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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이광재 '무뎌지고 힘겨웠던' 2020년 정계 복귀



강원

    친노 이광재 '무뎌지고 힘겨웠던' 2020년 정계 복귀

    이전 선거, 타 선거구 당선자 득표율 대비 저조한 성적표
    강원도 선대위원장 확장성, 영향력 미비
    선거구 선택 등 출마 과정 잡음, 최문순 강원도정에 전가한 부담 여전

    21대 국회의원 선거 원주 갑에 출마해 정계복귀에 성공한 이광재 전 강원지사. (사진=자료사진)

     

    지역주의와의 싸움과 기회주의와의 싸움. 이것이 정치를 하는 동안 저에게 주어진 두 개의 큰 싸움입니다. 그래서 저는 '원칙과 통합'이라는 말을 계속하면서 대통령선거를 치른 것입니다. 저는 원칙에는 매우 까다롭게 매달리지만 통합을 위해서라면 어떤 다른 가치도 희생할 수 있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회고록 <᠎᠎᠎성공과 좌절> 중-


    ◇ 대표 친노 세력이자 때마다 자천타천 대권 주자로 거명돼온 이광재.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1년 1월 27일 상고심 유죄 확정으로 강원도지사에서 물러났다. 9년만에 신년 사면 복권이 이뤄졌고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복귀 무대가 됐다.

    출마 지역은 강원 원주 갑. 최측근 심기준 비례 국회의원이 표밭을 다져오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출마를 포기하면서 선택지가 생겼다.

    절대 지지층들의 주도로 출마 건의문이 작성되는 등 여론 조성이 이뤄졌고 장고를 거듭하는 모습 끝에 중, 고교 학연이 있는 원주 갑 출마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았다.

    10여년 원주 갑 텃밭을 다져온 원주고 후배이자 같은 당 권성중 변호사는 이광재 전 지사의 출마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진통이 빚어지기도 했다.

    야당과 무소속 권성중 후보가 쏟아내는 도덕성 비판 속에 선거전을 벌였고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춘추관장,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미래통합당 박정하 후보와의 접전 끝에 16일 새벽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21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이광재 당선인. (사진=이광재 당선인SNS 캡처)

     

    결과는 정계 복귀 성공이었고 일부는 미사여구를 동원해 조명을 비췄지만 내용면에서는 '무뎌지고 힘겨운' 성적표였다.

    이 당선인이 정치 입문에 도움을 준 일부 지역 정치인들이 연대 서명 명단 조작 논란과 검찰 고발까지 감수하며 작성한 출마 건의문에 담긴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당 소속 강원도의원 32명과 원주시의원 12명의 이름이 적힌 원주 갑 출마 촉구 건의문에는 "이 전 지사의 원주 갑 출마는 전략적 문제이고 강원도 대부분 지역이 박빙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선거를 이끌어 갈 상징성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직접 영향권에 있는 원주 갑을과 당시 태백 횡성 영월 평창 정선 선거를 주도하고 영향력이 미치는 춘천권 2~3개 선거구에도 큰 도움이 되고 충북지역 일부도 지원할 수 있다는 큰 그림까지 그려냈다.

    20대 총선에서 경선 주자로 출마했던 이력 외에 이렇다할 선출직 도전 경험이 없던 박정하 후보를 상대로 거둔 득표율은 48.56%, 박정하 후보는 41.13%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21대 총선 강원도 8개 선거구 당선자 가운데 이광재 당선인의 득표율은 거물급 보수 주자 3명이 지지층 표를 서로 나누고도 승리한 강릉 권성동 당선인 득표율 40.84%를 앞서는데 그쳤다.

    나머지 선거구 당선인 득표율은 춘천 철원 화천 양구 갑 허영 51.32%, 춘천 철원 화천 양구 을 한기호 52.07%, 원주 을 송기헌 53.88%, 동해 태백 삼척 정선 이철규 53.60%, 속초 인제 고성 양양 이양수 52.56%, 홍천 횡성 영월 평창 유상범 48.59%로 이광재 당선인을 앞섰다.

