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유료회원 3만 추정…'박사'가 '노예'를 부린 악랄한 방법



사건/사고

    유료회원 3만 추정…'박사'가 '노예'를 부린 악랄한 방법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포 '박사방' 운영…피해자만 70여명
    개인정보 조회 가능한 사람 이용해 피해자들 신상 털고 협박
    전문가 "가해자 존재감 클 때 '생존' 생각 밖에 안나…협박 따라"
    '범죄 저지르기' 인증 절차 통해 공범화…회원들 단속까지

    이른바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20대 피의자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십명의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유포해 온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박사)가 구속된 가운데, 박사는 철저하게 '개인정보'를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이버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엄격하게 하고, 서버 운영자들이 자신의 서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등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너에 대해 전부 알고 있다"

    지난 19일 구속된 '박사' 조모씨는 직업이 없는 20대로 처음에는 텔레그램에서 총기·마약을 팔겠다고 거짓말을 한 뒤, 돈을 받고 잠적하는 사기를 쳐왔다. 그러다가 '텔레그램 N번방'으로 눈을 돌렸고, 지난해 9월쯤부터 '박사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N번방'은 아동·청소년의 성착취 영상을 공유하기 위해 텔레그램에 개설된 비밀 대화방이다. 경찰 단속을 피하고자 수시로 방을 새로 만들고 삭제하기 때문에 N번방이라고 불린다.

    이들이 피해자를 물색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청소년들이 트위터 등 SNS에 자신의 신체 사진을 올리는 것을 타겟으로 삼는가 하면, SNS나 채팅앱 등에 "고액·스폰 알바 모집" 등과 같은 글을 게시해 피해자를 유인하기도 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피해자 사진을 입수한 N번방 운영자들은 해당 사진을 주변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더 높은 수위의 사진을 요구한다. 일반적인 사진인 경우에도 다른 포르노 배우의 사진과 합성을 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구를 합성하는 식의 방법을 쓴다.

    이후 점차 수위가 높은 성착취물을 요구하는데, 나중에는 성관계하는 사진은 물론이고 변기 물을 마시게 하는 등 엽기적인 상황을 연출하도록 협박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피해자의 개인정보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수하는데, 개인정보 조회가 가능한 사람을 이용하기도 한다. 조씨는 주민센터 등에서 일하는 공익요원을 섭외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몰래 알아냈다.

    반면 조씨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조씨와 함께 공범으로 붙잡힌 이들 중 조씨의 얼굴이나 신상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 같은 정보 격차가 피해자들에게는 조씨의 존재가 더욱 두렵게 느껴지도록 만든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수위가 낮은 사진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사진이 어떻게 가공될지 모른 채 지인들에게 유포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강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신상 정보를 다 갖고 그렇게 협박을 하게 된다면 가족이 피해를 보는 등 상대방이 그걸 이용해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가해자의 존재감이 너무 클 때는 따르지 않을 경우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까지 올 수 있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생각밖에 나지 않을 때는 상대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수십명의 여성들을 성적 노예화 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여성은 총 74명이고, 이 중 미성년자만 16명이다. 신원이 파악된 피해자는 25명이다.

    조씨는 성착취물을 유포할 때, 피해자의 생년월일과 집 주소 등 개인정보를 함께 유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이를 본 박사방 회원들이 피해자 집 주변을 직접 다녀왔다는 인증사진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방'이 뒤늦게 만들어졌지만, 다른 N번방을 제치고 가장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다.

    ◇ "우리는 모두 공범"…외부 신고 못 하도록 '공범' 만들고 회원들 단속

    박사방을 유료회원제로 운영한 조씨는, 가입 금액별로 수위가 다른 성착취물을 유포해왔다. 1단계는 20~25만원, 2단계는 70만원, 3단계는 150만원을 내야만 입장할 수 있다. 경찰은 회원 수가 적게는 1만명, 많게는 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씨는 먼저 무료 '맛보기' 방을 운영하면서 회원들을 끌어모았다. 이후 유료회원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회원들은 새끼손가락과 얼굴이 함께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신분증으로 본인 인증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동음란물을 본인에게 보내거나,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공유하는 것을 캡처해서 보내도록 요구했다. 아동음란물은 전달만 해도 아동·청소년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이 같은 절차를 통해 같은 '공범'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조씨는 공익요원을 활용해 회원들의 개인정보 역시 추가로 알아내기도 했다. 모두 회원들 단속에 사용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절차가 회원들에게 '안전함'을 부여했고, 외부에 쉽게 적발되지 않는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누구나 다 들어갈 수 있는 것보다 이런 특정 절차를 추가해 놓으면, 이를 하고 들어온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서로 동료라는 느낌이 더 들게 된다"면서 "집단 안에서의 응집력이 더 커지게 되고, 더욱 비밀스러워진다"고 분석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이들은 서로의 요구가 맞아서 모인 것으로 보이는데, 위계가 있고 그에 따른 분배까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오프라인의 다단계, 성매매 등 불합리한 것들이 사이버 공간으로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개인정보 접근 권한 엄격하게 해야…서버도 책임"

    이 같은 치밀함 때문에 외부에서 적발하기 어려운 N번방을 근절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개인정보 조회의 접근 권한을 엄격하게 하고, 아동성착취에 사용된 서버 또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 김현걸 이사장은 "주로 학생 등 미성년자들이 피해 입는 것을 보면 교직원 등 학교 시스템에 접근 가능한 사람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 "개인정보를 조회할 때 누가 했는지를 모두 기록에 남긴다면 어느 정도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착취 가해자 뿐만 아니라 이들이 사용하는 플랫폼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교수는 "랜덤채팅 앱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범죄가 자주 일어난다"면서 "결국 서버 운영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들의 서버가 깨끗하게 운영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고, 금전적 이득을 모두 몰수하는 등의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보호해야 할 법익은 '아동·청소년'이다. 결국 여기에 초점을 맞춰서 단속도,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