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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지마' vs '나 이런 사람이야' 北美 친서정치 재개



통일/북한

    '선 넘지마' vs '나 이런 사람이야' 北美 친서정치 재개

    김여정 담화, 트럼프 친서에 대한 공개답신
    北美 친서정치 재연 '동상이몽 상황관리'
    미 대선까지 '선'넘지마 vs 친서 받는 김정은 위상 부각
    북미 비핵화 협상‧코로나 협력에는 어떤 영향?
    '친오빠 대변인' 백두혈통 김여정 '양면적 역할' 주목
    친서정치 속에 北 단거리 발사는 계속될 듯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 위원장에게 올 초에 이어 최근 또 다시 친서를 보냈고, "대통령의 따뜻한 친서'에 대해 김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별도의 답신을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22일 담화 발표로 대응을 했다. 일종의 공개 답신에 해당된다. 북미 정상간 친서 정치의 재연이다.

    친서 정치의 목적은 현 단계에서 서로에 대한 상황 관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정상간 친분을 내세워 북한의 핵실험과 ICBM발사 등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정면 돌파전을 선언한 김 위원장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정상국가의 상징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서 조미 두 나라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부문에서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친서에 감사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 역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어야 대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의 "개인적 친분관계가 두 나라의 관계발전구도를 얼 만큼이나 바꾸고 견인할지는 미지수이며 속단하거나 낙관하는 것도 그리 좋지 못한 일"이라면서,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에로 줄달음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북미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과 국가 간 관계를 분리해 대응하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북한 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8일 김정은 생일에 이어 최근 다시 친서를 먼저 보내는 등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고 과욕적인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북미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들, 즉 한미군사훈련,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대북제재 고수입장 등이 바뀌지 않는 한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연말 전원회의의 결론을 반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도 불구하고 교착 국면에 놓인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방역 협력도 북한이 직접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다. 임을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을 표시했지만 북한이 공개적,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미국의 민간 인도지원단체로부터 방역물자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커 보인다. 명분은 유지하면서도 진단키트 등 방역물자는 당장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의 코로나 방역 협력을 받는다면 '확진자 0명'이라는 공식 입장을 철회해야한다"며, "내부 정치적으로 코로나19 발병을 인정해야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서서 "특별한 개인적 친분 관계", "따뜻한 인사", "따뜻한 친서", "감동 피력", "충심으로 사의 표명" 등처럼 상대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을 표현하는 용어를 동원하며 정상간 친분 관계를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나온 북한의 담화를 볼 때, 미국을 강력하게 비판할 때는 언제든 바꿔도 상관없는 외무성 국장급의 담화를 활용하고, 뭔가 잘해 보려는 얘기를 하는 맥락에서는 은퇴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나 김여정 제1부부장 처럼 격을 높였다"며, "제 1부부장이라는 공식 직함도 있고,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백두혈통이라는 사적 지위도 있는 김여정을 내세워, 트럼트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다차원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김 위원장이 지난달 말부터 직접 참관하고 있는 군사훈련 중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수준의 군사적 도발은 북미 정상 간에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는 비공식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으로 이런 방식의 군사 훈련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을 내세워 양국 정상간 친분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백두혈통의 무게 있는 목소리로 미국에 대해 할 말을 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통치 및 외교 행보에 여지를 둘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3일 청와대를 향한 막말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분리 대응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김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인 친서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양국 간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균형과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의 통치 행보와 외교 행보의 여지를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양면적 효과를 감안할 때 김 제1부부장의 역할이 앞으로 남북, 북미 등 외교 안보 현안으로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전달로 적어도 미국 대선 기간 중에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에서 북한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고,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초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이 계속 친서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공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자신의 위상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자력갱생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잘 작동한다는 것은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의 마무리 부분에서 "두 나라의 관계가 두 수뇌들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좋아질 날을 소원해보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허무하게 잃거나 낭비 하지 않을 것이며 그 시간 동안 두 해전과도 또 다르게 변했듯 계속 스스로 변하고 스스로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전원회의의 결론대로 정면 돌파전의 갈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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