    18대 태백 영월 평창 정선 선거구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최동규 후보와 경쟁해 54.57%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고 5회 지방선거에서 대중 인지도가 앞도적으로 높은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를 상대로 54.36% 득표율을 기록해 강원도지사로 당선된 저력은 재현되지 못했다.

    21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원주 갑을 후보 공동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이광재 당선인. (사진=이광재 당선인 SNS 캡처)

     

    사면 복권 직후 당으로부터 위임받은 총선 강원도 선대위원장 직함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기세를 더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직전 강원도 총선에서 1석만을 얻었던 민주당은 8개 선거구에서 3곳에서 승리했지만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통합당을 압도한 분위기를 감안할 때 만족할 성적은 아니다.

    여기에 원주 을 선거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송기헌 당선인은 자력으로, 춘천 철원 화천 양구 갑 선거구 허영 당선인 역시 개인 노력과 상대였던 김진태 후보에 대한 반대표가 더해진 승리로 분석되고 있다. 허영 당선인은 경선룰이 뒤바뀌는 악조건 속에서도 육동한 전 강원연구원장을 물리치고 본선에 진출, 3선 도전자 김진태 후보를 앞서 국회에 입성했다.

    당 안팎에서 이광재 당선인이 공천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원경환 후보조차 이 당선인의 안방이었던 영월, 평창이 포함된 홍천 횡성 영월 평창 선거구에서 38.40% 득표에 그쳐 패배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 18개 시군 시장, 군수직 가운데 민주당이 4석, 민주당과 연대한 무소속 2석을 배출하고 도의원 역시 원주에서 5석 전석을 휩쓰는 등 14명의 당선인을 낸 '이광재 바람'도 10년의 세월이 지나며 미풍으로 잦아들었다.

    7개월 단명에 그쳤던 강원도지사직 수행 과정에서 빚은 강원도정에 대한 부채도 국회의원 임기 중 해소해야할 과제다.

    자신이 공언했던 3500억원 규모의 알펜시아 중국 투자 유치는 후속 조치없이 구호로 사라졌고 재임기간이었던 2010년 11월 선언한 춘천 중도 레고랜드 추진 계획은 후임 최문순 지사가 낙관적 전망에 의존해 공약으로 승계했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강원도 행정,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도청 실국장들 사이에서는 정치활동 중단 기간 최 지사를 상대로 정책제안이라는 명목의 인사, 신규 사업 주문도 적지 않았다며 볼멘소리가 여전하다. '선을 넘지 말라'는 주문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 출정식과 함께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이광재 당선인. (사진=민주당 강원도당 제공)

     

    21대 총선 직후 만난 민주당 강원도당 한 핵심당원은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이광재라는 이름값이면 강원도에서는 어느 선거구에서도 통하고 확장성도 클 것이라는 절대 지지자들의 확신이 의심받기 충분한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정치 공백이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정치는 지역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기반이 돼야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010년 강원도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민노당 공동지방정부 구성에 참여했던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21대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이광재 전 지사는 화려한 '귀환'이 아닌 가까스로 '생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더 큰 선거로의 도약을 꿈꾸기 전에 초심부터 되찾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재 전 지사가 강원도를 벗어나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3선의 자만심 대신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와 패권 정치, 계보 정치가 아닌 다른 생각, 다른 길을 걷는 정치인들을 포용하고 동반 성장을 모색하는 자세 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광재 당선인은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 10년만에 선거에 나오게됐는데 원주시민들이 손을 잡아주셨다. 원주의 성적표가 이광재의 성적표가 된다고 생각하고 원주를 땀으로 적시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원주를 대한민국 중소도시 중 성공한 모범사례로 만들어 전국에서 배우러 오는 도시로 만들겠다. 경쟁했던 박정하 후보와 권성중 후보의 좋은 정책은 원주의 미래를 위해 수용하고 두 후보와 함께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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