완공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사진=연합뉴스)

     

    ◇ 북한 최대 명절에 자리 비운 김정은…"불경스러운 사건"

    그런데 사실 건강 이상설은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그가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16일 오전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태양절에 즈음하여 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무력기관 책임일꾼들이 15일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아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도 김 위원장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총리와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등 핵심 간부 수십 명이 자리했다. 이는 결국 김 위원장이 적어도 이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곳이다. 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뒤 태양절에 이 곳을 참배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실제로 17일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과 같은 체제에서 고위간부들은 태양절 참배를 했지만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은 참배하지 않는 '불경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가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해 참배를 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지난 2월 16일,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기 때문에 이런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한 체제 특성상 꼭 모습을 드러냈어야 할 행사에 빠졌기 때문에 이같은 추정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 2014년 참배 불참은 알고보니 발목 낭종 시술…심혈관 시술 자체는 가능성 있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여러 기념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관례가 있지만, 사실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4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참배를 하지 않은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었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은 그해 10월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최근 그가 발목에 생긴 낭종을 제거하기 위해 해외 전문의를 초청해 시술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때문에 정부도 그가 이번에 가벼운 심혈관 시술을 받았을 가능성 자체는 열어놓고 있다. 상당한 수준의 비만인 김 위원장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개연성은 충분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무소속 윤상현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정통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김 위원장이 4월 12일 심혈관 질환에 대한 시술을 한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신변 이상설을 제기할 만큼의 징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21일 저녁 6시까지 북한은 관영매체 등을 통해 이러한 보도들에 대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북한이 이같은 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되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행보가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북한 체제의 특징을 생각하면,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이를 관영매체가 보도하는 형식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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